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잠실 권기범 기자] LG 유니폼을 입은 김현수의 힘을 확인했다.

친정팀을 상대로 처음 만난 날, 3안타 맹폭을 휘둘렀으니 당연한 일. 하지만 또 한 가지 불펜의 힘을 좀 더 키울 필요가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

LG는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시범 원정경기를 5-9로 역전패했다.

5-1로 리드하다 7회말 7실점했고 8회말에는 박건우에게 솔로포까지 얻어맞았다.

물론 역전패라는게 속은 쓰리지만 시범경기에서 승패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각 팀 감독들은 캠프 동안 구상한 개막엔트리 구상을 위한 마지막 점검 무대로 삼는다.

백업 선수들은 눈도장을 찍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정규시즌 1군 생존을 위한 최종오디션인 셈이다.

특히 FA 영입선수라면 다르다.

안정된 기량을 보여줘야만 감독도, 프런트도, 팬들도 안심을 한다.

그런 면에서 이날 김현수의 활약은 든든했다.

겨우내 김현수는 메이저리그 도전을 접고 국내유턴을 선택했다.

하지만 친정 두산이 아닌 옆집 LG가 새 둥지였다.

LG는 4년 총액 115억원이라는 거액을 제안했고 김현수를 품었다.

시간이 흘러 잠실에서 LG와 두산이 만났다.

공식경기에서 처음으로 맞닥뜨렸고 김현수도 처음으로 두산 선수단을 만났다.

경기 전 웃으면서 환담을 나눴고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다.

1회초 첫 타석에 나섰을 때는 포수 양의지와 인사했고 두산 더그아웃을 향해 목례도 했다.

이젠 적군으로 만났지만 친정팀에 예우를 보여준 셈이다.

그리고 두들겼다.

지난 시범경기 3경기에서 9타수 3안타로 예열 중이던 김현수는 친정팀을 상대로 폭발했다.

2번 좌익수로 선발출전해 5회말 수비로 교체되기 전까지 3타수 3안타를 뽑아냈다.

2루타가 2개였다.

1회초 1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두산 선발 이용찬을 만난 김현수는 2구째 몸쪽 공을 그대로 잡아당겨 우익선상을 따라흐르는 2루타를 뽑아냈다.

뒤이어 3번 지명타자 박용택의 중전안타로 선취득점까지 올렸다.

LG는 2회초 강승호의 투런포로 3-0으로 앞섰고 3회초 선두타자로 김현수는 다시 타석에 섰다.

이용찬의 초구를 공략해 우중간 2루타를 뽑아낸 김현수는 6회초 무사 1루에서 다시 우전안타를 더해 기회를 이었다.

박용택의 중전안타로 3루에 안착한 김현수는 가르시아의 중전안타 때 다시 홈을 밟아 팀의 4득점째를 올렸다.

류중일 감독은 5회초 중심타선이 출루하자 대주자로 교체하면서 모조리 불러들였다.

김현수는 홈을 밟은 뒤 5회말 수비 때부터 더그아웃을 지켰다.

하지만 LG는 마지막에 웃지는 못했다.

7회말 임정우가 선두타자 국해성의 2루타 후 류지혁의 투수땅볼, 1사 3루에서 3루수 장승원의 송구실책으로 국해성의 홈인을 허용하면서 1사 2루를 내줬다.

뒤이어 박건우에게 좌중간 1타점 2루타를 내주자 류중일 감독은 임정우 대신 이우찬으로 교체했다.

이우찬도 힘겨웠다.

대타 최주환을 볼넷으로 내보낸뒤 김재환에게 좌전 1타점 적시타를 얻어맞았다.

어쩔 수 없이 다시 김지용을 투입했지만 그마저 장승현에게 1타점 2루타, 조수행에게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동점을 허용한 뒤 김민혁에게 역전 투런포를 내줬다.

한순간에 5-1이 5-8이 되는 악몽이었다.

이동현, 진해수는 이미 앞서 등판을 끝낸 상황이었다.

여건욱조차 8회말 박건우와 7구 싸움 끝에 솔로포를 얻어맞았다.

결국 이날 LG는 김현수의 가세로 인한 중심타선의 강화를 확인했고 불펜약세 또한 여전하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낀 날이었다.

한편 LG 선발 소사는 시범경기 첫 등판에서 4이닝(77구) 6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3회말 1사 1, 3루에 몰린 위기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최고구속 154km의 직구로 두산 타자를 찍어눌렀다.

두산 선발 이용찬은 4이닝(70구) 5피안타(1홈런) 1볼넷 4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이번 겨울 불펜에서 선발로 보직을 바꾸며 가장 큰 변화의 중심에 선 이용찬이지만 불안한 면이 없지 않았다.

김태형 감독이 기대하는 바는 에이스 못지 않은 ‘5선발’ 요원이다.

polestar174@sportsworldi.com 사진 O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