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패럴림픽 가보니‘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장애인 크로스컨트리 스키 경기가 열린 지난 12일 강원 평창의 알펜시아 바이애슬론센터.이날 우리나라 장애인 노르딕스키 국가대표 유망주 권상현(21)의 선전에 관중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경기가 끝나고 바이애슬론센터 주위는 관중으로 가득 찼다.

관중용 버스를 타는 곳으로 향하는 몇몇 길목은 일반 성인 남성 2~3명이 나란히 서면 막힐 정도로 폭이 좁은 탓에 반대편에서 오는 이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한 줄 또는 두 줄로 서서 이동해야 했다.

선생님과 친구를 따라 대전에서 단체관람을 온 박모(11)양은 좁은 길목에서 장난을 치는 친구들이 무척 부끄러웠다고 했다.

‘좌측통행’ 푯말을 기준으로 통행로가 반으로 나뉘었는데도 일부 남학생은 반대쪽 통행로를 가로질러 갔고, 뒤에 있는 관중에게 방해되는지도 모른 채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느릿느릿 이동하자 눈살을 찌푸렸다.

어쩌다 보니 기자와 나란히 걷게 된 박양은 "아이들이 저러는 게 너무 부끄러워요"라고 하소연했다.

박양에게 "반장 하면 잘 어울릴 것 같다"고 하자 "저는 반장을 할 수 없어요. 아이들을 이끌 리더십이 부족하거든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다른 이의 통행에 방해가 되는데도 그걸 모른다면서 눈 흘기는 박양을 보니 이들 철부지와 다를 바 없는 몇몇 어른에게도 찾아볼 수 없는 선진 시민의식까지 느껴졌다.

국내외에서 많은 이들이 몰리는 국제대회에서는 이런 예절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우리 국민 한 사람의 행동이 나라를 대표하는 행위가 될 수 있어서다.

한국인 중 누군가 외국인 관중 앞에서 몰지각한 짓을 한다면 외국인 눈에는 모든 한국인이 그런 것처럼 비칠 수 있다.

같은 날 알펜시아 바이애슬론 센터 기자실 입구에서 한 외국인 기자와 마주쳤다.

문을 열고 나오길래 복도 옆으로 비켜 길을 양보했더니 "생큐(Thank you)"라는 말이 돌아왔다.

단지 길을 터줬을 뿐인데 고맙다는 말이 그의 입에서 선뜻 나온 게 다소 생소하고 신선하게도 느껴졌다.

생각해 보면 "고맙다" 혹은 "죄송하다"는 말에 평소 인색했던 건 아닌지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경기장을 오가는 셔틀버스나 정류장 등에서 만난 외국인 기자들에게 한국인들로부터 "고맙다"나 "죄송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지를 물었다.

셔틀버스에서 만난 중국의 한 여성기자는 "강원도에서는 없었지만, 인천공항에 내려서 들은 적 있다"며 "오가는 길에서 먼저 가도록 양보를 해줬더니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한국인에게서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더 있었던 것 같은데 잘 기억나지 않는다"며 웃어보였다.

일본의 한 스포츠 매체 소속인 두 남성기자는 "인천공항에서 KTX를 타고 오면서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객차 통로에서 마주친 한국인이 먼저 지나가도록 배려하자 가볍게 고개를 숙인 뒤 인사를 건네왔다고 덧붙였다.

셔틀버스 기사들도 취재진에게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거들었다.

그러고 보면 감사 인사의 적절성을 깨닫고 실천하는 이들이 아직 많은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같은 날 강릉컬링센터로 향하는 셔틀버스에 오른 외국인 기자들은 "컬링센터로 가느냐"는 질문에 영어로 기사가 답해주자 한국어로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해 옆에서 지켜보던 기자까지 깜짝 놀라게 했다.

평창 국제방송센터(IBC) 셔틀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일본 요미우리신문 기자는 버스 시간대를 알려주려고 표지판을 가리켰을 뿐인데도 "고맙습니다"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기자에게 ‘평창(平昌)’이라고 한자가 새겨진 자사 핀을 선물했다.

주머니를 뒤적이며 "아쉽지만 내게는 그런 핀이 없다"고 겸연쩍어하자 요미우리신문 기자는 살짝 웃고는 "괜찮다.시간표를 알려주셔서 감사하다"고 다시 인사했다.

동계올림픽 여운을 이어온 패럴림픽이 한창인 이곳에서 주변 사람을 배려하는 행동이나 말 등이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형성하거나 반대로 깎아내릴 수 있다는 소중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나아가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한 사소한 행동과 말 한마디가 수치로 나타낼 수 없는 긍정 또는 부정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도 되새기게 됐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