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우리나라 조종사들이 만성 피로에 시달리는 건 고무줄 비행시간과 적은 휴식시간 때문이다.

미국 등 주요국은 도착지의 시차, 출근시간, 구간운행 횟수에 따라 비행시간을 조정한다.

하지만 국내는 항공안전법에 최대 비행시간 제한 규정만 두고 있다.

비행 스케줄에 따라 조종사의 피로도가 다르지만, 이를 제한하는 규정은 획일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뉴스토마토>가 입수한 '한국형 피로관리시스템(FRMS) 구축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조종사와 외국 조종사 근무여건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우리나라의 최대 비행시간은 24시간을 기준으로 13시간이다.

승무원 편성에 따라 13시간에서 16시간까지 조정할 수 있다.

기장 1명과 부기장 2명인 경우는 16시간, 기장 2명과 부기장 1명인 경우는 17시간까지 비행이 가능하다.

4명의 조종사가 탑승하는 경우는 최대 비행시간이 20시간까지 늘어난다.

이·착륙 구간을 제외하고, 교대로 휴식 또는 수면을 취할 수 있다.

수면시간은 출근시간 직전 최소 8시간을 보장해야 한다.

비행시간에 비례해 휴식시간(수면시간)을 보장해야 하는데, 조종사 2명이 운항한 경우 최대 13시간을 쉴 수 있다.

조종사가 3명 또는 4명인 경우 15시간 이상 쉴 수 있다.

미국연방항공국(FAA)의 피로관리 기준(FAR 117)보다 최대 승무시간이 3~4시간 많다.

최소 휴식시간 기준은 미국, 유럽, 호주, 싱가포르, 일본, 중국 중 우리나라가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렇다 보니 월 평균 승무시간(2015년 기준)은 기장이 65시간, 부기장은 61.43시간에 달한다.

게다가 비행 2시간20분 전(티웨이항공)에 출두해야 하고, 30분 동안 비행 브리핑을 해야 한다.

대기 개념인 출두시간과 브리핑 시간은 비행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예를 들면 LA로 가는 경우 출근시간(2시간 안팎), 대기시간 (2시간), 브리핑(30분), 비행시간(13시간 30분) 등을 합해 사실상 총 18시간을 근무하는 셈이다.

인천·앵커리지·댈러스를 가는 미주 노선은 최대 17시간 이상을 비행하는데, 유사한 노선이 64개에 달한다.

이 경우 근무시간은 더 늘어난다.

국내 항공사는 대체로 20%의 심야비행을 운영한다.

시차도 조종사의 피로를 높이는 요소다.

항공승무원은 시차로 인해 수면장애를 겪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천공항을 출발하는 노선 중 시차 2시간 이내, 야간에 운항하는 편수는 총 39개다.

중국, 호주, 미국(괌), 태국 등이다.

이들 노선의 경우 현지시각 기준으로 새벽시간에 도착한다.

시차가 16시간 벌어지는 LA, 8시간의 런던은 조종사의 피로도가 높은 노선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조종사는 99%(507명)가 중간형 생활리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침형은 한명도 없었고, 저녁형은 1%(5명)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오랜 조종사 생활로 시차에 잘 적응하기 위해 중간형 생활리듬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강원대학교 의과대학팀의 2012년 연구 결과, 중간형 생활리듬(67.2%·968명), 아침형(19.6%·283명), 저녁형(13.1%·189명) 순으로 높았다.

비행 중 휴게시설이 부족한 점도 피로를 높이는 요인이다.

비행편 연결 등을 이유로 비행 중 시간이 비는 경우 44%의 조종사는 기내에서 대기했다.

휴게실에서 대기한다는 응답은 2%에 그쳤다.

저비용항공사(LCC)는 운항 승무원을 위한 휴게실이 없거나 접근성이 떨어졌다 외국 항공사는 오전 12시부터 오전 4시에 비행을 시작할 경우 비행시간을 단축하고, 시차 적응이 안 된 노선은 30분씩 비행시간을 단축한다.

휴게시설의 등급, 구간운행 횟수에 따라 최대 비행시간을 감축한다.

이와 달리 국내 항공사는 별도의 기준을 마련하고 있지 않은 점도 조종사의 피로를 높이는 요인이다.

조종사 노조 관계자는 "24시간 꼬박 밤새고 비행기 몰았더니 손과 발이 내 마음대로 안 움직였다"며 "한국인 조종사를 보고 외항사 조종사들은 근무환경이 미쳤다고 얘기한다"고 했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