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속 女 500m 은메달 소회 밝혀 / “아직도 경기 끝났을 때 감정과 비슷 / 순간순간 울컥해서 눈물 날 것 같아 / 경기 영상 먼 훗날 진정됐을 때 볼 것 / 고다이라와는 중학교 시절부터 친해 / 더 뛰고 싶지만 베이징올림픽 확답 못해 ”2006 토리노부터 2018 평창까지. 12년이란 시간은 10대 소녀를 어느덧 서른 즈음에 접어든 여인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쉼 없이 달려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를 따내며 이미 ‘살아 있는 전설’ 반열에 오른 이상화(29)가 "이제 7개의 알람을 끄고 모든 것을 내려놓은 채 쉬고 싶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19일 오후 강릉올림픽파크의 코리아하우스. 전날 강릉 오벌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라이벌’ 고다이라 나오(32·일본)에게 0.39초 차 뒤진 37초33으로 은메달을 따낸 이상화가 모습을 드러냈다.

경기가 끝난 뒤 눈물을 펑펑 흘렸던 이상화에게 하루 지난 지금의 감정이 좀 달라졌느냐 묻자 "똑같다"고 입을 뗀 뒤 "훈련하면서 올림픽이 끝나면 어떨까 생각했었다.아직도 어제 경기 끝났을 때의 감정과 비슷하다.지금도 순간순간 울컥해서 눈물이 흐를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아직 어제 경기 영상을 보지 못했다.당분간은 보지 못할 것 같다.먼 훗날 진정됐을 때 보려 한다"고 덧붙였다.

이상화와 고다이라는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서로의 언급을 자제했다.

특히 이상화는 고다이라의 이름 대신 ‘그 선수’라고 지칭했다.

18일 경기가 끝난 뒤 두 선수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서로에게 기대며 위로와 격려를 보내며 ‘뜨거운 우정’을 과시했다.

이상화는 "저나 고다이라나 올림픽을 향해 매진하고 있어서 서로에 대해 예민했다"면서 "원래 제가 중학교 시절부터 고다이라와 친했다.이제는 다 끝났으니 서로에게 축하를 주고받을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고 웃어 보였다.

이상화는 이번 올림픽이 현역 마지막 경기가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4년 뒤 베이징 올림픽 도전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그는 "능력이 있으면 1~2년은 더 뛰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올림픽에 대해선 아직 확답은 못 드리겠다.우선은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편히 쉬고 싶다.이제는 7개 알람 시간에 상관없이 일어나고 싶은 시간에 일어나고 먹고 싶은 것을 다 먹고 싶다"고 말했다.

7개 알람의 구체적인 내용을 묻자 이상화는 쑥쓰러운 듯 웃으며 "그냥 새벽, 오전, 오후, 저녁 운동 시간과 그 사이사이 낮잠 시간 정도다.알람은 어제부로 다 껐다"고 말했다.

크고 작은 부상은 있었지만 정상을 지킨 2010 밴쿠버와 2014 소치와 달리 이번 평창 올림픽을 준비하는 기간 동안 이상화는 끊임없는 부상과 싸워야 했다.

그는 "소치 때 한 기자가 ‘4년 뒤에도 금메달 따실 거죠’라고 물은 적이 있다.그래서 제가 ‘그럴 수 있을까요’라고 반문한 기억이 있다.소치에서는 정상을 지키고 있었고 세계신기록도 그 즈음 세울 정도로 몸이 좋아 스케이트가 쉬웠다"면서 "부상으로 감을 잃었고 그 감을 찾는 데만 1년 반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그래서 너무나 힘들었다"고 지난날을 회상했다.

그는 이어 "저에 대한 자부심으로 그 힘든 시간을 버텨왔다.여전히 나는 내게 100점을 주고 싶다.입버릇처럼 ‘은퇴하면 전설적인 선수로 남고 싶다’고 했었는데 사실 이미 전설로 남았죠, 뭐"라면서 씩 웃어보였다.

18일 경기로 이번 올림픽 공식 일정을 마친 이상화는 이제 선수단 동료를 찾아다니며 응원할 계획이다.

그는 "우선 19일 여자 쇼트트랙 계주를 응원갈 생각이고 아이스하키도 보러 가고 싶다"고 말했다.

강릉=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