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이명박(77) 전 대통령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포토라인에 모습을 비췄다.

박근혜(66) 전 대통령이 같은 자리에 선 지 정확히 358일 만이다.

지난 9년의 보수정권을 가리켜 두사람의 이름을 합쳐 일명 '이명박근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두 사람의 정치적 행보는 얽히고 설켰다.

검찰이 두 전직 대통령을 수사한 기간은 유사점을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147일, 이 전 대통령은 150일이 소요됐다.

검찰이 두 사람에게 적용한 주요 혐의에서도 공통점이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2017년 3월 21일 박 전 대통령을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뇌물수수 및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소환했다.

당시, 검찰은 삼성그룹 등 대기업들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774억 원을 강제 출연하게 한 혐의와 삼성그룹이 최순실(62) 측에 지원했거나 지원을 약속한 229억 원은 박 전 대통령이 이재용(49) 삼성그룹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도와준 대가로 받은 뇌물이라고 규정해 뇌물수수혐의를 적용했다.

이 전 대통령도 뇌물수수 및 직권 남용, 국정원 특별활동비 수수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소환됐다.

이 전 대통령은 삼성 측에게 60억 원에 이르는 '다스'(DAS)의 미국 소송비용을 대납하게 한 혐의를 비롯해 100억 원대의 뇌물수수와 300억 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청와대 부속실과 비서실을 통해 총 17억5000만 원에 이르는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이 적용한 혐의 개수도 비슷하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소환 당시 21개의 혐의가 적용됐다.

박 전 대통령은 당초 13개의 혐으로 소환됐지만 재판을 거치며 문화계 지원배제, 기밀문서 유출 등 관련 혐의들이 더해져 21개로 늘어났다.

또 두 사람은 100억 대가 훌쩍 넘는 거액의 뇌물수수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파악한 이 전대통령이 국가정보원과 삼성 등 민간기업으로부터 수수한 불법 자금의 규모는 총액이 111억 원, 박 전 대통령은 무려 433억 원으로 파악됐다.

현 정부의 검찰 소환에 대해 두 전직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정치보복'이라고 생각한다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 2017년 10월 16일 형사재판 법정에서 박 전 대통령이 재판 보이콧을 선언하며 발표한 입장문에서 "법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은 마침표가 찍어졌으면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바레인으로 출국하면서 공항에 나온 취재진에게 "지난 6개월 동안 적폐청산을 보며 이것이 과연 개혁인가, 감정풀이인가, 정치보복인가라는 의심이 든다"라고 말해 정치보복론을 제기했다.

이어 지난 14일 검찰 포토라인에서 직접 준비해온 대국민 입장문에서도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전 대통령이 직접 '정치보복'이라는 단어를 쓰진 않았지만 그가 앞서 지난 1월 17일 연 기자회견에서 직접 '적폐청산 검찰수사는 정치보복'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기에 검찰 수사가 현 정권의 정치보복이라는 의사를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해석했다.

반면, 검찰은 두 사람의 뇌물수수 혐의 중 뇌물을 받는 방식은 다르다고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일부 뇌물 혐의에 대해 '제3자 뇌물죄'가 적용됐다.

삼성그룹 등 대기업들이 경제공동체를 형성한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직접 뇌물을 받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시 특별검사팀은 박 전 대통령과 최 씨가 오랜 기간 경제적 공동체로 활동했다고 봤다.

삼성그룹 등 대기업들이 최 씨의 미르·K스포츠재단에 모금한 행위가 대표적이다.

반대로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국정원 특활비 수수에 관해서는 제3자가 아닌 본인이 직접 받았다고 잠정적으로 결론내렸다.

또 다스 지분의 89%가 이 전 대통령의 차명 지분이라는 점에서도 삼성이 납부한 미국 소송비용 역시 이 전 대통령에게 전해진 뇌물이라고 판단했다.

검찰 출석 당시, 두 대통령 자택의 분위기가 극명히 갈라져 세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소환 수일 전부터 숱한 지지자들이 강남구 삼성동의 자택에 모여 태극기를 흔들고 박 전 대통령을 향한 응원을 보냈다.

일부 지지자들은 차량통행을 방해하고 눈물을 쏟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 소환 당시 검찰청사와 논현동 자택 주변에는 지지자들이 보이지 않았고, 측근들만 자리했다.

자택 주변으로 배치한 경찰의 병력에서도 박 전대통령은 36개 중대(3000명), 이 전 대통령은 13개 중대(1000명)으로 약 3배의 차이를 보였다.

보수정당 출신인 전직 대통령의 검찰 소환을 두고 주변의 분위기가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우선 재임 시기의 차이가 컸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파면 선고 후, 11일만에 검찰에 소환됐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상당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반해, 이 전 대통령은 2013년 2월 24일 퇴임한 후 5년 만인, 1844일 만에 검찰 포토라인에 섰다.

대통령의 직책에서 물러난 지 오래된 이 전 대통령을 향한 지지자들의 결속력은 상대적으로 약할 수 밖에 없다는 해석이 나오는 부분이다.

두 전직 대통령은 검찰 조사를 받은 전직 대통령 다섯 명 중 나란히 최장 조사 시간 1, 2위를 기록했다.

지난 14일 이 전 대통령은 조사 시간으로 21시간을 소요했고, 박 전 대통령도 지난해 3월 22시간 가까이 조사를 진행했다.

길었던 조사 시간만큼 이들의 표정과 태도에도 관심이 쏠렸지만 두 사람은 소환 전 입장 발표에서 다른 모습을 보였다.

검찰에 소환된 조사를 받기 전 박 전 대통령은 포토라인에서 "송구하다"는 내용으로 29자의 짧은 인사를 했다.

반면 이 전대통령은 직접 준비한 대국민 메시지를 전했다.

장장 21시간이 넘은 조사 후 태도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박 전 대통령은 소환 조사 후 검찰청을 나서며 표정없이 지친 모습을 보였다.

반면 이 전 대통령은 웃으며 나왔다.

심경을 묻는 취재진을 향해서는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고 자택으로 향했다.

이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청구는 적어도 1주일 내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은 최종 영장 발부까지 열흘이 소요됐다.

검찰은 다음달인 4월 6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는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30년, 벌금 1185억 원을 구형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