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어어어어…, 와~.' 설 연휴인 지난 17일 오후 7시께, 이날도 청와대는 불을 밝혔다.

대한민국 곳곳이 그랬다.

이 시각 '메달 효자 종목'인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남자 1000m 결전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여자부 김아랑, 심석희, 최민정 선수와 남자부 서이라, 임효준, 황대헌 선수가 각각 경기에 나섰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도 현장에 있었다.

문 대통령 내외는 오후 6시 57분께 강원도 아이스 아레나 경기장에 들어섰다.

쇼트트랙 여자 1500m 예선 경기 시작 3분 전이었다.

문 대통령은 경기장 1층에 김 여사와 나란히 앉았다.

지난 10일 문 대통령은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경기를 관람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과 김 여사는 국민들과 같은 마음으로 응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실시간으로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오후 7시 7분, 여자 1500m 예선 1조 경기에서 심석희 선수가 도중에 넘어지자 문 대통령 내외는 아쉬워하며 탄식을 내뱉었다.

심 선수가 다시 일어서자, 박수로 격려했다.

이어 오후 7시 27분께 예선 4조 6위로 출발했던 김아랑 선수가 숨막히는 추격전 끝에 1위로 들어온 뒤 손을 흔들자, 문 대통령과 김 여사도 함께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오후 8시 10분께 남자 1000m 준준결선 1조 경기는 손에 땀을 쥐게 했다.

한국선수 3명이 포함돼, 2명만 준결선에 진출할 수 있게 되자, 문 대통령은 "3명 모두 우승후보인데 1명은 떨어져야 한다니"라며 안타까워 했다.

조 1위로 준결선에 진출한 김아랑과 최민정 선수의 경기에서도 문 대통령 내외는 마음을 졸였다.

오후 8시 26분께 김아랑 선수의 페널티 여부를 판독하기 위한 시간 동안 전광판에서 눈을 떼지 않고 응시했다.

1위가 확정되는 순간, 박수를 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최민정 선수가 1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하자, 김 여사는 양손을 크게 흔들기도 했다.

드디어 금메달이 걸린 여자 결선이 시작되자 "대한민국~" 연호에 맞춰 문 대통령과 김 여사는 박수를 쳤다.

최민정 선수가 금메달을 따자 한참 동안 박수를 치며 격려했다.

남자 결선에는 임효준과 서이라 선수가 진출했지만, 도중 넘어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판독 끝에 서이라 선수가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오후 9시 39분께 문 대통령은 김 여사에게 "시상식까지 보고 가자"며 마지막까지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경기 내내 문 대통령의 팔을 꼭 붙들고 안타까워 하거나 파도타기 응원을 하는 등 김 여사의 다양한 표정을 담은 사진은 다음 날인 18일 임종석 비서실장을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앞서 청와대 안팎에선 문 대통령 내외의 '금실이 좋다'는 말이 여러 번 나왔었다.

기자 역시 '실화구나' 싶었다.

문 대통령 내외의 뜨거운 응원 덕분인지 쇼트트랙 선수들은 무사히 경기를 치렀다.

다만 문 대통령의 심중을 어지럽히는 것은 또 따로 있어 보였다.

경기 전 문 대통령은 평창 프레스센터를 찾아 내·외신 기자들과 약식 간담회를 가졌다.

'남북 정상회담의 시기' 등과 관련된 기자들의 질문에 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많은 기대를 하지만 마음이 급한 것 같은데, 우리나라 속담으로 치면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고 했다.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대화 흐름이 복원되자, 정상회담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지만, 청와대는 '속도 조절'에 나서며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13일 "금지옥엽 같은 기회"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도 이러한 심경을 내비친 듯했다.

먼저 북미간 대화 움직임을 지켜본 뒤 일을 차근차근 풀어나가겠다는 의지를 에둘러 표현한 것이란 해석이다.

속담 뜻 그대로, 모든 일엔 순서가 있는 법이다.

얽히고 설킨 한반도 정세도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경기처럼 시원하게 결말이 나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