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가 박스 채 들어오던데요? 한파 특수 제대로 누렸죠." 오피스텔 밀집 지역인 안양시 호계동에 위치한 D빨래방 점주 A씨는 13일 아파트 및 주택가의 배관이 동파된 이후 변화를 느꼈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A씨는 "한파로 지난 2주간 빨래방 앞으로 빨래 박스가 쌓일 만큼 수요가 늘었다"며 "평소 혼자 사는 20·30대나 젊은 부부 위주였던 고객층이 한파 동안에는 가족 단위의 고객들로 늘어났다"고 했다.

봄을 시작한다는 '입춘'에도 여전히 바깥 공기는 차기만 하다.

기상청은 1월 역대급 한파에 이어 2월에도 북쪽에서 유입되는 찬 공기의 영향으로 당분간 한파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로 꼽히는 지난달 26일 서울의 기온은 영하 17.8도를 기록했고, 대전은 15.7도까지 떨어졌다.

지난 4일 강원도 홍천은 영하 22.7도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보일러나 수도관까지 추위에 얼어 붙었다.

이에 세탁을 못하는 가구가 늘어났고, 1인 가구들이 주로 활용했던 셀프 빨래방에 밀린 빨랫감을 세탁하러 온 주부 및 가족 단위 손님들이 합세하게 된 것이다.

셀프 빨래방 앞에서 밀린 이불 빨래와 세탁물을 걷어내고 있는 주부도 만날 수 있었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더런드리 셀프 빨래방을 찾은 주부 한모(52) 씨는 "평소 빨래를 집에서만 할 수 있는 줄 알았는데, 한파 덕분에 빨래방을 알게 됐다"고 했다.

한 씨가 거주하는 아파트는 동파 우려가 있다며 세탁기 사용을 금지했다.

지난 2주 동안 입을 옷이 없어 전전긍긍하던 한 씨는 셀프 빨래방 덕분에 집 안에 쌓아 둔 빨래감을 해결할 수 있었다.

한 씨는 "공기 자체가 차가워지다 보니 빨래를 말리는 데만 수일이 걸렸다"며 "잘못 말리면 냄새가 나서 헛수고가 되는데, 한 겨울엔 보일러 온도를 유지시켜야 겨우 빨래감을 말릴 수 있다"고 했다.

한 씨는 이 참에 이불 빨래까지 셀프 빨래방에서 해결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셀프 빨래방을 찾은 대학생 김모(25) 씨 역시 "한파에 세탁기가 얼어 빨래방을 찾았다"며 "다들 추워서 원룸 안에만 있는 상황에서 밤에 빨래를 돌리려면 눈치가 보였는데, 24시간 운영돼서 소음, 추위 걱정 없이 빨래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했다.

사당동 펭귄하우스 남현 1호점을 운영하는 최지혜 씨는 한파 호황을 실감했다.

최 씨는 "확실히 지난달 같은 기간과 비교해 지난 2주간 약 30%의 매출이 증가했다"고 전했다.

코인 세탁 솔루션 전문기업 워시앤조이 백은별 홍보팀 대리는 "수치화된 것보다 추정이라 명확한 데이터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라며 한파로 인한 셀프 빨래방 호황에 의문을 제기하면서도 "점주들의 말을 들어보면 한파 기간 동안 1인 가구 위주의 젊은 층에서 주부 등 가족 단위 고객들이 신규 유입되는 효과는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계속되는 한파로 때아닌 특수를 본 곳이 또 있다.

다름아닌 회사 건물 안에 위치한 구내식당들이다.

서울 여의도 금융회사 3년차인 박모(31·여) 씨는 "올 겨울 회사 구내식당 밖에서 밥을 사먹은 게 손에 꼽는다"며 "구내식당을 찾는 직원들도 많아져서 늦게 오면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계속됐던 역대급 한파에 직장인 사이에선 '맛집 기피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박 씨는 평소 여의도 근교 맛집을 찾아다니곤 했지만, 이번 겨울엔 점심 시간에 밖에 나가는 것 자체를 삼가게 됐다.

그는 "식사 후에 자주 가던 카페도 안 간 지 꽤 됐다"며 "덜 추워지면 산책도 하고 점심 시간을 이용해 외출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로 출근하고 있는 이모(32) 씨는 자신을 회사 구내식당 단골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 씨는 "최근 배식해주시는 이모님들과 친해지게 됐다"며 "한파 덕분에 인맥이 늘어났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반면 식당가는 울상이다.

서울 강동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고 있는 박모(61) 씨는 "점심 시간엔 백반을 팔고 있는데, 평소엔 자리 없냐고 물어보던 손님들이 자리가 널널하다고 건넨 말에 속상했다"며 "미세먼지 때도 이렇게 썰렁하진 않았는데"라고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