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이 첫 인연/남편 서능욱 9단 매니저 활동 시작/바둑협회 이사로 종주국 사업 추진/바둑판·돌색 변화 등 혁신안 내놔/ 체스와의 조우/해외 다니며 세계 체스 인구에 놀라/2007년 난립 단체 통합 연맹 출범/체스 통해 바둑 알리기 ‘윈윈’작전대한체스연맹 현인숙 회장은 ‘서양장기’라고 불리는 체스 보급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창의력과 인내력 등을 키울 수 있는 체스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바른 인성을 갖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오늘도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현 회장은 2007년 난립해 있던 체스 관련 단체를 하나로 통합해 사단법인 대한체스연맹을 출범시켰다.

이때부터 체스인생이 시작됐다.

현 회장은 체스연맹 회장을 맡기 전 바둑과 인연을 맺었다.

바둑계에서는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인사였다.

현 회장이 바둑계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운명이었다.

남편인 프로기사 서능욱 9단의 매니저활동을 하면서 바둑계에서의 활동은 시작됐다.

일 추진을 똑소리나게 하는 그는 바둑TV 사외이사로 발탁되면서 마케팅 부문에서 탁월한 기량을 발휘했다.

타고난 친화력에 폭넓은 인맥이 더해지면서 다양한 기전(棋戰)유치를 통해 바둑 전성기를 이끌었다.

‘바둑계의 마당발’이라는 별명을 이때 얻었다.

바둑 발전을 위해 모든 열정을 바친 시기였다.

"남편이 우승은 못하고 항상 2등만 하니까 주위에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많이 도움을 준 것으로 알고 있어요. 제 개인보다는 바둑계의 발전을 위한 일이어서 눈에 띄는 성과를 올린 것 같아요."그는 대한바둑협회 이사로 활동하면서 바둑 종주국 사업을 추진, 정부의 지원을 이끌어낸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당시 국내 바둑은 세계 정상이었다.

한동안 중국과 일본은 국내 바둑을 넘보지 못했다.

그는 외국에서 태권도 단증을 따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듯이 바둑의 급증과 단증을 국내에서 발급해 한국 바둑의 위상을 공고히 하기 위해 바둑 종주국 사업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바둑을 알리기 위해 유럽에 출장을 간 그는 우리나라 기원이나 바둑교실처럼 체스 클럽이 산재해 있는 것을 목격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현 회장은 바둑과 장기는 알았지만 체스는 알지 못했다.

귀국하자마자 체스에 대해 깊이 파고들었다.

당시 바둑이 주로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보급됐다면 체스는 세계 180여개국에 전파됐다.

1999년 세계올림픽위원회(IOC)에서 스포츠로 인정을 받을 정도였다.

현 회장은 바둑을 알리기 위해서는 체스를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 회장은 바둑협회 이사로 활동할 때 바둑을 시대에 맞게 변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식 바둑판은 19줄이지만 좀 더 쉽게 바둑을 전파하기 위해 9줄과 5줄로 변형시키고 흑백 돌을 다양한 색으로 화려하게 만들자는 혁신안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남성 중심의 원로들이 바둑계에서 큰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여성 이사의 새로운 변화 요구는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되레 변화를 추구하는 아이디어를 내놓고 주장할 경우 남편에게 피해가 갈까봐 체스라는 새로운 두뇌스포츠에 관심을 갖게 됐다.

2007년 우여곡절 끝에 대한체스연맹을 출범하고 대한체육회에 가입했다.

바둑협회 이사를 사퇴한 현 회장은 사비를 들여 대한체스연맹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체스연맹 출범 초기 국내 체스 인구는 10만명 정도에 불과했다.

대부분 외국생활 경험자를 중심으로 체스 게임이 이뤄질 정도로 한정적이었다.

체스연맹이 출범한 지 10년이 지난 현재는 초등학교 방과후 수업에 체스가 활용될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국내 체스인구는 2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바둑인구 1000만명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멀지만 현 회장은 체스 보급과 실력 향상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현재 연맹에는 80명 정도의 강사가 방과후 시간에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현 회장은 세계수준급 강사를 초청해 국내 우수선수들을 지도할 수 있다면 체스 수준이 급상승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미뤄지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국내 체스수준은 체스를 두고 있는 180여개국 가운데 80∼90위를 차지하고 있다.

현 회장은 당장 세계챔피언을 배출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조바심내지 않고 차근차근 나아갈 계획이다.

바둑을 세계 각국에 전파하기 위해 나선 출장길에서 체스의 매력에 빠진 그는 체스를 통해 세계를 제패하겠다는 초심을 항상 마음속에 새기고 있다.

우연히 한 장소에서 어린 학생들이 바둑과 체스를 같이 두는 것을 목격한 현 회장은 새로운 가능성을 봤다.

체스 게임을 마친 외국 학생들이 바둑에 관심을 갖는 것을 본 현 회장은 체스를 통해 바둑을 세계에 알리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았다.

외국 학생들이 귀국할 때 영어로 된 바둑책과 바둑판을 구입해 가는 것을 보면서 체스와 바둑은 통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2013년 바둑과 체스는 물론 주산과 암산까지 포함한 세계청소년마인드스포츠대회(마인드스포츠대회)를 개최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마인드스포츠대회가 첫선을 보인 것이다.

오는 8월 6회째 열리는 마인드스포츠대회는 체스 인구 저변확대는 물론 외국 학생들에게는 바둑을 알리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는 행사로 발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2018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기념하기 위해 지난 1월 열린 5회 마인드스포츠대회에는 23개국 1500여명의 선수가 참가해 기량을 뽐냈다.

올해 8월 열리는 6회 대회에는 더 많은 참가자가 함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승부가 확실한 바둑과는 달리 체스는 상대방과 조율, 타협을 통해 무승부로 끝나는 ‘빅’이라는 규정이 있어 배려심을 갖는다는 점이 또다른 체스의 매력입니다.체스를 두면 창의력, 침착성, 참을성, 때를 기다리는 능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최근 바둑기전이 3개로 줄어들었다는 소식을 접한 뒤 깜짝 놀랐다는 현 회장은 바둑과 체스는 불가분의 관계라고 했다.

체스라는 말에 올라타 외국으로 바둑을 소개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현재 바둑은 70여개국에서 두고 있지만 체스는 188개국에서 인기 게임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현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체스와 바둑이 어우러지는 마인드스포츠대회를 개최하고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체스 수준이 중간쯤 되는 나라에서 대회를 개최한다고 하면 체스 강국 선수들이 오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해 바둑대회를 같이 열게 됐습니다.그동안 경험으로 보면 체스 선수들 대부분 바둑에 관심을 갖고 있어요. 국내에서는 체스 인구를 늘리고 외국으로는 바둑을 내보내자는 제 전략이 주효하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어요."그는 예상외로 외국에서 체스를 많이 둔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외국인을 상대로 사업을 하거나 외교를 하는 사람들은 체스를 배운 뒤 현장으로 나가라고 권유했다.

초면의 외국인을 만나 체스를 두면서 사업이나 외교를 할 경우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했다.

"한 외국 정보원이 상대국 외교관과 체스를 두다가 자신도 모르게 중요한 국가 정보를 흘렸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체스는 상대방을 설득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체스를 배우면 외국인을 상대하는 일에서 성공할 확률이 높습니다.당장 체스를 배우세요."현 회장은 종종 주한 외국대사관으로부터 영어를 구사하는 체스강사를 소개해 달라는 연락을 받는다고 했다.

외교관이 외국에 파견 나와서까지 자녀에게 체스를 가르치려고 할 만큼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한 단면이라고 말했다.

현 회장은 현재 강릉영동대 총장으로 근무하면서 후학양성은 물론 대학에 국내 최초로 마인드스포츠학을 도입했다.

올해 바둑고 출신 학생 4명과 7∼8단의 바둑실력을 갖고 있는 프로기사 3명 등 모두 7명이 신입생으로 입학했다고 전했다.

현 회장은 바둑을 잘두는 학생이 체스를 배울 경우 금방 세계 정상권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인드스포츠의 발전을 위해 교내에 마인드스포츠진흥원을 개설하고 해외 대학과의 학술교류 프로그램을 개설하는 등 체스 발전에 주력하고 있다.

현 회장은 2022년 열리는 세계체스올림피아드를 개최할 계획을 세우고 추진하고 있다.

세계체스올림피아드에는 1만명의 선수단과 임원이 참가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현 회장은 평창동계올림픽을 치르면서 구축한 체육관 등 경기장 시설을 활용할 경우 성공적인 세계체스대회를 열 수 있다고 자신했다.

현 회장은 남편인 서 9단이 요즘은 브리지 국가대표로 활동하고 있다고 근황을 알렸다.

또 재능기부차원에서 대학에 출강해 바둑 등 마인드스포츠를 강의하고 있다고 했다.

현 회장은 "아이들의 인성은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13살 때쯤 완성된다.그 이후에는 지식을 습득하는 단계"라며 "고등학생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인성교육을 하는 것은 국가예산을 투입한 만큼 의미있는 결과를 얻기가 힘들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 회장은 "체스를 어린이들에게 알려 두뇌활용 능력을 키우는 것은 물론 올바른 인성을 갖추고 사회에 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며 "국내에서 두뇌스포츠인 체스가 건전한 취미활동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연직 선임기자 repo21@segye.com●현인숙 회장은…△1960년 인천 출생△1995년 바둑TV 사외이사△2000년 현닷컴 대표이사△2007년 대한체스연맹 회장△2007년 학교법인 정수학원 이사장△2015년 강릉영동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