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문인단체 한국작가회의가 고은 시인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13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종교계에서는 ‘미투’ 지지 선언과 성직자들의 성추행 의혹으로 인한 사퇴가 잇달았다.

고은 시인이 지난달까지 상임고문으로 있던 한국작가회의는 이날 사과문에서 "(고은 시인의 성폭력 의혹 관련) 입장을 신속히 밝히지 못했고 그로 인해 피해자의 고통과 시민사회 구성원들의 실망에 어떠한 위로도, 희망도 드리지 못했다"며 "이는 ‘동지’와 ‘관행’의 이름으로 우리 안에 뿌리내린, 무감각한 회피였다.반성한다"고 밝혔다.

또 "표현의 자유와 민주화를 위해 헌신한 ‘자유실천문인협의회’와 ‘민족문학작가회의’의 정신 계승을 선언하고 활동해 왔지만, 젠더 문제에 관해 그동안의 대처가 미흡하고 궁색했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했다.

작가회의는 앞서 2016년 문단 내 성폭력 문제가 처음 제기됐을 됐을 때에도 관련 회원들에게 징계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이에 관해 이번 사과문에서 "2016년 11월 징계위원회를 구성하고 여덟 명의 회원을 대상으로 조사와 검토를 진행했으나 징계를 집행하기 전에 회원들의 자진 탈퇴로 인해 징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종교계에서는 미투 운동을 지지하는 ‘위드유’ 선언이 잇따랐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센터는 이날 "미투 운동을 왜곡하고 정치화해 본질을 흐리고 피해자들을 기만하는 행태는 중단되어야 한다"면서 미투 운동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 마련을 촉구했다.

조계종 적폐청산 시민연대를 비롯한 불교계 시민단체들도 이날 조계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투’ 지지를 선언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피해 당사자의 회복을 위해 지원하고 주변의 성차별적 문화와 성폭력을 가능케 했던 구조에 대해 반성하고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목회자들이 사임하거나 사과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개신교계에 따르면 수원지역 한 대형교회의 당회장인 이모 목사는 한 여성 신도에 의해 성추행 의혹이 폭로된 뒤 소속 교단인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에 당회장직 사임서를 제출했다.

교단 측은 최근 임시운영위원회를 열어 이 목사의 사의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1947년 이 교회를 개척한 이 목사는 기하성 총회장과 경기도기독교총연합회 회장, 한국기독교총연합회 공동회장 등도 역임했다.

지난달 31일 미투 폭로로 성추행 정황이 드러난 부산의 한 목사도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사과문’을 게재했다.

빈민운동가로 알려진 이 목사는 사과문에서 2016년 5월경 재개발 지구 철거민 투쟁 현장에서 있었던 성추행 사건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면서 피해자에게 사죄를 간청했다.

한편, 불교계에서는 지난 1월 법원 1심에서 여직원 성추행 혐의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은 선학원 이사장 스님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이 나왔다.

선학원 원로 스님 40여명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선학원 이사장이 여직원 성추행으로 징역형을 선고받고도 버젓이 이사장직을 유지하고 있다"며 즉각 이사와 이사장직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선학원 이사장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며 선학원 이사회 역시 성추행 의혹이 사실이 아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채택한 바 있다.

학계에서도 미투 운동이 이어졌다.

진보 성향의 계간학술지 ‘문화/과학’은 성폭력 의혹이 불거진 대학 강사 A씨를 편집위원에서 제명했다.

문화/과학 편집위원회는 이날 자체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사과문에서 "A씨의 성폭력 사건으로 인해 아픔과 고통을 겪은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제보 내용에 신빙성이 있고 피해 사례가 많아 정황 증거만으로도 심각성을 인식해 A씨를 편집위원에서 영구 제명하고, 어떤 지면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앞서 중앙대 문화연구학과·사회학과 재학생과 졸업생들은 페미니즘을 연구해온 문화연구학과 강사 A씨가 다수의 여성을 대상으로 성폭력을 가했다고 폭로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