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 공식화 이후에도 양측 비핵화 방식 차이 여전 미·중 무역·군사갈등도 변수 정부의 치밀한 중재외교 절실또 미세먼지다.

꽃샘추위가 물러가자 불청객 미세먼지가 찾아왔다.

중국발 황사의 영향으로 오늘 오전까지 전국 곳곳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짙게 나타날 것이라고 한다.

어제도 미세먼지 농도가 한때 ‘나쁨’ 단계까지 올라간 지역이 적지 않았다.

일상화한 미세먼지 공포로 마음놓고 숨 쉬기도 어려운 국민들 마음은 무겁다.

북핵 문제에 끼었던 미세먼지 농도는 낮아졌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공식화하면서다.

트럼프는 엊그제 "다음달이나 6월 초에 그들(북한)과 만나는 것을 여러분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위한 일정을 잡았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북한도 북·미 정상회담을 처음으로 공식 언급했다.

김정은은 이날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북남 수뇌상봉(남북 정상회담)을 언급하면서 "당면한 북남관계 발전 방향과 조미(북·미) 대화 전망을 심도 있게 분석 평가하고 대응 방향을 비롯해 당이 견지해 나갈 전략·전술적 문제들을 제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양측이 회담 시기나 장소, 의제 등에 대한 물밑 조율에서 진척을 본 모양이다.

회담 개최에 대한 회의론은 사라지게 됐으니 잘된 일이다.

트럼프가 아무리 즉흥적이고 변덕이 심하다고 해도 이쯤 했으면 정상회담은 열린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고 회담 전망이 밝은 건 아니다.

미국과 북한이 생각하는 비핵화 방식에는 여전히 간극이 있다.

트럼프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주장한다.

‘선핵포기·후보상’의 리비아식 해법을 요구한다.

북한 입장은 ‘단계적·동시적 조치’다.

트럼프 정부는 회담에서 비핵화 외에 북한 인권 문제도 거론할 태세다.

북한의 아킬레스건인 인권 문제를 비핵화 실현을 위한 대북 압박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다.

트럼프가 김정은 면전에서 인권 문제를 제기하면 비핵화 협상이 깨질 수도 있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기대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한·미 사이에도 북핵 해법에 대한 미묘한 시각 차이가 있다.

트럼프가 계속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북핵 문제와 연계할 방침을 밝히는 데도 이런 이유가 있을 것이다.

개정 협상이 타결된 FTA와 대북 협상은 연계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양국이 견해차를 노출하는 건 한반도 비핵화 논의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게 사실이다.

미국과 중국이 최근 사사건건 부딪치는 것도 북핵 문제 해결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양국은 관세폭탄을 주고받으며 무역전쟁으로 치닫더니 두 나라 항공모함 전단이 남중국해에 동시 진입했다.

2차대전 이후 초유의 일이라고 한다.

미·중이 서로 으르렁거리면 대북 문제와 관련한 협력관계에 금이 가게 된다.

대북제재망에 구멍이 커지고 북한 비핵화 논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지난달 시진핑·김정은 정상회담 이후 북·중은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다.

쑹타오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은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에 참석하기 위해 예술단을 이끌고 내일 방북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미·중이 무역·군사 갈등의 타협점을 찾기 위해 모종의 거래를 하면 북핵 문제가 뒤로 밀릴 가능성이 있다.

시진핑이 그제 보아오포럼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미국에 자동차와 금융을 중심으로 한 시장개방 카드를 내밀자 트럼프는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앞으로 두 나라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27일 열리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과 다음달이나 6월 초로 예상되는 북·미 정상회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미세먼지처럼 예측하기도 풀기도 어려운 북핵 문제 해법을 찾을 다시 없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북한 비핵화 합의라는 성과를 거둬야 한다.

그러려면 북·미 정상의 강한 의지와 문재인정부의 치밀하고 지혜로운 중재 외교가 어우러져야 한다.

정부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원재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