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차례 노벨문학상 후보에 올랐던 일본 작가 엔도 슈사쿠의 수필집 ‘회상’을 보면 비단잉어 이야기가 나온다.

슈사쿠에 따르면 비단잉어는 작은 어항에 넣어두면 5㎝ 안팎 자라는 것에 그치지만, 연못에서는 25㎝까지 큰다고 한다.

그런데 더 큰 강으로 나가면 90~120㎝까지 커지며 ‘대어’(大漁)가 된다고 한다.

이처럼 주어진 공간에 따라 비단잉어는 한없이 작은 물고기가 될 수도 있고, 또는 대어로 강물을 누빌 수도 있다.

지난 18일 패럴림픽 폐회식을 끝으로 40여일간 한국과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가 막을 내렸다.

이번 올림픽의 성과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만큼 셀 수 없이 많다.

청와대는 지난달 23일 ‘평창 동계올림픽 성과’ 자료를 내고 이번 개최로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의 성장률이 0.2%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분석했다.

내·외국인의 경기장 방문 및 관광으로 5000억 원, 대회 경비로 9000억원 등 모두 1조4000억원의 소비지출로 올해 1분기 GDP 성장률이 오를 것으로 내다보았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최근 발표한 자료에서 이번 동계올림픽을 개최함으로써 64조9000억원의 직·간접인 경제적 효과를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는 1988년 서울 하계올림픽의 약 5배,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약 2배 규모라고 한다.

외교적 성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전격적인 북한의 참여가 선언될 때만 해도 정치권을 비롯한 각계에서는 뒤따를 부작용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지금은 남·북 및 미·북 정상회담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들 정상회담의 결과 예측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한반도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최고 결정권자들의 직접 만남이라는 점에서는 그 의미와 깊이가 상당하다.

전 세계에서 최대의 영향력을 가진 국제기구 유엔의 회원국은 193개국이다.

이보다 많은 국가가 참여하는 IOC(국제올림픽위원회)는 206개의 회원국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두 국제기구의 수장이 지난달과 이달 연달아 한국을 찾았고, 양 기구의 모든 회원국도 우리를 주목했다.

대한민국의 면적은 9만9720㎢로 세계 109위, 인구는 2018년 현재 약 5177만9892명으로 27위다.

이에 비해 국가 GDP는 2016년 기준 1조5297억달러로 세계 11위 규모의 경제 대국이다.

또한 역사의 연원은 청동기 시기 고조선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기원전 100년이 훌쩍 넘는다.

그간 강대국 사이에서 잦은 침략을 겪으며 작은 땅을 지켜왔지만, 지금은 전 세계 200여개 국가 중 결코 작다고 볼 수 없는 국민성과 저력을 보이고 있다.

지난 13일 환경부와 외교부는 양부처 장관의 주재로 정책협의회를 열었다.

그 결과 기후변화와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대응, 환경산업의 해외 진출 등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모두 참여하는 지속가능발전 분야의 외교 현안과 환경 문제에 관해 양부처가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개도국과 중진국, 선진국의 면모를 매우 짧은 시간에 모두 갖춘 국가는 지구상에서 대한민국뿐이다.

개도국의 문제인 빈곤, 교육, 민주화, 정치제도, 양적인 경제성장과 인프라 구축. 선진국의 고민인 기후변화와 온난화, 환경오염, 질적인 경제성장 등의 문제를 풀 수 있는 한국만이 가지고 있는 경험과 해법이 적지 않다.

오는 21일에는 환경부와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주최로 정부 차원의 ‘국가 지속가능 발전목표(K-SDGs)수립을 위한 국제 콘퍼런스’가 개최된다.

K-SDGs가 한국형 또는 국내에만 한정된 목표가 아닌 전 세계 지속가능성의 좋은 모델이 될 것으로 유엔과 여러 국가가 기대하고 있다.

평창올림픽이 한국의 경제와 평화 구축, 스포츠, ICT(정보통신기술) 저력을 세계에 소개한 전초기지였다면, K-SDGs는 한국을 세계 속에서 환경과 사회 분야의 선진국가로 각인시킬 큰 강물이 될 기회를 제공한다.

이제는 대한민국이 조그만 어항과 작은 연못을 넘어 큰 강물로 헤엄쳐 나갈 때다.

김정훈 UN지원SDGs한국협회 사무대표 unsdgs@gmail.com*이 기고는 유엔경제사회이사회 특별자문기구인 UN지원SDGs한국협회와 세계일보의 제휴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