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서비스 직원 정규직 채용 합의 / “앞으로 합법적 노조활동 보장”/ ‘노조 와해 문건’에 압박 받은 듯 / “비정규직 문제 해결 물꼬” 평가 / 다른 대기업들에도 영향 전망삼성의 ‘80년 무노조 경영’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 직원 약 8000명을 직접 채용하기로 하면서 이들의 합법적인 노동조합 활동도 보장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삼성의 이번 파격적 조치와 관련,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노조 와해 문건을 확보하고 수사를 확대하는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17일 진행된 전국금속노조와의 막후 협상을 통해 이런 방안에 합의했다면서 "90여개 협력사에서 8000명 안팎의 직원을 직접 고용하는 조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자회사를 설립해 협력사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기존의 방식과는 달리 직접 고용으로 전환한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특히 이전의 사법·행정기관의 판단과 무관하게 협력업체 직원 무려 8000여명을 직접 고용했다는 점에서 전향적이다.

삼성전자서비스의 협력업체 노조인 ‘전국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2013년부터 삼성전자서비스 측에 근로자 지위를 인정할 것을 요구했다.

‘삼성전자서비스로부터 직접 업무 지시를 받고 있으므로 삼성전자서비스 직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1월 1심 판결에서 삼성전자서비스의 손을 들어줬다.

서비스기사들을 삼성전자서비스 직원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앞서 고용노동부도 2013년 삼성전자서비스에 대해 제기된 불법 파견근로 의혹에 대해 수시 근로감독을 벌인 뒤 "종합적으로 보면 위장도급이나 불법파견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재계 1위인 삼성의 이번 조치로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물꼬가 트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이번 결정은 자회사를 설립해 협력사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기존 방식에 비해 진일보한 것으로,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물꼬를 텄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삼성의 이날 결정으로 다른 대기업들도 사내하청 근로자를 직접 채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날 합의에 따라 삼성전자 제품에 대한 서비스업무 절차는 기존 ‘삼성전자-삼성전자서비스-협력사’ 구조에서 ‘삼성전자-삼성전자서비스’로 단순화된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서비스는 이날 "앞으로 합법적인 노조 활동을 보장하는 한편 노사 양측이 갈등 관계를 해소하고 미래지향적인 회사 발전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삼성이 이날 공식 보도자료에서 노조 활동 보장을 언급하면서 삼성그룹의 ‘무노조 경영’ 기조에 변화가 생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의 경우 그동안 노조활동에 따라 여러 비용을 발생시키는 대신 그에 상응하는 임금과 복지혜택을 확대하는 ‘무노조 경영’ 원칙을 고수했다"면서 "이번 조치는 이 원칙이 허물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삼성그룹 전체로 보면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외에도 삼성지회(삼성물산 노조), 삼성웰스토리지회, 삼성에스원 노조 등 4개의 노조가 있다.

이 중 가장 규모가 큰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협력업체 노동자에서 원청업체 정규직으로 신분이 전환되면서 자연스럽게 노조도 계승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도 이날 "삼성전자서비스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승리"라며 "삼성의 직접고용을 환영한다"고 반겼다.

노조는 "삼성의 80년 ‘무노조 경영’을 폐기시켰다"면서 "삼성의 감시자 역할을 하고 노조 활동을 확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