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중 하루는 제 시간으로 써도 괜찮지 않나요?"서울 용산구에 사는 직장인 박수현(32) 씨는 17일 지난 설 연휴 때와 마찬가지로 거주지에 위치한 카페를 찾았다.

박 씨는 이번 연휴 첫날에는 본가에서 가족들과 식사를 하고 하룻밤 머물었지만, 이튿날 혼자 살고 있는 오피스텔로 돌아왔다.

그리고 가장 먼저 집 앞 카페를 찾았다.

박 씨는 "책 한 권 가지고 카페로 나왔는데, 이번 연휴에도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카페에 와있어서 놀랐다"면서 "더군다나 이번 연휴는 짧아서 고향에 내려가지 않고 자기 시간을 갖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오늘날 카페는 더이상 식사 후에 입가심을 위해 커피를 마시는 공간으로 역할만 하지 않는다.

현대인들에게 카페는 어느새 '내 시간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에 학생, 주부, 연인 가릴 것 없이 각자의 이야기를 안고 카페로 모인다.

특히 취업준비생들이나 결혼적령기 미혼남녀들에게 카페는 일종의 대피소로 적격이다.

이들은 "언제 취업할 거냐", "결혼 소식은 언제 들려줄 것이냐"며 다그치는 가족을 피해 카페로 도망치고 있다.

알바몬이 지난 11일 성인남녀 195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중 66.3%가 명절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대학생·취업준비생들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으로 '취업에 대한 친척들의 잔소리'가 꼽혔다.

이에 이들의 발걸음은 자연스레 도서관, 카페, 독서실 등으로 향하고 있었다.

실제 네이버 취업 및 공기업 준비 사이트인 스펙업, 공준모(공기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모임) 등에서 설 연휴 24시간 영업 카페를 문의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취재진이 찾은 용산역 앞에 위치한 스타벅스도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은 채 여유를 즐기는 이들로 북적였다.

책 한 권을 친구 삼아 자기 계발과 힐링을 즐기면서 명절 스트레스로부터 멀어지고 싶다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인천에 거주하는 직장인 최영훈(37) 씨는 용산에 있는 카페까지 나와 연휴를 즐겼다.

최 씨는 "가족들이 분당에 살고 있다.연휴 첫날 가서 가족들을 만났다"며 "직장에 잠시 들려서 급한 일을 처리한 후 카페에 와서 책을 읽고 있다"고 했다.

최 씨는 이어 "제 또래 친구들 중 설 연휴에 무조건 고향에 가기 보다 자기 시간을 즐기는 이들이 많아지는 추세"라며 "저 같은 경우는 남은 연휴도 따로 투자를 하면서 제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라고 했다.

공익요원으로 군 복무 중인 방민규(22) 씨 역시 커피를 마시며 남북관계의 대화와 접촉의 역사를 다룬 책 '70년의 대화'를 읽고 있었다.

방 씨는 "저희 가족은 설 전이나 이후에 친척들을 만난다.이번 설 역시 휴일이니까 쉬자는 분위기"라며 "설 연휴가 끝난 주말에 친척들이 모여서 다같이 식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방 씨는 모처럼 찾아온 휴일인 만큼 홀로 여유를 즐길 계획이다.

방 씨는 "연휴라서 시간도 남고, 바람도 쐬고 싶어서 집에서 쉬다가 나왔다"며 "책을 읽으면서 쉬는 것도 하나의 힐링"이라고 했다.

혼설족(혼자 설을 보내는 사람들)만 카페에서 '혼자 놀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결혼을 하거나 연인이 있는 이들 중에서도 굳이 멀리 나가는 것 보다 휴대폰으로 평창 동계올림픽 중계도 보고,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것을 택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서울 강동구에 거주하는 이윤경(29) 씨도 이날 자신의 수첩을 정리하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것을 선택했다.

이 씨는 "시댁은 이미 다녀왔다"며 "시어머니가 연휴가 짧으니 빨리 들어가 쉬라고 배려해주셨다"고 말했다.

결혼 6개월차 신혼이지만, 이 씨는 이날 홀로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이 씨는 "남편은 친구들을 만나러 갔다.남편 역시 본인의 시간을 즐기고 있는 것"이라며 "저는 카페에 와서 일할 것들을 정리한 후에 남편과 데이트를 할까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