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랴오닝(遼寧) 성 단둥(丹東) 출신 A(38)씨는 2002년 한국에 왔다.

강원도의 한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캠퍼스커플로 남편을 만나 두 살 아기를 둔 대한민국의 어엿한 주부다.

20년 가까이 강릉 생활을 하면서 어느덧 반(半) 강릉시민이 됐다는 A씨지만 처음부터 우리나라 생활이 쉬웠던 건 아니다.

불편한 게 많았다고 했다.

특히 무시를 견디기 어려웠다.

A씨가 한국에 왔을 때는 중국이 발전 중이고, 외부에 알려진 게 많이 없던 탓에 주변 한국인들이 중국을 다소 깔보는 말을 많이 해 남몰래 속앓이했다.

가난하고 촌스러운 이미지로 많이 한국에 비쳤는데 여러 매체도 중국의 부정적인 면을 부각했던 것 같다고 A씨는 떠올렸다.

요즘에는 한국인들이 중국 여행도 많이 가고, 관련 지식이 많아지면서 시선이 나아져 다행이라고 그는 밝혔다.

성격이 밝은 덕에 일찌감치 친구를 많이 만든 A씨는 중국 무시하는 말을 누군가에게 들을 때마다 주변인들이 나서서 "아니다"라는 말로 거들었다고 고마워했다.

스스로 중국 향한 인식을 나아지게 하려고 노력했다.

A씨는 중국과 비교하면 인구수나 땅 면적이 더 소규모인데도 한국이 평창올림픽을 연다는 말을 들었을 때 속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수십개 국가가 참여하는 국제 대회를 열려면 자본력도 있어야 하고, 여러 기반이 잘 다져져야 하기 때문인데 1988 서울올림픽에 이어 30년 만에 동계올림픽까지 유치했으니 당연히 자랑스러워할 일 아니냐고 A씨는 웃었다.

A씨가 아기를 낳은 2년 전, 고향에서 부모가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날아왔다.

외동딸로 태어나 타지에서 남편과 시댁 식구를 의지하며 살던 그에게 부모는 커다란 힘이다.

그는 "아기를 돌보러 오셨다"며 "언젠가는 고향으로 가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모님께서 옆에 계시니 큰 힘이 된다"며 "올 설에도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가족은 자기가 의지할 수 있고, 살아있는 이유라면서 힘든 일이 있어도 버틸 수 있다고 A씨는 말했다.

특히 한두 살 차이 나는 시누이 둘과 시어머니도 자기에게 잘 해준다고 강조했다.

시어머니와 평소 대화를 자주 한 덕분에 드라마 단골 소재로 등장하는 ‘고부갈등’은 애초부터 없었다.

중국 춘절(春節)과 비교하면 한국의 설은 조용한 편이라는 게 A씨 설명이다.

그는 "춘절만 되면 집마다 폭죽을 터뜨린다"며 "한국에서 지내보니 설이 많이 조용한 것 같다"고 웃었다.

올림픽 개최와 명절이 겹치면서 강릉에 오는 사람이 많아졌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A씨는 "도시 전체가 살아있는 느낌"이라고 참신한 답변을 내놓았다.

세계일보와 만난 17일, A씨는 아기 그리고 부모와 함께 핀란드와 스웨덴의 여자 아이스하키 8강전을 보기로 되어 있었다.

그는 "올림픽인데 무슨 일이 있어도 보러 가야 하지 않겠느냐"며 "‘강릉시민’으로서 올림픽이 도시 발전에 좋은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지구촌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올림픽이 정말 좋다"며 "개막식에서 공동 입장하는 남북을 보고 눈물이 핑 돌았다"고 덧붙였다.

공기 맑고 인심 좋은 강릉에서 지내지만 고향을 잊은 적 없는 A씨에게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어쩌면 오랜만에 중국 갈 기회일 수 있다.

A씨는 "가고 싶지만 아기도 아직 어리고 그때 상황이 어떻게 될지는 전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과 중국이 올림픽에서 맞붙는다면 A씨는 누굴 응원할까? 조용히 웃던 A씨는 아래와 같이 답했다.

"누가 이겨도 좋긴 한데, 아무래도 중국에 마음이 기울지 않을까요?"강릉=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인터뷰 대상자의 의견을 존중하여 본명 대신 A씨로 표기하였음을 알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