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구매자 신원조회 개선” / 철옹성 ‘총기 소유 자유’ / 59명 숨진 라스베이거스 참사 등 / 사고 때마다 논란 일다 ‘유야무야’ / 그 뒤엔 총기협회 로비 / 지난 대선 때 푼 후원금 5400만弗 / 이중 3000만弗 트럼프 캠프 손에 / 공화 일각 변화 목소리 / 폴로리다 총격 후 10대 조직적 분노 / 자동발사총 ‘범프 스탁’ 규제 탄력미국 플로리다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기난사로 17명이 사망한 이후 미국에서 총기규제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이전의 사례를 보면 총기규제 강화 조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CNN방송 등 미 언론 다수는 19일(현지시간) 이번 참사가 규제 강화의 전환점으로 작용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10월 59명을 숨지게 한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총기난사 사건 직후에도 총기규제는 강화되지 않았다.

식상할 만큼 논란이 이어졌지만 승리자는 늘 총기소지 옹호론자들이었다.

공화당과 이 당의 지지자들이 다수 세력이다.

그중 미국 최대 로비단체인 전미총기협회(NRA)의 영향력이 막강하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NRA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정치인들을 후원하는 자금력을 보이고 있으며, 일반인을 상대로는 홍보전을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16년 NRA는 5440만달러를 선거 후원금으로 사용했으며, 이 중 3000만달러를 트럼프 캠프에 투입했다.

NRA의 후원을 받은 공화당이 필사적으로 총기소지 옹호에 나서는 배경을 짐작할 수 있다.

NRA는 일반인을 상대로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전개한다.

일상적인 삶의 안정과 자유를 위해서는 총기소지 자유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수정헌법 2조는 무장한 민병대가 자유로운 국가 수호의 핵심이므로 개인의 무기 소유와 휴대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2016년 출범시킨 자체방송 NRA TV의 기능도 무시할 수 없다.

이 매체는 테러와 범죄가 넘치는 환경에서 개인의 안전을 위해서는 총기를 소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반복한다.

총기소지를 삶의 영역에 안착시킨 NRA와의 ‘문화 전쟁’에서 성과를 거두려면 정치적 논쟁을 벗어난 싸움을 시작해야 한다는 제안을 폴리티코가 진보진영에 던지는 배경이다.

그럼에도 그동안 총기규제 강화에 미온적이었던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일부 의원들이 진일보한 면모를 보이기 시작했다.

백악관은 19일 트럼프 대통령이 범죄경력조회 시스템 개선 노력을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회 시스템을 강화해 범죄자 등 부적격자의 총기구입 제한 조치에 지지 입장을 피력한 것이다.

지난해 라스베이거스 총기난사 이후 제기된 ‘범프 스탁’ 규제 논의도 탄력을 받고 있다.

미 언론은 트레이 가우디 하원의원 등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범프 스탁 금지에 찬성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범프 스탁은 방아쇠를 누르고만 있어도 1분당 400~800발이 자동 발사된다.

또래 집단의 희생을 지켜본 10대 청소년들도 이례적으로 총기규제 강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부 학생들은 19일 백악관 앞에서 ‘내가 다음 차례?’, ‘법을 만드는 주체는 의회인가, NRA인가?’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펼쳤다.

일반인들의 자구책도 강화되고 있다.

이번 총기난사 다음날인 15일 플로리다주를 중심으로 500개의 강화 백팩이 팔리며 판매량이 평소보다 30% 늘었다.

강화 백팩은 방탄복 제작용 섬유를 사용한 것이다.

그러나 19일 텍사스주에서 음식점을 찾은 가족을 상대로 한 총격이 발생하는 등 여전히 총기난사 공포는 미국을 할퀴고 있다.

워싱턴=박종현 특파원 bal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