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 포토라인에 선 14일 더불어민주당이 아닌 자유한국당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이 거론됐다.

이날 한국당에서 나온 발언들을 보면 지난 2009년 노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이 사실상 '정치보복'이었다고 읽힐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검찰 출석과 관련 "수년 전 (검찰) 포토라인에 섰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오버랩(overlap)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전 대통령 소환 조사가) 정치보복이라고 말하지는 않겠지만, 2009년 노 전 대통령의 비극으로부터 잉태된 측면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모두 다시는 되풀이되지 말아야 할 역사의 불행임이 틀림없지만, 한풀이 정치·해원의 정치가 또다시 반복되는 일은 없길 바란다"고 밝혔다.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도 이 전 대통령 출석 직후 구두논평을 통해 "검찰의 피의 사실 유포를 통한 면박주기 수사가 노 전 대통령 죽음의 중요한 이유였고, 그것이 정치보복이라면 9년이 흐른 지금 대한민국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와 장 수석대변인이 밝힌 9년 전 노 전 대통령을 죽음에 이르게 한 수사는 '박연차 게이트'이다.

노 전 대통령 퇴임 후 이명박 정부는 '박연차 게이트'를 비리 의혹으로 보고 측근들뿐만 아니라 가족까지 소환 조사를 하는 등 고강도 수사를 벌였다.

노 전 대통령은 검찰의 수사가 지속되는 가운데 '논두렁 시계' 등 검찰의 피의 사실 유포에 같은 해 5월 23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야당이었던 통합민주당(현 민주당)은 노 전 대통령 수사를 '정치보복'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9년 후 한국당과 민주당의 태도가 180도 바뀌었다.

현재는 한국당이 이 전 대통령의 수사를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김 원내대표와 장 수석대변인의 입에서 "노 전 대통령 수사 오버랩" 발언이 나왔다는 점이 주목된다.

일각에선 이는 결국 당시 노 전 대통령 수사가 정치보복이었단 점을 인정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도 한국당의 입장이 당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정치보복이었음을 인정한 것으로 읽힐 수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복수의 정치권 관계자는 와 통화에서 "지금의 상황에서 보수진영이 노 전 대통령을 스스로 언급하는 것은 당시의 수사가 정치보복이었단 점을 인정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상철 경기대 교수 역시 통화에서 "한국당이 MB 수사에 정치보복 프레임을 거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이같은 입장은 스스로 정치보복을 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박 교수는 "한국당은 정치보복 프레임을 통해 보수 결집의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정치적으로 별 효과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고도 말했다.

다만 한국당이 직접적으로 MB 수사를 '정치보복'으로 지적하지 못하고, 간접적으로 노 전 대통령을 언급한 것은 유·무죄를 쉽게 판단할 수 없는 이 전 대통령의 상황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편 이날 오전 이 전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면서 "전직 대통령으로서 하고 싶은 얘기도 많지만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다.다만 바라건대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됐으면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