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불법 정치자금 혐의를 받고 있는 황창규 KT 회장이 17일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KT 현직 최고경영자(CEO)가 경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황 회장은 이날 예정시간(오전 10시)보다 30분 이른 9시30분경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본청에 출석했다.

황 회장은 "불법 정치자금 제공 혐의에 대해 인정하는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담담한 표정으로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며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회사자금 유용을 직접 지시하거나 보고를 받았느냐는 질문에도 답하지 않고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경찰은 KT 전·현직 임원들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일명 '상품권깡' 방식으로 90여명의 국회의원 후원회에 약 4억3000만원을 불법 후원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압수수색과 관계자 소환 등을 통해 황 회장이 해당 내용을 지시 또는 최소한 보고를 받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날 경찰청에는 취재진과 KT 직원들, KT 노조와 시민단체로 구성된 KT민주화연대까지 몰리며 북새통을 이뤘다.

황 회장이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서울 광화문 KT 사옥은 가라앉은 분위기다.

KT 관계자는 "결국 황 회장이 경찰 조사까지 받게 돼 착잡하다"며 "조사가 잘 마무리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권교체기마다 반복된 CEO 잔혹사가 재연될까 우려도 커졌다.

황 회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그의 거취에 대한 정재계의 관심도 다시 커졌다.

남중수 전 KT 사장과 이석채 전 KT 회장은 정권이 바뀌고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은 후 중도 사퇴했다.

서울 광화문 KT 사옥. 사진/뉴시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