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방남중이었던 지난 10일 북·미 고위급 회담이 열릴 뻔 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성사됐다면 2012년 2월 이후 중단됐던 북·미 고위급 대화가 6년만에 재개되는 셈이었다.

미국에서도 백악관내 극소수만 알고 있었던 이번 회담 결렬은 21일 미국 워싱턴포스트의 첫 보도를 마이크 펜스 부통령실과 국무부가 "맞다"고 확인해주면서 국내에 알려졌다.

북·미 대화 성사에 공을 들이고 있는 청와대는 쏟아지는 질문에 함구로 일관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취재진 질문 공세에 "공식적으로 확인해줄 사항이 없다"고만 답했다.

또 이날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의원 질의에 "지금 확인해드릴 수 있는 사안이 없다", "남·북간에 현재 진행되는 대화나 한국과 미국이 긴밀히 협력하는 내용에 대해 이 자리에서 다 말할 수 없다는 점을 거듭 양해부탁드린다"고 답했다.

미국 정부가 공식확인한 사실에 대해서도 청와대가 언급을 자제한 것은 이 문제가 갖는 예민함 때문이다.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을 전후해 한국에 온 북·미 고위급 대표단 행보를 살펴보면 문재인 대통령은 직접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특사 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당 제1부부장)간 회담을 중재한 것으로 보인다.

보안 등을 고려해 회담장소 역시 청와대로 정해졌다.

그러나 10일로 예정됐던 양측 회담은 2시간 전 북측에서 일방취소했다는 게 미국측 설명이다.

회담 결렬의 책임을 북한에만 묻기는 어려워 보인다.

펜스 부통령은 북측 가혹행위로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부친과 함께 입국해 탈북자를 만나는 등 강경 행보로 일관했다.

특히 펜스 부통령이 9일 올림픽 개막식 및 리셉션에서 보인 행태는 북·미 회담 결렬 원인으로 꼽힐만하다.

개막식 직전 리셉션에서 펜스 부통령은 지각입장한 후 북한 국가수반 자격으로 참석한 김영남 인민최고회의 상임위원장과 눈 한번 안 마주치고 다른 정상들하고만 수인사한 후 5분만에 떠나버렸다.

이어 개막식에서도 바로 뒷줄에 앉은 북측 대표단을 수시간 내내 외면했다.

이미 북한은 수일전부터 "미국과 대화를 구걸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마당이었다.

결국 10일 북한 고위급대표단은 문 대통령과 1시간에 걸쳐 환담하는 자리에서 문 대통령 방북을 초청하는 김정은 위원장 메시지를 전달한 후 같이 점심한 것으로 청와대 일정을 마쳤다.

이처럼 극비리에 진행됐던 북·미 회담 결렬 과정이 미국에서 뒤늦게 공개된 것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일부에선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가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 노력을 거부하는게 아닌 점을 강조하고 그 책임을 북한에 넘기려고 고급정보를 흘린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4월 한·미 연합 군사훈련 이전까지 어떤 수준·형태로라도 북·미 대화를 출발시켜 남·북 대화의 본격화 및 한반도 위기 해소의 실마리를 만들어야할 문재인 정부로서는 어려운 현실을 거듭 확인한 셈이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에서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와 공조를 강화하고 미·북간 건설적 대화를 적극 견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성준·유태영 기자 alex@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