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셀프 후원금 의혹’에 대해 위법이라는 판단을 내리자 선관위가 직무유기를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김 전 원장이 더불어민주당 의원 모임 ‘더좋은미래’에 한 기부는 19대 국회 시절인 2년 전에 일어난 일인데 그때는 문제 삼지 않다가 이번 청와대 질의로 위법이라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17일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사적으로 취득한 것도 아니고 자신이 속한 공익재단에 5000만원 기부한 것을 사후적으로 이제야 불법이라고 해석한 것에 대해 선관위의 무능과 직무유기를 스스로 인정한 꼴"이라며 "통상 범위를 벗어난 것에 대해서 문제를 삼는다면 의원 임기 만료 직전 정당에 납부하는 당비 등 기존 관행들을 다 어떻게 할 것인지 묻고 싶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많은 규정이 선관위의 자의적 해석에 따라 사후적으로 결정된다"며 "네거티브 규정으로 바꿔서 할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해 정치활동 하는데 명확히 할 수 있도록 선거법 전면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전 원장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법 해석상 문제가 있는 경우 선관위는 통상 소명자료 요구 등 조치를 취하는데 지출내역 등을 신고한 후 당시는 물론 지난 2년간 선관위는 어떤 문제 제기도 없었다"며 "이 사안은 정말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지도 못한 일"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선거관리위원회법에 따르면 선관위는 정치자금 및 선거비용 수입·지출에 관한 조사·확인 및 조치에 관한 사항을 수행한다.

또 정치자금법 40조에 따라 선관위는 매년 국회의원 후원회 회계 책임자로부터 회계 보고를 받아 상세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

만일 회계 보고에서 위법 사항을 발견하면 보통 수사기관에 고발한다.

그러나 선관위는 지난해 1월말 김 전 원장 측으로부터 회계보고서를 제출받았으나 당시에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19대 의원을 지낸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임기말 남은 후원금 약 420만원을 더좋은미래에 기탁한 사실이 드러났는데 선관위는 이 또한 지나쳤다.

선관위 관계자는 "당시 김 전 원장 문의에 ‘종전 범위를 현저히 초과하는 금액을 납부하면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회신은 했지만 이후 어디에 얼마나 냈는지 제대로 확인이 부족했다"며 "워낙 많은 자료를 검토하다 보니 일일이 확인하지 못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어 홍 장관의 위법 여부에 "확인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한편 더좋은미래 소속 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선관위가 문제 삼은 공직선거법 113조(의원과 배우자는 선거구 연고 기관, 단체, 시설에 기부행위 할 수 없다)가 비례의원들의 행위에 제한을 두기에 헌법소원을 내겠다"고 밝혔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