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색이 대한항공은 대외적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국적 항공사입니다.

최근 오너가(家) 자녀들의 잇따른 일탈은 대한항공은 물론,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이미지에 먹칠하는 행위입니다.

국민들은 대한항공의 국적 항공사 지위를 박탈하고, 사명이나 기체에서 '대한', '태극 문양' 로고를 쓰지 못하게 하라는 내용의 분노의 청원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앞서 대한항공 조현민 전무는 2014년 미국 뉴욕 JFK공항에서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을 벌여 물의를 빚은 조현아 당시 대한항공 부사장의 동생입니다.

검찰에 출석하는 언니에게 '반드시 복수하겠어'란 문자를 보냈다가 비난이 일자 사과한 일도 있습니다.

구속됐던 조 부사장은 이후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가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지난달 한진그룹 계열사인 칼호텔 네트워크 사장으로 복귀해 비난여론이 일기도 했습니다.

조 전무의 오빠인 조원태 현 대한항공 사장도 2000년 교통단속을 하던 경찰관을 치고 달아나 물의를 빚었고, 2005년에는 한 70대 할머니에게 폭언과 폭행을 했다가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습니다.

3남매가 골고루 돌아가며 '종합적인 갑질'을 해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것입니다.

대한항공은 지난 16일 조 전무를 업무에서 배제하고 대기발령 조치했다고 밝힌 가운데, 이번 사태가 앞으로 어떤 흐름으로 전개될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조현민(35) 대한항공 전무가 16일 업무에서 배제됐다.

대한항공은 이날 오후 입장자료를 통해 "경찰 조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조현민 전무를 업무에서 배제하고 본사 대기발령 조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추가로 경찰 조사결과가 나오는 대로 회사 차원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 전무는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 광고 겸 여객마케팅 담당으로 이 분야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대기발령 조처를 했지만 "경찰 조사결과가 나올 때까지"라는 단서를 달아 여전히 전무 직함과 일반이사 지위는 그대로 유지된다.

이 때문에 2014년 '땅콩 회항' 논란으로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던 조 전무의 언니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처럼 당장은 경영에서 손을 떼지만, 나중에 다시 복귀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 조 전 부사장은 '땅콩 회항' 파문 직후인 2014년 12월 대한항공 부사장을 비롯해 칼호텔네트워크와 왕산레저개발, 한진관광 등 그룹 내 모든 직책을 내려놓았다가 3년여뒤인 지난달 29일 한진그룹 계열사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슬그머니 복귀했다.

앞서 조 전무는 지난 15일 귀국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직원들에게 사과 이메일을 보내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여론은 나아지지 않았다.

대한항공 3개 노조가 퇴진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고,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는 조 전무의 처벌을 요구하는 글이 100개 넘게 올라왔다.◆조현민 전무 대기발령, 각종 지위 그대로 유지…언니처럼 나중에 다시 복귀?조 전무는 최근 6년간(2010∼2016년) 불법으로 진에어 등기임원에 올랐던 것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조 에밀리 리(CHO EMILY LEE)'라는 인물이 2010년 3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진에어 사내이사로 등재됐다.

'조 에밀리 리'는 조현민 전무의 영어식 이름이다.

외국인이 국적항공사 등기임원으로 오른 것은 불법이다.

항공사업법 제9조는 '국내·국제항공운송사업 면허의 결격사유' 중 하나로 임원 중에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사람'이 있는 경우를 꼽고 있다.

진에어 측은 "당시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어 2016년에 사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물벼락 갑질' 파문, 국제적 이슈로 확산할 조짐이번 사건에 대해 주요 외신들도 이를 관심 있게 보도하면서, 해당 사건이 국제적인 이슈로 확산하는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4일(현지시간) 한국 경찰이 조 전무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조 전무를 "'땅콩 분노' 상속녀의 여동생"으로 소개했다.

2014년 12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황' 사건이 일어났을 때 조 전무가 불특정한 적을 향해 복수를 다짐하는 트윗을 언니인 조 전 부사장에게 보낸 적이 있다는 과거 행적을 전했다.

그러면서 당시 조 전 부사장의 행동으로 소위 '재벌'로 불리는, 경제를 지배하는 가족 경영 대기업 지도자의 마치 법 위에 있는 듯한 행동을 놓고 사회적 파문이 일었으며 한국에서 '재벌'(Chaebol) 가족은 부패 스캔들이나 형제간 싸움에 반복적으로 연루된다고 보도했다.

NYT는 '재벌'에 이어 '갑질'(Gapjil)이라는 단어를 한국어 표현 그대로 소개하며 과거 '영주처럼 임원들이 부하 직원이나 하도급업자를 다루는 행위'라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

지난 13일 로이터통신은 최근 며칠 동안 수천명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대한항공의 변화를 요구하는 청원에 서명했다며 청원 가운데는 회사 사명에서 '대한'을 제외하고, 태극 문양을 로고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달라는 것도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지난 12일 '대한항공 또 파워하라 소동…'땅콩'사건의 여동생'이라는 제목으로 대한항공 조현민 전무의 '갑질 논란'을 소개했다.

파워하라는 힘(power)과 괴롭힘(harassment)을 조합한 일본식 조어로, 상사에 의한 부하 괴롭힘을 뜻한다.

통신은 조 전무가 광고대행사 사원들과의 회의에서 소리를 질러 화를 낸 뒤 물이 든 컵을 던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며 조 전무가 2014년 '땅콩 리턴' 사건을 일으킨 조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동생이라고 소개했다.

일본에서는 자극적인 소재를 좋아하는 일부 민영방송이 관련 소식을 소개하고 있다.

후지TV는 관련 내용을 보도했으며 이 회사 계열 후지뉴스네트워크(FNN)는 인터넷판 뉴스에 "언니 '땅콩여왕'에 이어 이번에는 동생 '물 끼얹기 여왕'"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