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국내 대표적인 인기스포츠 프로야구 현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가 바로 응원 문화다.

치어리더의 화려한 율동 속에 흘러나오는 선수별 응원곡은 경기 흥을 더욱 돋울 뿐 아니라 선수를 상징하는 요소로 자리 잡았다.

일반 노래를 바꾼 형태가 대부분인 야구장 응원가는 원곡보다 특정 선수 응원 노래에 가깝다.

일부 작사·작곡가들은 최근 자신들의 허락 없이 야구장 응원가가 무단 변형·사용돼 왔다며 프로야구단을 상대로 저작인격권 침해를 주장하고 나섰다.

그간 알려진 저작재산권에서 한발 더 나아간 성격이다.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저작권자들의 대리인 김진욱(사법연수원 34기) 법무법인 신원 변호사를 지난 5일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만나 이번 소송 취지와 저작인격권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김진욱 변호사가 지난 5일 서울 서초동 법무법인 신원 사무실에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광연 기자 윤일상·김도훈 등 총 23명의 작사·작곡가들의 대리인으로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저작인격권 침해에 대한 총 4억5000만원(총 18곡)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번에 작사·작곡가들이 소송을 제기한 궁극적인 이유가 뭔가. 현재 한국음악저작권협회나 한국저작권위원회 등 여러 단체가 활동하고 있어 저작재산권에 대한 인식은 어느 정도 높다.

저작권 있는 작품을 쓸 때 저작재산권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인식은 있다.

하지만 아직 저작인격권에 대한 인식은 낮은 게 사실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야구장 응원가 문제로 이 소송이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을 계기로 야구는 물론 축구·농구 등 다른 스포츠, 더 나아가 사회 전반에 저작인격권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저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고자 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저작인격권’에 대한 개념이 궁금하다.

저작권 안에 있는 권리 중에 저작재산권이 있고 저작인격권이 있다.

저작재산권은 저작자가 자기 저작물을 경제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하고 저작인격권은 저작자의 자기 저작물에 대한 인격적이고 정신적인 권리다.

일반적으로 저작인격권에서 파생한 권리로는 저작물을 여러 사람에게 발표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권리인 '공표권', 자신이 저작권자임을 표시할 수 있는 권리인 '성명표시권', 저작물의 내용, 형식 및 제목의 동일성을 유지할 수 있는 권리인 '동일성유지권'이 있다.

야구장 응원가는 원곡을 개사하거나 응원하기 편하게 편곡하고 일부를 잘라서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원곡 변형을 수반하기 때문에 동일성유지권 침해가 특히 문제가 된다.

즉 저작자가 한번 저작물을 만들어 공표했다면, 그 저작권을 다른 사람이 마음대로 바꾸거나 변형해서 사용할 수 없는데 야구단들은 응원곡을 사용해오면서 사전이든 사후든 작곡·작사가 동의를 구한 바 없어 문제가 되고 있다.

프로야구 응원가 저작인격권 문제는 지난해 유명 작곡가들이 kt 위즈를 상대로 내용 증명을 보냈을 때도 주목받았다.

이번에 삼성 구단만 상대로 소를 제기한 이유가 있나? 삼성이 일단 다른 구단보다 저작인격권 침해 곡 수가 많은 편이었다.

삼성만 소송할 건 아니고 추후 다른 구단도 소 제기할 예정인데 우선은 한꺼번에 들어가는 거보다 낫다고 생각했다.

저작자들이 저작인격권 문제 해결에 적극적이지 않은 구단 중 하나로 삼성 구단을 꼽았기 때문에 우선 선택했다.

추후 다른 구단에 대해서도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저작재산권 외에 저작인격권에 대한 대가도 지급돼야 한다는 의견인데 이에 대한 구단의 반응은 어떤가. 지난 2016년 인격권 문제가 불거지고 한국야구위원회(KBO) 차원에서 저작자들과 협상을 진행했으나 협상에 미온적이었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금액을 제시해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KBO에서 각 구단이 이를 해결하도록 한 것으로 안다.

저작권 문제가 없는 클래식 곡이나 다른 곡으로 바꾼 구단이 있고 저작자와 개별적으로 합의한 구단이 있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 구단이 있는 등 다양하게 반응하고 있다.

저작인격권에 대해서 구단은 작사·작곡가들을 상대로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나. 저작재산권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신탁이 되지만, 저작인격권은 신탁이 되지 않는다.

협회에서 맡아서 관리해달라고 해줄 수 없어 개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이전에 개별적으로 저작자들과 구단이 합의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안다.

합의할 때 비밀 유지 약정이 붙기도 해 합의 내용을 제3자가 알기는 어렵다.

저작자들도 저작인격권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아 수년간 권리를 침해당하고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아주 적은 돈을 받고 합의하는 경우도 있고 천차만별이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윤리위원회 위원에 위촉된 김진욱(오른쪽에서 두 번째) 변호사가 지난 2월 다른 위원들과 열의를 다지고 있다.

사진/한국음악저작권협회 구단들 입장에서 저작권자들이 너무 높은 저작인격권료를 요구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 부분에 대해 저작권자들이 상처를 받았다.

돈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저작인격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너무 낮으니 사건을 통해 여러 전반에 거쳐 사회 인식이 높아져야지만 저작권자 권리가 보호된다고 보고 있다.

'이게 침해하면 안 되는 거구나'라고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소송에 대해 음악·법조계 등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는 거 같다.

'응원가'라는 문화적 요소가 강하지만 노래 가사를 마음대로 바꾸거나 편곡하는 등 원곡 훼손에 대한 문제에는 다소 무지했다는 지적이 있다.

2000년대 이전에는 저작인격권이 문제가 된 사례가 거의 없었다.

2000년 들어 음악(미리 듣기 서비스·통화 연결음), 출판물, 드라마 극본 등 여러 분야에서 손해배상을 인정한 판례들이 나왔고 차츰 기업들도 저작인격권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인식하게 됐다.

최근에는 광고에 음악을 사용하거나 선거로고송에 기존 음악을 사용할 때도 저작인격권료를 지급하는 게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다만 스포츠 분야는 여전히 이런 인식이 부족하다.

구단 입장에서 응원곡을 선택할 때 사람들이 따로 배우지 않아도 되는 등 효용적인 측면에서 대중가요를 쓰는 게 나을 것이다.

하지만 원곡을 변형하면 정당하게 보상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으면 한다.

음악을 많이 써주면 저작권자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게 아니냐고 반문하지만, 그게 면죄부가 되지는 않는다.

국내의 음악 저작권에 대한 인식 수준은 어떤가.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다.

무료 사이트 등 '어둠의 경로'로 음원을 다 내려받아서 음악을 들었던 시절이 있었다.

아직 충분한 저작권료가 지급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저작권자들이 많지만, 이제는 음악을 듣기 위해서는 돈을 지급해야 한다는 인식을 다 하지 않나. 음악 사이트에 가입해 돈 내고 노래 듣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다.

저작인격권의 경우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져야 하는 분야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번 소송은 단순히 응원가에 대한 저작인격권 주장 이상의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유튜브 커버 버전이 돌았을 때 유튜브에서 인격권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저작권료를 꼬박꼬박 다 준 것으로 알고 있다.

방탄소년단, 엑소 등 세계적으로 인지도 있는 가수들이 배출되는데 먼저 국내에서 음악저작권 보호에 대한 인식이 바로 서야, 해외에서의 침해에 대해서도 보다 단호하게 대응해 우리의 소중한 문화자산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취지에서 이번 사건이 하나의 디딤돌이 되기를 희망한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