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대가 꿈틀댄다.

평화와 통일을 향한 새로운 기운이 완연하다.

트럼프가 특종 욕심으로 연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김을 빼기도 하지만 대세는 분명하다.

남북 정상의 책상에는 옆집과 통화하는 것 같다는 직통전화가 놓였고, 북한의 핵실험장은 폐쇄되었다.

휴전협정은 곧 평화협정으로 대체될 것이며 그에 따라 종전도 공식화 될 거라는 기대가 무성하다.

무엇보다 한반도 대화정국에서 밀려나 무척 초조한 아베의 행보를 보면 북한을 바라보는 중국과 미국의 태도가 사뭇 달라졌다는 점도 분명하다.

이렇듯 민족사를 새로 쓰는 남북정상회담이 코앞이고 세계가 모든 촉각을 곤두세워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주목하고 있는데도, 주말 광화문에선 여전한 단말마와 더불어 태극기와 성조기가 아무런 맥락 없이 어지럽게 휘날린다.

북한은 믿을 수 없고 정부여당은 더더욱 괴멸시켜야 할 집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한때 "통일은 대박"이라며 외치던 권력자를 추종하던 집단은 이처럼 변함없이 저주의 언사만을 뱉어내고 있다.

국가기관의 댓글보다 블로거의 댓글이 훨씬 위험하고 심각하다는 주장은 정보기관의 조직적 정치개입과 유권자의 의사표현을 구분하지 못하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기초로 사안의 본질을 규명하여 추상같은 비판과 건전한 대안을 제시하기는커녕 그저 정파적 이익만을 노린 ‘라면체’ 논법을 구사하는데 급급하다.

행동경제학의 권위자인 듀크대 경제학과 댄 애리얼리(Dan Ariely) 교수는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이란 책에서 작은 거짓말과 사소한 부정행위가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해 설명한바 있다.

스스로를 정당화하며 저지르는 작은 거짓말과 자잘한 부정행위로 인해 사회 전반에 온갖 거짓과 부정부패가 만연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부정부패는 전염된다는 것이다.

보통사람의 자잘한 거짓말도 이럴진대, 정치인들이 뱉어내는 진영논리에 기초한 침소봉대형 거짓말이나 가짜뉴스의 폐해는 더욱 심각하다.

특히 자신과 같은 그룹에 속한 누군가가 부정행위를 저지르면, 그 그룹에 있는 다른 이들조차 ‘저 정도 부정의는 저질러도 되는 구나’라는 생각에 남이 저지른 부정행위를 따라한다.

그 결과 부정행위는 그 그룹에서 관행처럼 굳어진다.

제 3자 입장에서 보면 분명한 부정행위인데도 특정 집단은 그 일을 전혀 부정행위처럼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생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뿐 아니다.

부정직함이 사회적 전염을 통해 개인에서 개인으로 전파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런 것들이 쌓이고 모여 잘못된 행동을 대대적으로 해도 괜찮다는 어떤 신호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더구나 그 주제가 통일이나 인권이라면 그 폐해는 더욱 심각할 수밖에 없다.

범죄심리학자 제임스 윌슨(James Wilson)과 조지 켈링(George L. Kelling)이 발표한 ‘깨진 유리창 이론’에 따르면 사소한 범죄라도 쉽게 용서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넘길 때 사정은 점점 나빠질 수 있고, 특히나 정치인, 고위공무원, 사회 저명인사, 기업경영자 등과 같이 대중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는 사람일수록 특히 그렇다고 한다.

그래서 댄 애리얼리는 이들의 잘못된 행동이 사회적으로 훨씬 더 큰 악영향을 끼치며 더 큰 비용을 부과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럼에도 저명인사들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자신의 잘못에 대한 처벌은 지나치게 가볍게 받으면서 보상은 지나치게 많이 받는다는 것이다.

이런 모습은 대중들에게 그들이 저지른 잘못된 행동이 전혀 나쁘지 않다는 식으로 비칠 수 있기에 사회적 해악으로 귀결된다.

지방선거를 앞둔 유권자들은 다시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시민의 눈높이와 민주주의의 성숙도가 어느 정도인지는 선거를 통해 드러난다.

남북대화가 통일을 위한 것인지 선거를 위한 것인지, 개헌이 미래를 위한 것인지 정파를 위한 것인지, 선거개입의 본질이란 어떤 진실을 통해 규명되는지, 어떤 정치인이 상습적인 거짓말로 부정직을 전파하여 사회를 오염시키는지 살펴야 한다.

금융감독원장에게서 깨진 유리창을 발견했다면, 정치판과 정당의 유리창은 어떤지 눈을 부릅뜨고 살펴야 한다.

특정 집단의 부정행위가 사회 전체를 오염시킨 사례를 우리는 이미 뼈저리게 겪었다.

돈과 욕심을 앞세워 도덕성을 제쳐두고 과거의 향수에 젖어 미래를 포기한 대가는 너무도 깊은 상처를 남겼다.

지금은 분명 올바름을 새시대의 관행으로 정착시켜 평화와 통일을 일구어야 할 때다.

미몽(迷夢)에서 깨어나야 할 사람들이 아직 너무나 많다.

최강욱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