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이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으나 미국은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이 주도하는 대북 식량 지원 사업 확대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고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FP)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데이비드 비슬리 WFP 사무총장은 북·미 양국이 외교적 해빙을 모색하는 것을 계기로 북한에서 유엔의 식량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하려고 수억 달러가량을 세계 각국으로부터 지원받으려고 했으나 백악관의 반대에 직면했다고 FP가 전했다.

미국은 1990년대에 WFP의 대북 식량 지원 사업에 매년 7억5000만 달러(약 8111억 2500만 원)를 공여했었으나 조지 W. 부시 정부가 2002년에 북한을 ‘악의 축’ 국가로 규정하면서 대북 식량 지원 규모를 점진적으로 줄여 나갔고, 트럼프 정부는 현재 WFP의 이 사업에 일절 참여하지 않고 있다.

유엔의 관리들은 FP에 "만약 미국이 WFP 대북 지원에 다시 참여하면 한국과 일본 등 다른 나라들이 보다 관대하게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공화당 출신으로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지사를 지낸 비슬리 총장은 최근 북한과 한국을 차례로 방문했었다.

그는 FP와 인터뷰에서 북한의 연간 식량 부족 규모가 200만 톤에 이른다고 밝혔고, 전문가들은 북한의 식량난 해소를 위해 연간 7억5000만 달러가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2017년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2500만 명가량의 북한 주민 중에서 1000만 명가량이 영양 부족 상태인 것으로 추정됐다.

FP는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은 미국의 적대 국가에 대한 외부 원조를 꺼리고 있다"고 전했다.

로버트 팔라디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FP에 북한이 핵무기를 완전히 제거하기 전까지는 미국이 대북 압박 기조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팔라디노 대변인은 "대량파괴무기(WMD)는 굉장히 값이 비싸다"면서 "북한이 현재 WMD 프로그램에 사용되는 자금을 재할당하면 북한 주민에게 어마어마한 복지 혜택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 관리들은 그러나 미국이 현재는 대북 식량 지원을 검토하고 있지 않지만, 북한과 대화가 진척되면 그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고 말했다고 이 매체가 전했다.

WFP는 1990년대에 비해 현저하게 대북 지원 사업을 줄였고, 현재 약 65만 명의 임산부, 젊은 여성, 5세 이하 아동을 대상으로 한 시리얼, 비스킷, 영양 보조제 제공 사업을 하고 있다.

WFP는 향후 6개월 이내에 1000만 달러가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북한의 여성과 아동 지원 프로그램을 줄여야 할 입장이라고 밝혔다.

비슬리 총장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미국인 3인의 석방을 위해 지난 9일 두 번째로 북한을 방문했던 시점과 겹치는 8일∼11일 사이에 북한을 방문했다.

그는 북한 전역에서 1990년대와 같은 기근 사태가 발생하지는 않았으나 주민의 영양실조 문제가 여전히 심각한 위협으로 남아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비슬리 총장은 "한국이 대북 인도적 지원을 확대하자는 이 기관의 요구에 보다 수용하는 자세를 보인다"고 말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