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지휘권으로 빚어진 檢亂 사례 / 이승만 대통령, 장관 불구속 기소 지시 / 지검장 반발 기소… 총장 스스로 물러나 / 천정배 법무장관 불구속 수사 명령에 지휘권 수용하면서 김종빈 총장 퇴진문무일 검찰총장이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단에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 구속영장 청구 보류를 지시한 것을 ‘정당한 수사지휘권 행사’라고 설명하면서 법률상 보장된 수사지휘권에 이목이 쏠린다.

그동안 대통령이나 법무부 장관의 수사 개입 또는 간섭이 논란을 일으킨 일은 많았어도 총장의 수사지휘권 행사가 검찰 내분으로 이어진 사례는 거의 없다는 점에서 검찰 지휘부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6일 검찰에 따르면 검찰청법 12조 2항은 ‘검찰총장은 대검찰청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고 검찰사무를 총괄하며 검찰청의 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해 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보장했다.

드물게 청와대나 법무부 등 상급기관이 검찰을 뒤흔들거나 총장이 검찰 장악에 실패해 수사지휘권을 행사하지 못하기도 한다.

1949년 검찰은 이승만 당시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임영신 상공부 장관의 횡령 등 비리 혐의를 잡고 수사했다.

이 대통령은 권승렬 당시 검찰총장을 불러 ‘임 장관 불기소’를 주문했다.

권 총장이 수사를 지휘하던 최대교 서울지검장에게 이를 전달했으나, 최 지검장은 무시하고 임 장관 기소를 강행했다.

이 일로 이 대통령 신임을 잃은 권 총장은 스스로 물러나는 길을 택했다.

법무장관이 총장에게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가 파문이 일어난 사례로는 2005년 강정구 당시 동국대 교수 국가보안법 위반사건을 들 수 있다.

‘구속’ 의견인 검찰 수사팀과 달리 천정배 당시 법무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불구속’을 지시하자 김종빈 당시 검찰총장이 반발해 사퇴했다.

다만 검찰은 장관의 수사지휘 자체는 받아들여 강 교수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사들이 총장을 ‘들이받은’ 적도 여럿 있다.

1999년 심재륜 당시 대구고검장은 "김태정 검찰총장이 나를 상대로 ‘표적감찰’을 했다"며 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2012년에는 대검 중수부 폐지를 추진하던 한상대 당시 검찰총장에 반발해 최재경 중수부장 등 ‘특수통’ 검사들이 들고 일어나 총장 퇴진을 촉구했다.

물론 개별 사건에 대한 총장의 수사지휘가 아니라 감찰이나 조직개편 같은 행정적 문제를 둘러싼 견해차에서 비롯했다는 점에서 이번 강원랜드 사안과는 성격이 다르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