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헌 넥슨코리아(넥슨) 대표는 게임업계 대표 샐러리맨 신화다.

지난 2003년 신입사원으로 넥슨에 들어가 초고속 승진한 끝에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그는 대표이사직을 맡게 된 직후 어떤 생각을 했을까. 넥슨호(號) 신임 선장이 된 이 대표는 요즘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또 앞으로의 포부는 무엇일까. 지난 25일 경기도 넥슨 판교사옥에서 열린 '넥슨 신임 경영진 미디어토크'는 이런 궁금증에 답을 들을 수 있는 자리였다.

넥슨은 지난 1월 초 신임 대표이사로 이정헌 사업총괄 부사장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발표 한 달 전쯤인 지난해 12월 당시 박지원 대표이사로부터 "넥슨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됐다"는 말을 들었다.

그는 이 소식을 듣자마다 '10초 동안 좋았다'고 회상했다.

영광스러운 자리라는 생각에서다.

지금까지 잘 키워주신 부모님 생각도 함께 났다.

하지만 좋았던 것도 잠시. 그날 밤부터 혼자 고민에 빠졌다.

'임기 중 회사가 망하면 어떻게 되나' '잘 되고 있던 프로젝트들이 혹시 사고가 나지 않을까' 등 막연한 두려움이 밀려왔다.

이 대표는 대표이사에 선임된 후 창업주인 김정주 엔엑스씨(NXC·넥슨 모회사) 대표이사와 처음으로 독대했다.

그는 김 대표와의 이번 만남을 가리켜 "2시간가량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옷이 벗겨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회사가 2조 원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데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묻는 김 대표의 질문에 "지식재산권·새 게임·인공지능 등 여러 분야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그랬더니 "매출 규모가 지금의 십분의 일 수준이 되면 회사가 변하지 않겠냐"는 충격적인 답이 돌아왔다.

그는 며칠간 곰곰이 생각한 결과 고정관념을 내려놓고 임기 동안 생각과 철학을 마음껏 펼쳐보라는 의미로 해석했다.

이 대표는 이날 미디어토크 행사에서 넥슨을 '다양성'으로 요약했다.

이 회사가 지난 4년 동안 정상원 부사장 지휘 아래 다양성을 표방한 프로젝트들을 진행해 온 것도 이러한 배경이 깔려있다.

그는 "임기 동안 그 다양성 안에서 제대로 된 게임을 잘 서비스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스튜디오 개편도 같은 맥락으로 봐 달라"고 했다.

넥슨은 최근 게임 개발 조직을 7개 스튜디오 체제로 개편하면서 출시까지 준비 과정·결정 권한 등을 자율성에 맡겼다.

이 대표는 넥슨이 최근 영업이익 1조 원을 기록한 자회사 네오플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에 대해 "기분 좋지만 두려운 숫자"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네오플이 정상에서 내려올 때면 넥슨 역시 그 영향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는 뜻이다.

그가 얼마 전 '넥슨은 게임회사로서 새로운 모멘텀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사내 공지를 올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해 "위대한 지식재산권을 탄생시키는 것이 임기 내 중요한 업무라고 생각한다"며 "넥슨은 PC온라인게임을 20년 넘도록 서비스해온 세계에서 몇 안 되는 게임사 중 하나"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날 행사에 함께 자리한 강대현 넥슨 부사장은 이 대표가 어떤 인물인지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게 했다.

강 부사장은 네오플 시절부터 이 대표와 함께 일을 해온 동료다.

그는 이 대표를 가리켜 "사람에 대해 깊이 이해하는 인물"이라며 "이런 공감 능력은 이용자들의 숨은 요구를 발굴하는데 탁월하게 쓰인다"고 평했다.

이 대표는 박 전 대표이사의 냉철함과 달리 인간미가 있다는 평에 대해 "다양한 분야에 소속된 직원들이 하나의 이용자로서 '이 게임을 왜 해야 하는지' '왜 만들어야 하는지' 등을 서로 공감할 때 성과가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