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임시국회를 통해 굵직한 국정 현안 처리와 민생 챙기기를 다짐했던 국회가 '김영철 방남' 소식에 또 다시 멈추는 모양새다.

여야가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방남 소식에 이견을 보이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오는 25일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 참석을 위해 2박 3일 일정으로 방남한다.

통일부는 22일 "북한이 이날 오전 남북고위급회담 북측 단장 명의의 통지문을 보내 김영철 통전부장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을 대표로 하고, 수행원 6명 등 모두 8명의 고위급 대표단을 평창올림픽 폐막식에 파견한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청와대와 정부에 따르면 북한 고위급 대표단은 폐막식 당일인 25일 경의선 육로를 이용해 남한으로 내려와 2박 3일 동안 머문다.

문 대통령은 폐막식을 포함해 최소 2차례 이상 북한 대표단을 만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대표단은 폐막식 등에서도 만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개막식에 김정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온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방한에 이번 방문도 한반도 긴장 완화와 남북 관계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야당의 반응은 정반대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지난 2010년 일어난 천안함 폭침 도발과 2015년 목함지뢰 도발 등 대남 도발의 주범이라며 그의 방남을 격렬히 반대하고 있다.

김 부위원장은 북한 내부에서 대남 강경파로 알려진 인물이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김영철을 "사살 대상"이라며 집단행동에 나설 계획이다.

한국당은 23일 오전 청와대를 긴급 방문해 김영철의 방남을 반대하는 입장을 전달했다.

바른미래당 역시 김영철의 방남을 반대했다.

김철근 대변인은 "김영철 단장 대표단 방문은 남북관계 진전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사실상 대북제재를 흐트러뜨리려는 북한의 정치적 의도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이 북측에 다른 대표단을 선정해줄 것을 요구하라고 촉구했다.

야당의 반발이 거세게 일자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23일 "박근혜 정권 시절, 2014년 10월 15일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 나선 북측의 수석대표가 김영철 부위원장이었다.당시 일부 언론에서 김영철의 천안함 배후설이 제기되었지만, 당시 새누리당, 지금 자유한국당의 전신은 오히려 '남북 간 대화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공식 논평을 낸 사실을 상기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10년 천안함 폭침사건에 대한 합동조사에서 김영철의 연루 사실은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 국방부의 발표였다.한 마디로, 지금의 한국당이 김영철을 트집 잡는 행태는 '올림픽 훼방세력'에 다름이 아닐 것이다.안보무능세력이자, 평화무능세력에 불과한 자유한국당이 남의 나라 잔치도 아니고 바로 자기 나라 잔치에 재를 뿌리는 행동은 즉각 중단되어야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김영철 방남을 두고 야당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정국이 급랭된 모양새다.

강원랜드 채용 비리와 관련해 부정청탁 의혹을 받는 한국당 소속 권성동 법제사법위원장의 거취를 놓고 법사위가 파행을 빚었던 터라 여야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이 여파로 최소한 북측 대표단 방남 기간까지는 국회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끝으로 회기 종료(28일)가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빈손' 국회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각 정당의 민생과 관련한 법안 처리 문제도 시간이 빠듯하다.

민주당은 상가임대차보호법, 중소기업기술보호법 등 핵심 법안 처리에 힘을 쏟고 있으나, 김영철 방남 문제로 보이콧 움직임까지 있는 야당이 협조할지는 미지수다.

시기 등을 놓고 여야가 이견을 보이는 개헌 문제도 난항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오는 6월 지방선거와 개헌 투표를 동시 실시하겠다며 속도를 내고 있고, 바른미래당도 민주당에 협조하기로 뜻을 모았다.

현재 한국당만 개헌 국민투표 시기를 10월 말을 제시한 상황이다.

자칫 개헌 마련에 제동을 거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는 한국당은 북측 대표단 인사 문제를 문제 삼아 개헌과 관련한 협의를 미룰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치적 이해관계까 얽혀 있어 접점을 찾지 못하는 선거구 획정의 타결도 더욱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김영철 부위원장의 방남 반대 명분을 내세워 야당이 협상 테이블에 나올지도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다만 3월 2일부터 광역의원 예비후보 등록일이 시작되는 만큼 선거구 조정이 이뤄지는 일부 지역의 혼란을 막기 위해 공직선거법 개정안 처리 문제는 예외로 다룰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