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강릉 이혜진 기자] 행운, 그것 역시 노력하는 자의 몫이었다.

겁 없는 10대 김민석(19·성남시청)이 올림픽 데뷔전에서 제대로 사고를 쳤다.

김민석은 13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오벌)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에서 1분44초93을 기록, 키얼트 나위스(네덜란드·1분44초01)와 파트릭 루스트(네덜란드·1분44초86)에 이어 세 번째로 빠르게 결승선을 통과했다.

값진 동메달이다.

동계올림픽 역사상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 종목에서 아시아 선수가 메달을 딴 것은 김민석이 최초다.

당초 김민석을 메달 후보로 꼽은 이는 많지 않았다.

1500m는 단거리의 순간스피드와 장거리의 지구력을 동시에 갖춰야 하는 종목으로, 전통적으로 유럽과 미주가 강세를 보여 왔다.

더욱이 김민석의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개인 최고 기록은 지난해 12월 캐나다 캘거리 월드컵(3차 대회)에서 세운 1분43초49. 지난해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며 ‘아시아 최고’를 입증한 김민석이지만,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비교하면 차이가 있었다.

행운도 따랐다.

우선 이 종목 세계기록(1분41초02) 보유자이자 랭킹 1위인 데니스 유스코프(러시아)가 도핑(금지약물 복용) 논란으로 평창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다.

절대강자가 사라진 것. 또 다른 우승후보 중 한 명인 코헨 페르베이(네덜란드)는 함께 레이스를 펼치던 달 요한손(노르웨이)이 넘어지는 바람에 페이스조절에 어려움을 겪었고, 설상가상 요한손이 넘어지면서 손상된 얼음을 정비하느라 마지막 4명의 선수들은 갑작스런 경기 지연을 겪어야 했다.

"애초에 (김)민석이가 1분44초대로 끊은 게 크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이강석 KBS 해설위원은 행운마저도 김민석이 만들어낸 것이라 칭찬했다.

이강석 위원은 "민석이가 1분44초대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다른 선수들이 긴장을 했을 것이다.운이 좋았던 것은 맞지만, 기본적으로 좋은 기록을 만들어놨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면서 "이미 민석이는 1500m에서 아시아의 독보적인 선수가 됐다.감히 말하건대 2022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네덜란드 선수들이 꼽는 라이벌 1순위가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