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이 17일 전국위원회를 열고 민주평화당과 공동교섭단체 구성을 위한 협상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정의당은 "적폐청산과 개혁이 국회에서 멈춘 현실을 타파하고, 촛불민심을 실현하기 위해 원내 공동교섭단체 구성을 위한 협상을 추진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협상이 마무리되면 국회에는 4개의 교섭단체가 생기게 된다.

추가경정예산안 통과, 개헌 협상 등을 앞두고 국회 지형이 다시 요동칠 전망이다.◆평화·정의 "촛불혁명 완수 위한 일"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이날 전국위 회의 모두발언에서 "정의당이 공동교섭단체를 추진하는 이유는 오로지 촛불혁명을 전진시키려는 것"이라며 전국위원들의 동의를 구했다.

최석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해 정의당은 어느 때보다도 선명하고 강한 목소리로 국민을 대변하겠다"며 "변한 것은 단 하나다.더 강한 정의당이 되어 소수 약자를 지킨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대변인은 "(평화당과의 협상 결과에 대한) 최종 결정은 차기 전국위에서 승인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평화당은 환영했다.

이용주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정의당 당원의 결단을 환영한다"며 "평화당과 정의당은 앞으로 공동교섭단체를 통해 한반도 평화, 적폐청산, 권력기관 개혁 등 촛불혁명 완수를 위한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평화당과 정의당은 조만간 공동교섭단체 구성을 위한 구체적인 논의에 착수할 예정이다.

공동교섭단체가 성공적으로 구성되면 평화당(14석)과 정의당(6석)에 더해 공동교섭단체 구성 시 참여하기로 한 무소속 이용호 의원까지 합쳐 21석을 가진 새로운 교섭단체가 국회에 등장한다.

하지만 정의당 안팎에서는 아직 공동교섭단체 구성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예상됐던대로 이날 전국위에선 당의 정체성, 지방선거에서의 혼란 등을 이유로 반대 의견이 나왔다.

일부 당원들은 회의장에서 ‘당원에게 설명하지도, 묻지도 않은 공동교섭단체 절대 반대’ 팻말을 들고 항의하기도 했다.

추경 등 당면 현안에서도 양당은 견해 차이를 보이고 있다.◆요동치는 국회 지형…與·野 셈법 제각각제 4교섭단체가 등장하면 당장 국회 협상 지형에 변화가 생긴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으로 구성된 3개 교섭단체 체제가 4개 교섭단체 체제로 바뀌는 것이다.

지금으로선 제 3당인 바른미래당이 각종 현안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제 4당 등장으로 캐스팅보트 역할이 분담될 수도 있다.

당면 과제인 추경 통과, 개헌 및 선거구제 개편 등에서 협상의 무게 균형이 조정되는 것이다.

특히 선거구제 개편은 정의당이 당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공동교섭단체 구성을 결단한 가장 큰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선거구제 개편은 소수정당인 정의당의 숙원 사업이지만, 비교섭단체라는 점에 발목을 잡혀 논의에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이 대표는 이날 전국위 회의에서도 "우리 당과 대한민국의 운명이 걸린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논의에 개입하려면 지금이 공동교섭단체를 만들 적기"라고 강조했다.

5월로 예정된 원구성 협상에서도 지난해 3당 체제에서의 협상보다 훨씬 더 복잡한 고차방정식이 만들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원구성협상에서 제 3당이었던 국민의당은 2개의 상임위원장직을 배정받았는데, 제 4교섭단체도 최소 1개의 상임위원장직 배분을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여당인 민주당에선 교섭단체가 하나 더 늘어남으로서 원내 협상 난이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를 하면서도 ‘우군’의 등장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한 여권 관계자는 "현재 민주당 대 범보수 연합(한국당, 바른미래당) 구도에서 진보 성향의 제 4당이 등장하면 협상의 균형을 조금 더 우리 쪽으로 맞출 수 있다"며 "사실 우리로선 잘 된 일"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과 새 공동교섭단체를 중심으로 하는 ‘범(凡)진보’와 한국당·바른미래당을 축으로 하는 ‘범보수’가 대립하면서 구도가 오히려 단순명료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제 3당인 바른미래당은 제 4당 등장을 경계하는 것으로 보인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의원은 전날 라디오방송에서 "(평화당과 정의당이) 정체성에서 상당히 차이가 있기 때문에 원만하게 교섭단체를 이끌어가는 데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며 "두 당이 그동안 여당과 상당히 가까운 입장을 보였기 때문에 큰 차이는 없다.여전히 바른미래당이 최종 캐스팅보트 역할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공동교섭단체의 향후 행보에 대해서도 "그동안 민주당의 이중대 역할을 한 것이 사실 아닌가. 민주당과 다른 입장을 낸 것을 저는 특별히 보지를 못했다"고 꼬집었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