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가 사상 첫 정부 주도의 가상화폐를 발행하기로 하면서 향후 글로벌 가상화폐 시장에서 안정된 가치를 가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부가 직접 발행하고 국제유가를 기반으로 한 만큼 비교적 가치가 안정적일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과 현재 악화된 베네수엘라 경제 상황으로 인해 곧 '휴지 조각'이 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20일(현지 시각)부터 세계 최초로 자국 원유자원에 기반을 둔 정부주도 암호화폐 '페트로(Petro)' 사전판매에 나선다.

국가가 직접 나서서 가상화폐를 발행하고 판매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경제제재를 이겨내려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ICO(Initial Coin Offering·가상화폐공개)를 통해 자금을 마련해 예상 물가상승률이 1만3000%에 달할 정도로 통화의 기능을 잃어가는 현재의 법정화폐 볼리바르를 페트로로 대체하기 위한 기반을 조성해나갈 계획이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날부터 다음 달 19일까지인 사전 판매 기간에 3840만 페트로를 개인들에게 판매한 뒤 추가로 4400만 페트로를 경매시장에 내놓기로 했다.

자국산 원유 1배럴 가격을 토대로 1페트로의 최초 판매 단가를 60달러로 책정했다.

페트로는 베네수엘라가 보유한 원유 매장량 2670억 배럴 중 50억 배럴을 담보로 하며 이후 가치는 유가 시장 변동에 따른다.

원유는 베네수엘라 전체 수출의 96%에 달할 정도로 베네수엘라 경제에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마두로 행정부는 자원매장량을 담보로 했기 때문에 베네수엘라 정부는 페트로가 다른 가상화폐와 달리 가치가 굳건히 유지되는 '경화(hard currency)'라고 주장하며 글로벌 시장에 투자를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주도 가상화폐 발생 성공 가능성에 대해 의견이 엇갈린다.

전문가들은 베네수엘라 경제의 몰락이 미국의 제재뿐 아니라 마두로 정권의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책과 독재에 바탕을 둔 만큼 이번 실험이 마두로 대통령이 준비한 '쇼'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4월 베네수엘라 대선에서 마두로 대통령이 패할 경우 페트로가 휴지 조각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여기에 베네수엘라 경제에 대한 글로벌 제재도 여전해 페트로도 결국 불법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재무부가 페트로에 투자하는 것을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 위반"이라고 경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결국 가상화폐 하이퍼 인플레이션 우려가 완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 제재까지 더해져 페트로에 진입하려는 투자자들이 부족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페트로 발행을 계기로 암호화폐가 원자재 가격변동 위험을 없애 자원부국들이 재정을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효과적 수단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이스라엘 소셜트레이딩 플랫폼 이토로(eToro)의 마티 그린스펀 선임 애널리스트는 CNBC에 "절박함이 혁신을 낳았다"며 페트로 발행을 "뛰어난 아이디어"라고 평가했다.

베네수엘라가 시작한 정부 주도 가상화폐 발행 움직임이 다른 국가에도 퍼질 것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지시로 '암호루블(cryptorubble)' 개발에 들어간 러시아의 움직임이 빨라질 전망이다.

러시아는 베네수엘라처럼 원유 매장량이 풍부한 자원부국이면서 미국과 유럽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최초로 국가가 주도해 발행한 가상화폐 '페트로'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전반적인 가상화폐 가격은 안정권에 접어든 모습이다.

전 세계 중 다섯 번째로 비트코인 거래가 많은 한국 가상화폐 시장에서도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가상화폐 정상적 거래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탓에 비트코인 가격은 1300만 원대를 회복했다.

미국의 애널리스트 퍼스트도 "가상화폐 폭락 장이 끝났다"며 위기 국면에서는 완전히 벗어났다는 분석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