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로 오셨습니까?" 5·18 광주민주화운동 38주년을 하루 앞둔 17일 오후, 서울 연희동 전두환(87) 씨의 자택 앞. 검은 근무복을 입은 경찰은 취재진이 골목에 들어서자 경계의 눈빛으로 방문 목적을 물었다.

"취재 때문에 왔다"고 하자 '어디서 오셨냐'고 재차 확인한 뒤에야 통행을 허가했다.

삼엄한 경비가 이뤄지고 있는 모습이었다.

높은 담벼락과 굳게 닫힌 문, 곳곳에 설치된 CC(폐쇄회로)TV 외에는 어느 것도 보이지 않았다.

경비를 서는 경찰들은 계속해서 자택 앞 골목을 바쁘게 오가며 취재진을 주시했다.

다른 매체의 취재진을 비롯 집 앞의 여러 시선이 전 씨의 자택 대문만을 향해 있었다.

약간의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자택을 천천히 살피는데 또다시 경비 담당자가 다가왔다.

이번엔 '명함을 볼 수 있냐'고 물었다.

담당자는 "때도 때고 아무래도 저희 업무가 이것이다 보니 양해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취재진이 '최근에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냐'고 묻자 그는 "집회도 있고 간간이 오신다"며 "예전엔 해코지하러도 많이 왔었는데 이제 그렇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전두환 회고록'… 5·18 민주화운동 부정·왜곡전 씨는 5월 18일 무렵이면 해마다 언론과 국민의 관심을 받아왔다.

하지만 올해는 그에게 특히 더 많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전 씨가 최근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기 때문이다.

전 씨는 지난해 4월 출간된 본인의 회고록에서 폭력 진압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며, 5·18 민주화운동 당시 군의 헬기 사격 사실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 '가면 쓴 사탄'이라 비난했다.

그는 또 '(5·18 민주화운동은)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다', '비무장한 민간인에 대한 학살은 없었다' 등의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전 씨의 주장은 이미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지난 1995년 12·12 군사반란, 5·18 내란 및 내란 목적 살인, 뇌물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사형, 2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바 있다.

진상 규명을 위해 전 씨 정권을 포함 여러 차례 정부 차원에서 조사를 벌였지만, 북한군 개입 정황은 없었다.

오히려 군인들이 비무장 민간인을 학살하고 암매장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이에 대해 송영무 국방부장관은 지난 2월 "국방부장관으로서 우리 군이 38년 전, 5·18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역사에 큰 아픔을 남긴 것에 대해 국민과 광주시민들께 충심으로 위로와 사과를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5·18 민주화운동 헬기 사격 및 전투기 대기 관련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 조사 직후였다.

전 씨는 끝까지 관련 내용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은 전 씨가 당시 진압 상황을 보고받았으며 헬기 사격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왜곡하며 조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것으로 판단, 지난 3일 전 씨를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5·18 민주화운동 38주년…누가 진짜 억울한가전 씨는 지난 1995년 재판 당시 "왜 나만 갖고 그래"라고 말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리고 그는 지금도 여전히 억울하다는 태도를 보인다.

전 씨는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들과 유족들, 상처를 고스란히 안고 사는 광주 시민들의 극심한 슬픔과 고통을 자신의 '억울한 누명'으로 변질 시키며 합리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취재진은 결국 전 씨를 만날 수 없었다.

경호 담당자도 그가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나 취재 결과 전 씨는 외출을 거의 하지 않고 자택에 머무는 것으로 확인됐다.

군인권센터와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등 시민단체에 따르면 전 씨의 사저에는 직업경찰 10명과 약 80명가량의 의무경찰 1개 중대가 경호를 하고 있다.

그의 안전을 위해 투입되는 세금만 6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특히 최근엔 전 씨가 지방 소득세 등 11건 8억 7900만 원(2017년 행정안전부 발표 기준)을 내지 않은 고액체납자가 세금 덕에 밤낮없이 안전을 책임지는 경호를 받으며 지내는 모순이 벌어지고 있다는 국민적 비난이 일고 있다.

5.18 민주화운동 전날, 전 씨의 사저를 바라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추적추적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전 씨 자택 담벼락을 타고 흘러내리는 빗줄기는 '진짜 억울한'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와 유족들의 눈물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