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진·관객 등 인권침해 사례 빈번 / 권익보호위 가동 불구 실효성 없어지난 16일 민족 대명절인 설날 새벽. 강원도 강릉의 평창동계올림픽 차량운영부(TRA) 사무실에서 통역담당 자원봉사자 A씨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뛰쳐나왔다.

올림픽 때문에 강릉에 발이 묶여 설 차례도 지내지 못한 그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사연은 이렇다.

A씨는 올림픽패밀리(VIP)의 통역을 맡는 고급인력이다.

그런데 업무 도중 올림픽패밀리 전용 차량인 T3에 탑승하다 조직위 차량운영부 매니저 B씨에게 올림픽패밀리와 동승할 수 없다는 제지를 받았다.

A씨는 이 같은 사항을 사전에 듣지 못했다며 항의했고 이 과정에서 B씨가 A씨를 자신의 사무실로 데리고 와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퍼부었다.

이에 B씨는 "자원봉사자에게 욕을 한 것이 아니라 통역팀장에게 불만을 표시했다.A씨에게는 다음날 직접 만나 사과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설날 벽두부터 모욕감을 느껴야 했던 A씨의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자원봉사자들의 인권 침해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상처를 주는 주체는 일부 조직위 매니저뿐만이 아니다.

관중안내 부서에서 일하는 한 자원봉사자는 안내 과정에서 관중이 자신에게 욕을 하는 일이 많다며 "욕먹으면서까지 봉사를 하고 싶지는 않다"고 얼굴을 붉혔다.

TRA의 한 자원봉사자도 애초 부서에 배정된 자원봉사자들이 이탈했지만 인원 충원이 되지 않아 쉴 시간도 없다고 했다.

문제는 자원봉사자의 열악한 처우문제가 진즉에 제기됐지만 나아질 기미가 없다는 데 있다.

행정안전부는 평창올림픽 조직위에 경험이 풍부한 자원봉사자 33명으로 구성된 ‘자원봉사자 권익보호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올림픽 버전 인권위’인 셈이다.

그러나 자원봉사자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더라도 참고 넘기는 경우가 많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이래저래 무보수로 하루 최대 9시간을 일하는 청년들은 ‘봉사’라는 이름 아래 멍들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의 익명 투고 공간인 페이스북 ‘2018 평창동계올림픽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지에는 지금도 인권 침해 사례가 줄지어 올라온다.

동계올림픽의 모범사례인 솔트레이크시티, 릴레함메르 올림픽 등은 대회 기간 자원봉사자의 노고가 성공 요인으로 꼽혔다.

이 귀중한 교훈을 잊지 않았다면 대회가 열기를 더해가는 지금 자원봉사자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줘야 한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