'붉으락 푸르락'.2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선고공판에서 느낀 우 전 수석의 얼굴 모습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3부(부장판사 이영훈)는 이날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를 축소·은폐하고 직권을 남용했다는 혐의 등으로 기소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선고 공판을 진행했다.

예상대로 취재 열기는 대단했다.

법원 앞에 마련된 천막은 재판 2시간 전부터 방청을 원하는 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일부 자리를 제외하고 나머지 자리를 모두 방청권 소지자에 한해 입장하도록 규정했기 때문이다.

기자를 포함해 많은 기자들이 끼니도 거른 채 방청권을 얻기 위해 줄을 섰다.

기나긴 기다림 끝에 32번이라고 적힌 방청권을 받아들고 320호 법정으로 들어갔다.

혹시 모를 사건에 대비해 법원 내에는 다수의 법원 경위들이 배치됐다.

평소에는 한두 명의 경위들이 법정을 지키고 있었던 것과 대비됐다.

오후 2시쯤 마침내 우 전 수석에 대한 선고 공판이 시작됐고, 우 전 수석은 비교적 담담한 표정으로 재판정에 들어섰다.

재판부는 이날 먼저 우 전 수석의 9개의 혐의를 조목조목 짚었다.

우 전 수석은 재판부가 판결문 낭독할 때 자신의 혐의에 대해 유죄 책임이 인정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나올 때마다 되려 더욱 고개를 빳빳하게 세웠다.

얼굴 역시 붉어졌다.

재판부는 2016년 7월 당시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자신을 감찰하려 하자 우 전 수석이 직무수행을 방해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또 안종범 전 수석과 최순실 씨의비위를 인지하고도 감찰 직무를 유기한 혐의도 유죄 판단했다.

CJ E&M이 고발 대상 요건에 미달함에도 공정위 관계자들을 시켜 검찰 고발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진술하게 직권을 남용한 혐의와 국회 국정 감사에 대한 정당한 이유 없이 증인으로 나가지 않은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최순실의 비위 행위를 파악했다고 보임에도 진상 조사를 위한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아 국가적 혼란 사태를 심화시킨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정비서관·수석으로 가진 막강한 권한과 지위를 이용해 공정거래위원회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심각하게 침해했고, 특별감찰관의 감찰을 노골적으로 방해해 제대로 된 감찰을 못하게 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2016년 상반기 다시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문체부 공무원 7명을 좌천성 인사 조처하게 해 직권을 남용했다는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우 전 수석이 대한체육회와 전국 28개 스포츠클럽에 실태 점검 준비를 하게 한 것 역시 무죄로 봤다.

2017년 1월 9일 열린 국정농단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증인 불출석 역시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모든 혐의에 대한 유무죄 판단 여부를 설명한 후, 우 전 수석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재판부의 이같은 선고에 우 전 수석의 얼굴은 또다시 붉게 달아올랐다.

변호인들 역시 징역 2년 6개월에 처한다는 선고 결과를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는 듯 고개를 숙이고 무언가를 빠르게 메모해 나갔다.

재판이 끝나고 한참 뒤에야 우 전 수석의 변호인들의 입장을 들을 수 있었다.

일부 변호인은 인터뷰를 위해 대기 중인 기자들의 동향을 살펴보기 위해 잠시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가는 등의 행동을 보였다.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위현석 변호인은 "일단은 항소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항소 이유는 판결문을 보고 검토한 이후에 항소문을 개진해서 항소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