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상선들이 오가는 넓은 바다를 통제하기 위해 해상 강국들은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왔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바다를 장악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으로 자리 잡은 것은 항공모함이다.

분쟁이 발생할 위기가 고조되는 지역에 공군기지를 건설하고 전투기를 파견하거나 인근 국가의 협조를 얻어 파병을 하는 것보다는 공해(公海)상에 항공모함을 띄우는 방법이 훨씬 효과적이다.

이같은 장점에 주목한 미국과 프랑스, 러시아, 스페인, 이탈리아 등은 자국의 특성에 맞는 항공모함을 보유하고 있다.

동아시아에서도 중국과 일본이 항공모함 보유를 추진하면서 동아시아 바다를 둘러싼 경쟁도 뜨거워지고 있다.◆中日 "항모가 있어야 동중국해 장악도 가능"동아시아에 항공모함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패권을 장악한 미국 해군의 핵심 전력인 니미츠급 핵추진항공모함에 맞서 중국이 항공모함 건조에 나선 가운데 제2차 세계대전의 항공모함 강국 일본도 항모 재확보 의지를 내비쳤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해상자위대 헬기 경(經)항공모함 이즈모함을 정식 항공모함으로 개조할 방침을 확인했다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이 지난 3일 보도했다.

2013년 진수돼 2년 뒤 실전 배치된 2만7000t급 함정인 이즈모함은 항공모함처럼 함정 앞부분에서 뒷부분까지 갑판이 평평해 최대 헬기 14대가 뜨고 내릴 수 있다.

헬기 항공모함은 냉전 시절부터 등장했던 개념이다.

지상에서 이륙하는 해상초계기가 활동하기 힘든 먼 바다에서 잠수함을 탐지하기 위해 ‘떠다니는 해상작전헬기 기지’ 역할을 하거나 상륙작전 과정에서 해병대원들을 헬기에 태워 해안에 투입하는 역할을 맡았다.

헬기 항공모함 운용 경험이 축적되면 러시아가 모스크바급 헬기 항공모함에서 키예프급 경항공모함으로 발전한 것처럼 수직이착륙 전투기를 탑재한 정규 항공모함을 건조하거나 미국의 와스프급 강습상륙함처럼 헬기, 공기부양정(LCAC)을 탑재한 상륙작전용 함정으로 발전한다.

오오스미급 상륙함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 해상자위대는 이즈모함을 정규 항공모함으로 개조할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

갑판과 함내 격납고를 연결하는 엘리베이터를 미국 해병대용 수직이착륙 스텔스 전투기 F-35B(길이 15m, 폭 11m)에 맞춰 설계할 정도로 건조 당시부터 항모 개조 가능성을 열어뒀다.

도료는 F-35B가 이착륙할 때 분사하는 500도의 열에 견딜 수 있는 재료를 사용했다.

전투기가 갑판에서 활주해 이륙할 수 있도록 경사진 받침대를 함수에 설치하는 작업만 진행하면 정규 항공모함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이즈모함과 동급으로 지난해 취역한 가가(加賀)함도 개조되면 일본은 항공모함 2척을 확보할 수 있다.

일본의 항공모함 도입 움직임은 중국의 행보에 자극받았다.

중국은 일본이 점유한 동중국해 센카쿠제도(尖閣諸島:중국명 댜오위다오)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 항모를 개조해 만든 5만5000t급 항공모함 랴오닝(遼寧)호를 2012년 9월 취역시킨 중국은 지난해 4월 랴오닝함을 토대로 건조한 6만5000t급 항모 산둥(山東)호를 진수했다.

랴오닝호와 산둥호는 전투기가 이륙할 수 있도록 함수에 경사진 받침대를 설치했으며, 중국제 J(젠)-15 전투기와 헬기 등 항공기 48대를 탑재한다.

중국은 상하이 장난(江南)조선소에서 8만t급 항모를 건조하고 있으며 2025년까지 핵추진항공모함을 확보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전략적 압박 능력 확보 쉽지 않아중국과 일본의 항공모함 보유는 항공모함이 갖고 있는 무력시위 효과 등 전략적 차원에서의 압박 능력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중국, 일본이 항공모함을 확보한다 해도 전략적 능력을 갖는 것은 다른 문제다.

항공모함이 전략적 가치를 가지려면 장거리 방공(防空) 및 타격 능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투기 외에 조기경보통제기와 전자전기, 해상작전헬기 등 다양한 종류의 항공기와 전장을 실시간으로 지휘·통제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전투기에 장착 가능한 공대지(空對地), 공대함(空對艦) 미사일 등 항공무장은 물론 장거리 탐지 레이더도 필요하다.

항모에서 이륙한 전투기가 적 내륙 깊숙이 침투해 지상 표적을 공습할 수 있는 능력과 실전경험은 물론 항모와 호위함정 간의 유기적인 해상 합동작전 경험도 갖춰야 한다.

이같은 능력은 미국 해군 핵추진항공모함만이 갖고 있다.

미국 해군은 2차 세계대전 당시부터 항공모함을 활용한 전략적 타격 및 방공작전 경험을 축적해왔다.

E-2D 조기경보통제기와 F/A-18 전투기, SH-60 해상작전헬기 등이 한데 어우러져 최상의 작전능력을 발휘한다.

F-35C 스텔스 전투기가 실전배치되면 전투력은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반면 러시아는 시리아 내전에 항공모함 쿠즈네초프를 투입했으나 작전경험이 부족해 동부 지중해까지 전개하는 동안 함재기인 SU-33 전투기 이착륙 훈련을 쉴 새 없이 진행해야 했다.

시리아 해안에 도착해서도 내륙 깊숙한 지역 타격은 시리아 공군기지에 주둔한 러시아 공군이 주로 맡았다.

냉전 시절부터 항공모함을 운용했던 프랑스도 핵추진항공모함 샤를 드골 건조 및 운용과정에서 숱한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중국은 항공모함 운용 역사가 러시아, 프랑스보다 훨씬 짧다.

작전 능력도 초보적 수준에 머물러 있고, J-15 전투기 외에 다른 종류의 탑재기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항공모함과 구축함이 한데 모여 합동작전을 진행한 경험도 부족하다.

일본은 이즈모함을 개조할 경우 함의 크기가 작아 F-35B 외에 다른 항공기는 탑재가 제한된다.

항공자위대 지원이 없다면 함대와 가까운 거리에서 제한적인 수준의 방공 작전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이즈모함에 F-35B 탑재가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중국 해군과 공군이 센카쿠열도에 접근하는 해상자위대 함대를 공격하기 위해 정찰기나 조기경보통제기를 투입할 때, 이즈모함에서 F-35B가 출격하면 중국 정찰기는 물러설 수밖에 없다.

SM-2 함대공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지만, 상황 변화에 따른 임기응변 측면에서는 F-35B가 훨씬 효과적이다.

F-35B가 해상자위대 함대 상공에서 활동하면 중국 해군과 공군으로 하여금 표적 획득을 어렵게 만들어 정확한 공격을 하지 못하게 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韓, 항공모함 확보 추진 쉽지 않아현재 우리 해군은 항공모함과 유사한 형태이지만 크기는 작은 1만4000t급 상륙함 독도함을 운용하고 있다.

2020년에는 독도함과 유사한 상륙함 마라도함이 취역할 예정이다.

상륙함에는 해병대원들을 태울 수리온 상륙기동헬기가 탑재된다.

일각에서는 마라도함에 F-35B 6대를 탑재해 방공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략적 가치는 낮으나 함대 동정을 살피기 위해 접근하는 정찰기를 저지하는 등 전술적으로는 일정 부분 효과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경우 해병대 병력이 탑승할 공간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 상륙작전 능력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에 따라 중국처럼 정식 항모를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중국이 항모 랴오닝함을 실전 배치하는 등 해군력 증강을 본격화하면서 주변국 견제를 위해 우리도 항모를 보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지난해 10월 해군본부 국정감사에서 일부 야당 의원은 "대양해군을 꿈꾸는 해군이 연안해군에 머무르지 않으려면 항모를 반드시 가져야 한다"며 해군의 적극적 대응을 주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세종대왕급 이지스구축함 1척 건조 비용이 1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이지스함보다 더 많은 예산이 소요될 항모 건조 및 운용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여전히 제기된다.

작전능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최소 3척을 건조해야 하는데, 영국이 운용했던 2만t급 경항공모함과 여기에 탑재할 F-35B 전투기를 확보한다고 가정해도 최소 1~2조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2020년대 도입될 차기 이지스구축함 3척과 3000t급 잠수함 등 대형함정 도입을 앞두고 인력 수급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최소 수백명의 탑승인원이 필요한 항공모함을 확보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가라는 지적도 있다.

신형 고속정과 지대함(地對艦) 미사일을 개발하는 등 대남(對南) 해상도발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는 북한 견제가 우선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군 소식통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크게 감소하지 않는 한 해군의 항공모함 보유는 단기간 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