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미스릴(Mithril)이란 가상화폐(암호화폐)가 뉴스창을 달궜다.

오후 2시쯤 텔레그램을 통해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업비트에도 없는 미스릴이 빗썸에 상장된다는 사설정보지, 이른바 지라시가 돌았다.

오후 6시 빗썸이 상장 사실을 발표하자 250원에 거래를 시작한 미스릴은 30분 만에 2만8812원까지 폭등했다가 10분 만에 740원으로 추락했다.

어떤 이는 1000만원을 투자해 11억원 넘게 불렸을 수 있고 어떤 이는 밤잠을 설치는지도 모른다.

빗썸은 원화 등 법정화폐가 유입될 수 있는 전 세계에서도 몇 안 되는 거래소이다.

원금 회복을 꿈꾼 ‘개미’(개인투자자)들이 한조각 정보에 밀물처럼 몰렸던 건 아닐까.당국은 고개만 갸웃거린다.

정보 유출이 사실로 드러난들 처벌할 길도 없다.

규제영역 밖인 탓이다.

가상화폐가 세상에 등장한 지 10년이 지났다.

우리 역시 2016년 말부터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당국 등이 관련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제도권 편입을 고심했다.

법적 기반을 마련하려면 규제 대상에 대한 개념과 정의부터 정립해야 할텐데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개념이 바뀐다.

화폐인지 상품인지 자산인지 증권인지 정의도 어렵다.

규제 방향을 잡지 못한 사이 시장은 끓기 시작했고, 정부는 작년 9월 이후 넉 달간 8차례 대책을 쏟아내며 자금 유입을 차단하는 데 안간힘을 썼다.

작년 말 259조원에 이르던 거래금액은 3월 49조원으로 쪼그라들었고, 광풍이 불고 간 자리엔 정부를 향한 분노만 남았다.

정부도 국회도 한 시름을 던 것인지 이제는 관련 논의도 들리지 않는다.

이런 상상을 해본다.

꼭 새로 입법을 해야 규제가 가능할까. 이 시장을 도박판으로 본다면, 기존 법률을 응용할 여지는 없는 걸까. 가상화폐는 ‘채굴’(Mining)이란 행위로 얻어진다.

그 원리를 보면 암호학 이론이 반영된 포커, 블랙잭과 유사한 확률 게임이다.

그 확률 문제를 해결한 컴퓨터에 코인 약 10개를 보상하는 게 가상화폐의 기축통화 격인 비트코인의 채굴법이다.

이 채굴 행위를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상 규제 대상인 ‘사행성 게임물’로 보면 어떨까 하는 게 상상의 요지다.

법에 따르면 사행성 게임물은 ‘우연적인 방법으로 결과가 결정되는 게임물’로 규정된다.

산물인 가상화폐는 ‘게임 머니’, ‘게임 아이템’ 등에 해당할 것이다.

이런 유·무형의 산물을 ‘환전 또는 환전 알선하거나 재매입을 업으로 하는 행위’는 처벌 대상이다.

단, 아이템 ‘중개’는 합법이다.

개인이 반기 1200만원 한도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시장은 열어준 것이다.

가상화폐는 높은 유동성, 낮은 거래비용, 익명성 등으로 기존 어떤 화폐보다 완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실물에 기반하지 않고 국가적 관리 주체도 없는 돈 뭉치의 이동이 됐다.

투기 세력이 빚어낸 혼란 역시 예상됐던 바다.

익명을 요구한 어느 공직자의 이런 아이디어는 허무맹랑한 상상일까. 블록체인 기술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라지만 사행성 게임 규제가 게임산업을 죽인 것은 아니다.

조현일 산업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