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투자 유럽기업 철수·축소 속출 / 佛 정유사 ‘토탈’ 가스전 중단 예정 / 美 비난하던 유럽국가들 입지 위축 / 이란, 투자 없는 협정 이행 명분 줄어미국이 이란핵협정(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탈퇴를 선언하면서 언급한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란과 거래하는 기업들에 대해 미국이 제재하겠다고 나서자 대이란 투자를 축소하거나 철수하려는 유럽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핵협정 탈퇴를 선언한 미국을 비난했던 유럽 국가들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고, 이란 정부로서도 투자 없는 핵협정 이행을 고수할 명분이 줄어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프랑스 정유업체 토탈은 16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오는 11월4일 이전에 미국의 이란 제재로부터 예외를 인정받지 못하면 사우스파르스 가스전 개발과 관련한 모든 프로젝트를 중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토탈은 "이란 내 금융거래의 90% 이상이 제재의 영향권에 들어간다"며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에 노출되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

토탈은 지난해 7월 이란과 48억달러(약 5조1700억원) 규모의 사우스파르스 11공구의 해상가스전 개발·생산 본계약을 맺었다.

이는 핵협정 체결 이후 이란이 서방 에너지 기업과 맺은 첫 투자계약이다.

토탈(50.1%) 외에 중국 CNPC(30%), 이란 국영석유회사 자회사인 페트로파르스(19.9%)가 지분을 갖고 있다.

미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에너지 부문에 대한 대이란 제재를 복원하면서 기업에 180일간 유예기간을 둔다고 밝혔다.

미 정부의 이란 제재 예외를 인정받지 않은 기업은 오는 11월4일 이후 세컨더리 보이콧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세계 1위 해운사인 덴마크 머스크라인의 유조선 부문인 머스크탱커도 "이란 내 고객사와 계약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럽 기업들이 미국의 경고에 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FT는 "에어버스, 지멘스, 르노 등 이란에 투자한 다른 기업들도 비슷한 처지"라며 "이란 정부가 에너지 부문에 대한 해외투자가 없다면 핵합의를 유지할 이유를 찾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은 향후 5년간 2000억달러 규모의 해외투자를 유치해 에너지 인프라를 현대화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