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2차 장기요양 기본계획 확정/노인인구 급증 대비해 대상 확대/본인부담금 경감관련 적용 기준/중위소득 100% 이하로 대폭 늘려/치매전담 기관 4174곳으로 증설/환자 상황별 다양한 서비스 절실"식사 시간에만 잠깐 앉아 있고 온종일 누워있는 노인들을 보며 누군가 살아 있는 인형을 보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그 말에 한 인간의 생의 끝이 너무 슬퍼서 눈물이 났습니다."치매와 신체장애가 동반된 노모를 모시는 고봉은씨가 지난해 6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노인장기요양보험 전면개혁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언급한 말이다.

고씨는 뇌출혈로 쓰러진 뒤 신체마비와 치매를 동시에 앓는 어머니를 홀로 모시고 있었다.

하루 4시간 방문요양 서비스를 이용하며 형편이 넉넉지 않아 직장 생활을 계속했다.

그가 출근하면 어머니는 빈집에 홀로 누워있다가 요양보호사와 함께 치료를 받으러 나갔고, 고씨의 퇴근이 늦어지면 저녁도 먹지 못한 채 다시 혼자 지냈다.

현 장기요양시스템에서 고씨가 이 상황을 해결할 방법은 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내는 것뿐이다.

하지만 고씨 어머니처럼 보행이 불가능한 치매환자가 요양원에 갈 경우 ‘살아 있는 인형’ 신세가 될 수밖에 없다.

방문 요양보호사와 외부에서 맞춤형 재활 치료를 받으며 어머니 신체 상태가 좋아지고 있는 점도 고씨를 망설이게 했다.

고씨는 "환자를 돌보는 가족도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당당히 사회생활을 영위하게끔 환자 특성에 맞게 시간을 조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씨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겪는 불편이 당장 해소되기 어려울 것 같다.

보건복지부가 13일 장기요양위원회를 열고 도입 10년을 맞은 장기요양 제도의 보장성을 강화하는 내용의 ‘제2차 장기요양 기본계획’(2018∼2022)을 심의·확정했다.

재가서비스 이용 비율을 높이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늘어나는 노인 인구에 대비해 서비스 대상을 확대한 것이다.

하지만 고씨처럼 기존 시스템 안에서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환자와 가족을 위한 맞춤형 설계는 포함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따른다.

이번 계획에 따르면 그간 요양등급을 받지 못했던 경증 치매환자도 앞으로는 장기요양 서비스를 받게 된다.

본인부담금 경감 혜택도 기준 중위소득 50% 이하에서 100% 이하로 확대된다.

전국적으로 치매전담형 기관도 현재 55개소에서 2022년까지 4174개소로 늘어난다.

정부는 재가서비스 이용률과 가족지원상담을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고씨와 같은 환자 가족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방안은 담지 못했다.

‘가족의 돌봄 부담을 줄이는 신규 재가서비스를 연구·개발해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했을 뿐이다.

고씨는 "지금 제도에서 저는 영원히 엄마를 돌보며 사회와 격리돼 우울증에 허우적거리는 또 다른 환자가 될 수밖에 없다"며 "요양보호 서비스가 환자 수용의 개념이 아니라 개인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서비스가 되려면 이용자 상황에 맞게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