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피고인의 국선변호인 신청을 무시하고 재판을 끝내거나 소환장을 엉뚱한 곳에 보내는 등 절차적 잘못을 저지른 2심 판결들을 잇따라 깼다.

유무죄와 형량의 결정에 직접 영향을 미치진 않아도 법이 정한 절차는 꼭 지켜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오모(42)씨 상고심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 항소부로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482만원 상당의 사기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이 선고된 오씨는 항소심 도중 법원에 국선변호인 선임을 요청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오씨 신청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1회 변론만으로 재판을 마치고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기록에 따르면 오씨는 빈곤 등의 사유로 국선변호인 선정이 필요해 보인다"며 "그런데도 2심은 실질적 변론과 심리를 모두 끝낸 뒤에야 국선변호인 선정 청구를 기각했다"고 질타했다.

대법원은 이어 "국선변호인 선정에 관한 형사소송법 규정을 위반해 오씨가 국선변호인 조력을 받지 못하고 효과적 방어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판시했다.

피고인 소환장을 엉뚱한 곳으로 보낸 뒤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한 2심 판결도 대법원에서 깨졌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사기죄로 기소된 조모(47)씨의 상고심에서 "항소이유서에 첨부된 소견서에 나온 피고인의 병원 연락처 등으로 연락해 소재를 파악했어야 함에도 ‘피고인의 주거를 알 수 없다’며 궐석재판을 하고 선고한 것은 위법"이라고 꼬집었다.

장혜진 기자 jangh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