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항소심과 비교해보니 / ‘정유라 말’ 소유주도 최씨로 봐 / 경영권 승계 등은 동일한 결론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징역 20년이란 중형을 선고받은 데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과 달리 63권에 달하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이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으로 작용했다.

또 삼성 측이 딸 정유라씨에게 지원한 말의 소유권자로 인정되어 정씨의 승마 지원과 관련한 삼성의 뇌물 인정 액수도 대폭 늘었다.

다만 재판부는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나 부정한 청탁 유무 등은 이 부회장 항소심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13일 선고 공판에서 안 전 수석의 수첩을 증거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안 전 수석에게 불러준 대기업 총수들과의 단독 면담 내용을 안 전 수석이 수첩에 받아 적었다는 건 해당 대화 내용을 추론할 수 있는 간접 증거에 해당해 증거 능력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지난 5일 "간접 증거로 쓰게 되면 기재 내용을 증거로 인정하는 결과가 된다"며 수첩의 증거 능력을 부정한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와 정반대로 판단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재판부는 또 "삼성은 말 소유주로서 해야 할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삼성 측이 정씨에게 제공한 ‘살시도’ 등 말 3마리의 실질적 처분 권한, 사실상의 소유권이 최씨에게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정씨에 대한 삼성의 뇌물 액수는 이 부회장 항소심에서 인정된 코어스포츠 용역 대금 36억3484만원에 말 3마리와 보험료, 차량 4대 공짜 사용 이익이 더해져 총 72억9427만원으로 2배 넘게 늘었다.

다만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라는 포괄적 현안이나 이와 관련된 부정한 청탁의 존재에 대해서는 이 부회장 항소심 재판부와 판단을 같이했다.

재판부는 "삼성 뇌물 사건 1·2심 결론과 같이 특검이 낸 증거만으로는 삼성의 개별 현안에 대한 명시적 혹은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거나 이 부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란 목표를 위해 개별 현안들이 추진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미르·K스포츠재단에 총 774억원을 낸 53개 기업은 피해자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두 재단에 출연한 기업들은 사업 타당성이나 출연 규모를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지 못하고 ‘대통령 관심 사항’이란 말을 듣고 출연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들 기업은) 기업 경영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각종 인허가권과 세무 조사 권한을 가진 대통령의 뜻을 거스를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