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미성년자 151명 포함 / 탈루혐의 268명 세무조사 착수 / 작년 하반기부터 6200억 추징A그룹 B회장은 개발사업 계약에 따른 주가급등이 예상되자 어린 손주에게 주식을 미리 증여했다.

이후 개발사업의 시행, 인허가 및 수조원 규모의 계약 체결이 이뤄지면서 예상대로 주식가치는 급등했다.

미성년자인 손주는 아무런 노력 없이 막대한 재산을 불릴 수 있었다.

B회장은 이런 변칙적 증여로 경영권 승계 준비작업을 진행했다.

20대 후반인 C씨는 대학을 졸업한 뒤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아버지가 운영하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최근 서울 성동구에 있는 아파트를 사고 싶었지만 돈이 문제였다.

이 아파트는 거래가가 17억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사회 생활을 막 시작한 직장인들에겐 꿈 같은 이야기였지만, C씨는 아버지의 도움을 받기로 마음먹었다.

C씨는 아버지로부터 돈을 받아 아파트를 구입했지만, 17억원 증여에 대한 세금은 한 푼도 내지 않았다.

별다른 소득이 없는데도 고액의 현금이나 주식을 가지고 있거나 비싼 아파트를 구입한 미성년자 등 이른바 ‘금수저 탈세’에 대한 조사가 시작됐다.

국세청은 증여세 탈루 혐의가 짙은 고액 자산가 268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24일 밝혔다.

조사 대상 중 절반이 넘는 151명은 뚜렷한 소득 없이 부모 등 가족으로부터 돈을 받아 예금·주식을 보유한 자들이며, 이 가운데 상당수는 10대 미성년자들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대기업·대자산가의 편법적인 탈세는 조세정의에 역행할 뿐 아니라 국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유발한다"며 "특히 미성년자의 고가 아파트 취득과 같은 문제가 사회 이슈로 대두되면서 공정한 세금부담을 요구하는 국민적 요구가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한 병원장은 병원 수입금액에서 빼돌린 자금 10억원을 5살짜리 자녀의 증권계좌로 이체해 상장 주식을 무더기로 매수했다가 조사를 받게 됐다.

또 부모로부터 자금을 받아 비싼 아파트를 샀거나 고액 전세를 사는 ‘부동산 금수저’ 77명도 조사 대상이 됐다.

차명주식 등 변칙적인 자본 거래로 경영권을 편법으로 자식에게 넘기고 증여세 등을 탈루한 것으로 보이는 대기업 등 40개 법인도 조사 대상에 올랐다.

거래 단계에 미성년 자녀가 주주인 회사를 끼워 넣어 사업 기회를 제공하거나 일감을 몰아준 사례가 대표적이다.

국세청은 이들의 자금 원천을 추적하고 필요하면 조사 대상자의 부모와 자식의 자금 흐름까지 살펴볼 계획이다.

특히 탈세 과정에서 법인이 악용됐을 가능성에도 주목해 기업자금의 유출 등 사적 유용 가능성과 비자금 조성 행위까지 꼼꼼히 살핀다는 방침이다.

한편 국세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4차례에 걸쳐 집값 급등지역을 상대로 기획 세무조사를 벌여 총 1518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고 밝혔다.

또 고액재산가의 변칙 증여, 사업소득 신고 누락 등을 적발해 4713억원을 추징했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