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식관·이동식 검사 차량 현지 배치…선수·관계자 식음료 안전관리 만전 / 최근 노로바이러스 사태로 긴장감… 추가발생 없도록 패럴림픽까지 최선/지난해 생리대·살충제 계란 파동… 생산단계부터 관리 중요성 깨달아 / 국민청원검사제·정책콘서트 통해 국민 눈높이에서 대화·소통 강화 / 개발 속도 못따라가는 낡은 규제 손질… 첨단의료 제품 등 신속한 출시 지원 / 먹거리 안전 컨트롤타워 역할 충실… 국민 신뢰받는 기관으로 거듭날 것강원도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장 일대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자신만의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국가대표 선수들처럼 이기면 영광의 메달을 거머쥐는 승부가 아니다.

최대한 눈에 띄지 않고 조용하게 대회를 마쳐야 비로소 안도하는 희한한 규칙이 적용된다.

평창 동계올림픽(9∼25일)과 패럴림픽(다음달 9∼18일)을 모두 치르는 한 달여 동안 선수는 물론 대회 관계자와 관광객에 이르는 모든 이의 식품안전을 책임지고 있어서다.

이 임무를 최전선에서 진두지휘하는 류영진(59) 식약처장을 12일 충북 오송의 집무실에서 만나 7개월간 업무와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류 처장은 "문제점이 확산한 후에 대응하면 늦는 시대이기 때문에 위해요소 발굴을 통한 선제적 대응체계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식품안전 올림픽 개최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식약처는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이 식중독 등 식품사고 없이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올림픽조직위원회와 질병관리본부, 환경부, 강원도 등 관련 기관과 식음료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현지에 검식관 46명을 파견하고 4시간이면 식중독균을 검사할 수 있는 ‘이동식 식중독 신속 검사 차량’도 배치했다.선수와 관계자 등 5000여명이 식사를 하는 올림픽 시설 주변의 음식점 및 식품취급업소 등의 위생점검은 물론 지방자치단체와 협력을 통해 올림픽 시설 밖의 호텔, 식품취급시설 등을 총괄하고 있다."―민간보안업체 숙소에서 노로바이러스 확진환자가 발생해 식품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흔히 겨울철에는 식중독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있다.하지만 겨울철 식중독의 대표적인 문제가 노로바이러스다.주로 지하수를 통해 전파되기 때문에 운영인력이 묵는 89개 숙소에 대해 지하수는 물론 식자재까지 사전점검을 마쳤다.그런데 상황이 발생한 뒤 살펴보니 조직위와 연락하는 과정에서 40군데 정도 통보되지 않아 사전점검을 받지 않았더라. 이 중 숙식을 모두 하는 16곳에 대한 점검을 마치고 최근 식약처 공무원 200명을 투입해 강릉과 평창 지역의 음식점과 숙박시설을 전수점검도 했다."―대회가 이미 시작했는데 앞으로는 발생 확률이 낮다고 볼 수 있나."선수들 사이에 집단으로 발생하는 게 가장 문제다.지하수에 문제가 없어도 관광객 접촉 등을 통해 번질 가능성도 있다.0%라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관리가 지속적으로 되기 때문에 확률은 낮다.패럴림픽까지 최선을 다하겠다."―지난해 생리대와 살충제 계란 등으로 커진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은."두 사건을 통해 유통단계를 아무리 철저하게 관리하더라도 농장 등 생산단계에서 안전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느꼈다.올해는 생산단계 안전관리를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산란계 농장에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적용, 가정용 계란 세척·잔류물질 검사 의무화, 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PLS) 적용 대상 확대 등이 대표적이다.생리대는 오는 10월부터 전성분 표시제를 시행하고 일회용팬티라이너를 공산품에서 위생용품으로 전환해 직접 안전관리에 나선다."―식품의약품 안전에 대한 국민 감수성이 커지고 있다.

대책이 있다면."과학기술의 발달과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식품의약품 안전관리 환경도 급속히 변하고 있다.다양한 소비형태와 유통구조를 감안해 가정간편식과 비타민 강화 영양식 등의 제품에도 HACCP 적용을 의무화하고 마트·편의점 등의 계산대에 ‘위해 판매 차단 시스템’ 설치를 확대할 예정이다."―사고 대응에 한 박자씩 늦는다는 지적도 계속된다.

"식품사고는 언제든 터질 수 있다.언론이 늘어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발달한 시대라서 정부가 나서기 전에 확산하면 걷잡을 수 없다.선제 대응이 중요하기 때문에 위해요소가 예상되면 외국사례도 보고 자체점검도 잘 진행해야 한다."―올해 국민 참여를 늘린다는 부분이 눈에 띈다.

국민신뢰와 업무 과부하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출 건가."다음달부터 국민이 불안을 느끼거나 궁금한 사항에 대해 정부에 직접 검사를 요청하는 ‘국민청원검사제’를 시행한다.올해에는 기존 업무에 무리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현재 인력과 예산을 효율적으로 조율·활용하여 운영할 예정이다.또 각계 전문가로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검사대상 선정, 검사방법 타당성 등을 논의·검토할 계획이다.시행 초기에는 국민 참여도를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면밀히 운용 추이를 살펴 예산과 인력을 확충해 나가겠다."―전문성 제고도 필요하지만 대국민 신뢰를 높이는 것도 중요해지고 있다.

"식약처는 전문가 집단이 많아 연구발표에는 익숙하지만 서비스 측면에서 국민을 이해시키는 부분은 좀 약했던 게 사실이다.데이터 기반으로 안전하다고 발표하는 게 끝이 아니라 국민이 안심하는 단계까지 가야 한다.소통에 신경을 더욱 쓰겠다.국민청원검사제를 비롯해 일반인 1000명으로 구성된 ‘국민소통단’, 이를 통해 제안된 정책을 직접 만나 논의하고 정책에 반영하는 ‘국민참여 열린포럼’도 정기적으로 열 것이다.국민과 각계 전문가가 어우러져 정책의 방향과 다양한 생각을 이야기하고 가치를 공유하는 ‘정책콘서트’도 주기적으로 운영한다."―업무 특성상 타 부처와 연계된 부분이 많은데 컨트롤타워로 거듭나기 위한 복안은."식품안전관리 전반을 총괄하는 부처인 만큼 식품사고 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하고 위기상황을 관리하기 위해 ‘식품안전관리시스템’을 개선하겠다.우선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식약처 등 9개 부처가 모인 ‘식품안전정책위원회’의 역할을 단순 심의에서 상황 관리 및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확대하고 식약처장이 부위원장으로서 실질적인 총괄·조정자 역할을 할 예정이다.‘식품안전 정책추진협의체’를 통해 정책 발굴부터 입안, 사후 모니터링까지 민간과 정부의 협업을 강화할 것이다."―4차 산업혁명시대에 국민안전과 규제완화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새로운 첨단의료제품이 신속하게 개발되어 제품화하기 위해서는 제품개발 속도를 규제가 따라가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안전과 무관한 절차적인 규제는 없애고, 어려운 규제는 지원하고, 필요한 규제는 만들어야 한다.이를 위해 첨단 의약품과 의료기기가 제때 시장에 출시될 수 있도록 새로운 인허가 심사체계를 구축해 제품 개발단계별로 맞춤형 심사를 실시할 계획이다.신개발의료기기는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관계기관과 정보를 공유해 심사기간을 단축하겠다."―해외직구가 폭증하면서 문제점도 복잡하고 다양해지고 있다.

"오프라인 시장보다 온라인 시장의 성장속도가 빠르다.식품의약품 시장도 마찬가지다.세계적인 IT기업들이 상품들을 직접 관리하지는 않는다.이러다 보니 다이어트식품에 마약이 들어가거나 건강식품에 비아그라가 섞이는 경우 등이 발생한다.품목별로 모니터링해 차단하는 한편 방송통신위원회, 인터넷 포털과 협조해 조치도 취한다.이것으로도 한계가 있을 것 같아 사이버조사단을 신설한다.정규 공무원 9명과 모니터링 요원 20명으로 편성해 전담하도록 했다."―기업이나 국민 입장에서 식약처 문턱이 높다고 생각하지는 않나."우리는 정책 측면도 있지만 인허가 권한이 있는 규제기관이다.그래서 산업계 입장에서 각종 불만을 제기할 요소가 많다.하지만 요즈음은 투명화해 있지 않나. 허가 심사기준도 시스템화해서 전체적으로 기준을 명확히 하고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관련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규제도 하지만 모르면 사람에게는 설명해 줘야 한다.서류가 미비하면 그냥 반려할 게 아니라 잘 통과되도록 서비스해야 한다.그런 마음으로 직원들이 일하도록 하겠다."―그간 식약처를 이끌며 느낀 점이 있다면."굵직한 사안을 겪으며 정부의 안전관리와 국민이 느끼는 안심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소통과 협력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꼈기 때문에 앞으로도 국민과 끊임없이 대화하며 공감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향후 계획은."식약처의 최우선 가치는 국민 ‘건강’과 ‘안전’이다.앞으로도 국민 눈높이에서 목소리를 직접 듣고 현장을 반영한 정책을 마련해 국민에게 사랑받고 신뢰받는 기관으로 거듭날 것이다."대담=문준식 디지털미디어국장정리=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류 처장은

●1959년 경남 통영 출생

●부산약사회 회장

●포럼지식공감 상임공동대표

●대한약사회 부회장

●더불어민주당 중앙당 정책위원회 부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