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6일 '돌발 행동'을 감행했다.

먼저 제안한 남북고위급회담을 돌연 중단 통보한 데 이어 '핵포기 강행 시 북미정상회담 재고려'란 카드를 꺼냈다.

북한의 '의중'을 둘러싼 해석은 분분하다.

일각에선 남한을 겨냥한 듯하면서 미국을 치는 '성동격서(聲東擊西)'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15시간' 동안 무슨 일 있었나…美 맥스선더 반발? 태영호 때문?북한은 이날 오전 0시 30분 북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명의의 통지문을 우리 측에 보내 남북고위급 회담을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일방 통보했다.

북한은 전날 만해도 오전 9시쯤 통지문을 보내 이번 회담을 제안했다.

결과적으로 '15시간 만에' 북한은 돌연 회담 중단을 선언했다.

표면적 명분은 두 가지로 해석됐다.

우선 북한은 한미 대규모 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 (Max Thunder) 훈련을 문제 삼았다.

이번 훈련에는 스텔스 전투기인 F-22 8대가 한 번에 한반도에 전개됐다.

'조선중앙통신'은 "11일부터 남조선 당국은 미국과 함께 남조선 전역에서 우리에 대한 '2018 맥스 선더' 연합공중전투훈련을 벌려놓고 있다"며 "이번 훈련은 판문점 선언에 대한 노골적인 도전이며 좋게 발전하는 조선반도(한반도) 정세 흐름에 역행하는 고의적인 군사적 도발"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016년 귀순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를 겨냥한 듯한 뉘앙스도 읽혔다.

중앙통신은 "특히 남조선 당국은 '천하의 인간쓰레기들'까지 국회 마당에 내세워 우리의 최고 존엄과 체제를 헐뜯고 판문점 선언을 비방 중상하는 놀음도 버젓이 감행하게 방치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태 전 공사는 지난 14일 오후 국회에서 저서 출판기념 기자 간담회를 갖고 "북한의 핵 폐기는 김정은 체제가 무너지는 것을 말한다"며 북한의 비핵화 움직임에 대한 '비현실성'을 지적했다.◆ 남북관계 숨 고르기? 북미정상회담 비핵화 협상력 제고?그러나 북한의 속내는 '따로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연례적인 훈련인 맥스선더 방어훈련인 경우 이미 11일부터 시작됐고, 북한은 훈련 중인 상황에서 남북 고위급회담 개최를 우리 측에 먼저 제안했기 때문이다.

또, 13일엔 풍계리 핵실험장의 폐기입장을 전했고, 15일에는 핵실험장 폐기 상황을 취재할 남측의 언론을 초청하는 통지문을 보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로선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청와대는 차분한 가운데 진의 파악에 주력했다.

통일부는 유감을 표명하며 조속히 회담에 호응해 나올 것을 촉구했다.

통일부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북측이 남북 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연기한 것은 4월 27일 양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선언의 근본정신과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유감"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이번 결정과 관련해 사실상 올해 1월 이후 숨 가쁘게 달려온 남북관계의 '숨 고르기' 차원이란 분석도 나온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새벽에 발생한 상황에 대해 청와대 안보실 관계자들이 통일부·외교부·국방부 등 관련 부처와 긴밀히 전화 통화를 하고 논의를 했다"며 "북한이 보내온 전통문의 정확한 뜻이 무엇인지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또 한쪽에선 북미정상회담(6월 12일·싱가포르)을 앞두고 미국을 향한 일종의 '경고성 메시지'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비핵화 범위와 완전한 핵 폐기 시점 등에 대한 협상 과정에서 '기싸움'에 밀리지 않겠다는 포석이란 관측이다.

미국 주요 외신 일부는 "김정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많은 양보'를 받아내기 위한 움직임"이란 취지로 해석했다.

남북고위급회담 연기에 이어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담화를 통해 "우리를 구석으로 몰고 가 일방적인 핵 포기만을 강요하려 든다면 우리는 그러한 대화에 더는 흥미를 가지지 않을 것"이라며 "북미정상회담에 응할지 재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미정상회담 적신호?…남북 핫라인 가동하나북한의 이번 조치로 남북관계가 중단되거나 북미정상회담의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전반적인 대화 흐름이 끊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분위기다.

일단 미국 백악관은 즉각 대응보다 사태를 주시하면서 파장 축소에 나선 모습이다.

해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너무 앞서 나가서는 안된다.추가적인 정보를 가지고 확인할 것"이라며 "우리는 계획대로 다음달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 준비를 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런 가운데 남북 정상 핫라인(직통 전화)이 긴급대책 격으로 가동될지 주목된다.

지난달 20일 남북 정상 간 집무실에 개설된 핫라인은 이날 현재까지도 울리지 않은 상태다.

청와대 관계자는 "(남북정상간 핫라인 통화는) 현재까지는 (검토한 바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