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만나 이란과의 핵합의 재협상 문제에 관해 논의했다.

재협상하지 않으면 핵합의를 파기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존 강경 입장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지난 2015년 체결한 이란과의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에 대해 ‘파기’라는 극단적 선택보다 포괄적 손질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이 상당히 좋은 구상을 하고 있지만 내가 5월12일에 무슨 결정을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그렇지만 지켜보자. 일부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을 내가 할지, 견고한 기반에서 새로운 합의를 만드는 게 가능할지 아닐지 지켜보자"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달 12일까지 핵합의를 수정·보완하지 않으면 대이란 제재 유예를 연장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전 핵합의를 두고 "재앙", "절대 체결되지 말았어야 할 끔찍하고 미친 합의"라고 맹비난한 데 이어, 회담 후에도 "기반이 썩은 나쁜 협정이다.지금 무너지고 있다.체결되지 말았어야 했다"며 비판을 이어갔다.

기존 핵합의가 이란의 핵 활동을 충분히 억제하지 못하면서 이란에 너무 많은 경제적 이득을 안겼다고 보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와 WSJ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문제에서 입장을 누그러뜨린 것이 아니라, 당장 탈퇴하지 않되 이란을 억제하는 더 광범위한 핵합의를 모색할 가능성을 보인 것으로 분석했다.

마크롱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핵합의가 불완전하지만, 폐기할 것이 아니라 범위를 확장하는 방향으로 보완돼야 한다고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의 중동 내 정치·군사적 영향력을 제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이란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대응까지 포함하는 내용으로 합의를 개정하자는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나는 핵합의에 트럼프 대통령만큼 비판적이지 않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이제부터는 새협정을 논의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아무것도 남지 않도록 합의를 파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더 확장된 새 합의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에 즉각 반박하지 않은 만큼 두 정상 간 새 합의를 향한 진전된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뉴욕에서 한 AP통신과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의 대이란 제재 재부과는 핵합의 파기라고 경고했다.

자리프 장관은 "트럼프 미 정부가 이란에 대한 제재를 다시 부과한다면 기본적으로 핵합의를 죽이는 것"이라면서 "미국이 핵합의에서 철수한다면 이란도 이에 즉각 대응해 이를 철회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앞서 알리 샴커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은 전날 "미국이 핵합의를 파기하면 놀랄만한 대응을 하겠다"며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언급하기도 했다.

WSJ는 새로운 핵합의 제안에 대해 이란이 거부할 것이 확실하고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가 예상되는데다, 프랑스 외 다른 유럽 국가가 동의할지 불투명하다며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임국정 기자 24hou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