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발의 예고 배경 및 전망 / 지방선거서 野에 불리한 ‘카드’ / 쟁점 많아 국론분열 우려도 커 / 한국당 단독으로 개헌저지 가능 / 文 “개헌, 더 미루지 못해” 소신 / 국회서 논의 지체되자 직접 행동 / 靑 “동시투표 땐 여러 가지 효과”문재인 대통령의 개헌발의권 발동은 정치적 득실을 쉽사리 따지기가 힘들다는 관측이다.

그래서 ‘정치적 모험’으로 받아들여진다.

일단 국회 통과 자체가 난망(難望)하다.

문 대통령이 예고대로 21일 대통령 개헌안을 발의하면 이후 절차는 20일간의 공고를 거쳐 1단계로 국회 의결에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표를 얻어야 비로소 국민투표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13일 현재 국회의원수 293명에서 최소 196명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 셈이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의석수가 116석에 달해 단독으로도 개헌 저지가 가능하다.

대통령 개헌안이 한국당 등 야당의 반대로 무산될 경우 개헌 찬성 여론이 높은 만큼 야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을 수도 있다.

반대로 문 대통령의 무리한 개헌 추진에 대한 역풍이 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지방선거에 개헌 카드가 등장하면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작용해 야당의 ‘정권 심판론’이 위력을 잃을 수도 있다.

"6월 개헌은 너무 촉박하다"는 야당의 진짜 반대 이유는 정권 심판론 약화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이란 관측이다.

물론 여당도 보수정권에 대한 적폐청산 등 유리한 이슈가 개헌에 잠식되는 점을 감수해야 한다.

국회 통과 가능성을 제쳐놓더라도 대통령 개헌안은 쟁점마다 다양한 구도의 전선을 형성, 국론이 분열할 가능성도 있다.

최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국론 통합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면서 "개헌 카드는 꺼내지 않는 게 옳다"는 목소리도 더욱 커졌다.

사안별로 여당에 협력하던 정의당에서도 이정미 대표가 이날 "현재 국회 구도에서 그대로 국회를 쪼개버리고 말 것"이라며 "신중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우려했을 정도다.

이 때문에 수개월 전만 해도 청와대 내부에서조차 문 대통령이 얻는 것보다 잃을 게 많을 개헌안을 "진짜 발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이 개헌안 발의에 나선 것은 무엇보다도 "더는 개헌을 미룰 수 없으며, 국민과 한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오랜 소신 때문으로 풀이된다.

개헌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던 문 대통령은 후보시절 펴낸 책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과거 우리가 몇 번이나 헌법개정에 실패한 것은 다 개헌 논의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이루어졌기 때문"이라며 "이번 개헌 논의는 시민사회도 다 참여하는 국민주권형 개헌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개헌에 대한 문 대통령 태도는 더욱 확고해졌다.

올 1월 신년사·기자회견에서 "지방선거·개헌 동시실시는 국민과 약속"이라며 직접 개헌안을 발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2월 들어서도 국회 상황에 진척이 없자 "합의만을 기다릴 상황이 아니다.개헌안을 준비해달라"며 직접 행동에 나선 것이다.

이날 대통령 직속 국민헌법자문특위로부터 헌법개정 자문안을 보고받는 자리에서도 문 대통령은 "지금 시기 개헌에 소극적이라면 어느 세월에 헌법적 근거를 갖추어서 비례성에 부합되는 선거제도를 마련하는가"라며 "우리가 보다 정의로운 대한민국,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개헌을 앞당길 필요가 있고 지금이 적기"라고 강조했다.

정략적으로 개헌에 접근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도 "혹시라도 이 개헌이 저에게 무슨 정치적인 이득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오해들도 있고 실제로 그렇게 호도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문 대통령 개헌 의지를 설명하면서 "개헌 시기가 뭐 그리 중요하냐고 일부 야당이 주장하는데 국가 근본질서가 되는 헌법을 놓고 (정치권이)한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릴 수 없다.무겁게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방선거와 동시투표에서 오는 비용 절감, 대통령·지방자치단체장 임기 일치를 통한 정치체제 정비 효과도 이번 6월 개헌 필요성으로 제시했다.

박성준·유태영 기자 alex@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