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활비 수뢰’ 첫 재판서 인정/“혐의 뒤집어쓸라” 집사의 배신/ 같은날 조사받은 MB에 직격탄/ 김진모, 입막음 시도 혐의 부인"죄에 대해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고 남은 일생을 반성하며 살겠습니다."14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던 그 시각 한때 이 전 대통령의 ‘집사’로 불린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은 법정에서 혐의를 모두 시인하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를 핵심 측근으로 여겼던 이 전 대통령의 기대를 완전히 뒤엎고 결정적 순간에 등을 돌린 셈이다.

이 전 대통령이 조사를 받은 서울중앙지검과 김 전 기획관이 재판을 받은 서울중앙지법은 둘 다 서초동에 있고 직선거리로 300가량밖에 안 될 정도로 가깝다.

김 전 기획관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부장판사 이영훈) 심리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했다.

그는 이 전 대통령 지시를 받고 2008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국가정보원에서 특수활동비 4억원을 뇌물로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넥타이 없이 검은색 양복을 입고 재판장에 들어선 그는 종종 여유 있는 모습을 내비쳤다.

변호인과 계속 이야기를 나눴고 양복 왼쪽 깃에는 거주지를 나타내는 하얀 ‘서초구’ 스티커도 붙어 있었다.

무엇보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잘못을 모두 인정해 눈길을 끌었다.

김 전 기획관은 "국민 여러분께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며 "전직 대통령이 소환된 상황에서 철저한 수사를 통해 모든 진실이 밝혀질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모가 국민에게 알려질 수 있도록 정직하게 남은 수사와 재판에 참여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관련해 김 전 기획관 변호인 측은 기자들과 만나 "(검찰 공소사실에 대해) 사실관계를 인정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김 전 기획관은 이 전 대통령을 40년 가까이 바로 곁에서 보좌한 최측근이다.

이 전 대통령의 고려대 동문인 그는 1977년 현대그룹 계열사인 국제종합금융 부사장직을 맡으며 당시 현대건설 사장이던 이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1992년 이 전 대통령이 정계에 입문하자 가족 재산과 사생활 등을 관리하며 궂은일을 도맡았다.

이런 인연을 바탕으로 그는 이명박정부 5년간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기획관을 지냈다.

김 전 기획관이 이날 혐의를 인정한 것은 검찰이 각종 물증을 확보한 상황에서 혼자 혐의를 계속 부인할 경우 자신이 모든 혐의를 뒤집어쓰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진행 중인 ‘공범’의 수사 결과에 따라 4월 초쯤 김 전 기획관을 추가기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범이란 다름 아닌 이 전 대통령이다.

김 전 기획관 재판에 앞서 역시 구속기소된 김진모 전 청와대 민정2비서관도 법정에 출석했다.

그는 2011년 4월 민간인 사찰 의혹을 폭로한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에게 국정원 특활비 5000만원을 건네 입막음을 시도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김 전 비서관 측은 혐의를 부인해 법정공방을 예고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