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2012년, 소니는 창업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가전은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추월당했고 음악과 영화도 적자가 누적돼 연간 수조원대 손실이 났다.

"더 이상 예전의 소니가 아니다"는 비판이 안팎에서 나왔다.

그런 소니가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소니 매출은 8조5540억엔(약 83조6615억원)으로 최근 20년 만에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은 7349억엔(약 7조1861억원)으로 전년보다 약 2.5배 늘었다.

‘전자 명가’로서의 위상을 회복하고 있는 소니와 함께 ‘27년 소니맨’ 오쿠라 키쿠오 소니코리아 대표도 한국으로 돌아왔다.

1992년 소니에 입사한 그는 홍콩, 라틴아메리카, 말레이시아 등 세계 전역을 다녔지만 한국에 대한 사랑이 각별하다.

대학에서 한국어학과를 전공했고 지난 2007년부터 5년간 소니코리아 컨슈머 프로덕트 부문 본부장을 역임했다.

특히 키쿠오 대표는 소니코리아 시절 소니 카메라의 시작과 성장을 함께 했다.

소니가 2006년 첫 제품을 출시해 지난해 12월 고급 풀프레임 카메라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기까지, 곳곳에 그의 열정과 추억이 녹아있다.

수많은 과제가 있었지만 그가 잊지 않는 원칙은 한 가지, ‘직원들과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환경 조성’이다.

올해 4월부터 소니의 한국 지사를 이끌고 있는 키쿠오 대표를 지난 19일 여의도 본사에서 만났다.

오쿠라 키쿠오 소니코리아 대표를 지난 19일 본사에서 만났다.

사진/소니 소니코리아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어떤 대표가 되고 싶나. 소니만의 기업 문화인 ‘자유'와 '활달’을 정착시키고 싶다.

자신의 의사를 얼마든지 개진할 수 있는 수평적 문화 조성이 우선이다.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어떤 마케팅 전략을 구사할지 결정하는 것은 나이와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잘 한다.

하지만 아이디어가 직원들로부터 나오는 것이 먼저다.

가령, 가수 아이유가 5년간 소니 오디오 제품 모델을 하고 있는데 이 역시 시작은 젊은 직원들의 생각이었다.

(나부터)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보다 자주 직원들 자리에 가서 많이 듣고 이야기하려고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대표이사로 있을 때는 대표실을 없애고 콜센터로 전환했다.

소니코리아에서도 사무실을 따로 만들지 않으려고 했는데 직원들의 권유로 따로 방을 사용하게 됐다.

대표이사도 ‘대표님’이라고 부르지 않고 ‘상(씨)’을 붙여 부른다.

모리아 아키오 창업주를 모두 모리타 상으로 불렀지, 신입사원이라고 해서 대표님이라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듣고 "이렇게 해 봅시다"라고 제안하는 것이 우리의 DNA다.

사업적인 목표는. 물론 금액적인 목표도 중요하지만 매출은 꾸준히 성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재임 기간 중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소니 제품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것이다.

수년 전만 해도 ‘소니는 대세가 아니다’라는 말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소니의 존재감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이 소니를 가지고 싶도록, 더 많은 소비자들이 소니의 진면목에 대해 알도록 하고 싶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하고 있는 노력들은 어떤 게 있나. 최근에 중점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 ‘사람들에게 가까이(Getting closer to people)’ 다가가는 타깃 마케팅이다.

카메라를 보면 한 달에 한 번 찍는 사람, 거의 매주 나가서 사진 찍는 사람, 화질이 제일 중요하다 생각하는 사람 등 여러 유형의 사람들이 있다.

필요한 고객이 누구인지 알아보고 고객들의 특성에 맞게 메시지 전달을 해야 한다.

알파9은 무진동, 무소음에 자동초점(AF)이 빨라 웨딩사진 전문으로 찍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하는 것이 적합하다.

A7R 마크3는 4000만 고화소 제품으로 스튜디오 사진에 쓰이기 좋아 주로 사진작가들을 대상으로 행사를 진행한다.

여성 소비자들에게는 무겁고 큰 풀프레임보다는 셀피가 잘 나오는 미러리스를 추천해야 한다.

한국에 두 번째다.

10년 전과 비교해 시장이 어떻게 달라졌고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예전이나 지금이나)한국에서는 인기 제품 위주로 판매가 이뤄진다.

다른 나라에도 히트 모델이 있긴 하지만 한국만큼 하나의 인기 모델에 판매가 집중되는 나라는 없는 것 같다.

카메라 시장을 2000년대 초반과 비교하면 보급형 시장은 줄어드는 대신, 고급형 풀프레임 시장이 커지고 있다.

초기에는 보급형 미러리스 카메라 덕분에 국내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휴대폰 카메라 성능이 좋아지면서 보급형 시장은 크게 축소됐다.

소니는 이때 풀프레임 카메라를 내놓으면서 질적으로 성장을 이뤘다.

우리는 축소되고 있는 보급형 시장은 더 이상 노리지 않는다.

판매량은 크게 늘지 않지만 금액적인 면으로는 성장하고 있다.

27년 동안 소니에 근무했다.

소니의 부침을 모두 지켜봤는데. 신입사원 때 창업주인 모리타 상의 말이 인상 깊다.

그는 '소니가 안 맞는다면 참고 근무하지 말라, 만약 마음에 들면 열심히 하라'고 했다.

또 누군가 가르쳐주길 기다리지 말고 스스로 공부하라고 했다.

때문에 입사 초년생 때부터 윗사람한테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소통하면서 근무할 수 있었다.

소니의 부활에는 무단한 노력이 있었다.

2012년 히라이 가즈오 상이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빌딩과 보유주식 등 자산을 매각하고 바이오 노트북 등 기존 소니의 대표사업 분야도 팔았다.

물론 소니의 제품이 경쟁력이 없으면 일어서지 못했을 것이다.

기술자들도 많은 고생을 한 성과라고 생각한다.

소니의 비전 중 하나가 사회적 가치 창출인데,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것은. 소니의 사회공헌 활동은 ‘다음 세대를 위해’라는 슬로건 하에서 이뤄지고 있다.

아이들과 환경에 초점을 맞춘다.

아이들과 함께 사진교육·영상교육을 진행해 작품을 만들고 엔터테인먼트 게임이나 가상현실(VR) 체험도 한다.

우유팩 등 재활용 제품을 활용해서 헤드폰을 만드는 과학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오쿠라키쿠오 소니코리아 대표. 사진/소니 소니에서 일하는 동안 가장 성취감이 높았던 프로젝트나 애착을 가졌던 제품이 있는지. 카메라, 특히 알파 모델은 2006년 소니가 처음 카메라 사업에 뛰어들었을 때부터 함께 했기 때문에 애착이 있다.

당시만 해도 소니의 주력 제품은 TV와 바이오 노트북이었다.

처음에 DSLR 알파100이라는 모델을 냈는데, 좀처럼 매출과 점유율이 오르지 않아 수년 동안 고생했다.

그러다가 2009년 알파350이라는 모델로 점유율이 크게 뛰었고, 2011년에는 소니 알파 NEX로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에서 선풍을 일으켰다.

드디어 올해는 프리미엄 미러리스 카메라인 알파9, 알파7R 마크3, 알파7 마크3를 통해 전체 풀프레임 카메라 시장 1위를 바라보고 있다.

한국이 ‘외산폰의 무덤’으로 불리는 만큼 휴대폰 사업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안다.

카메라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 100년 이상 역사를 가진 업체들을 제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휴대폰도 마찬가지다.

올해 출시된 엑스페리아ZX2는 4K HDR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보통의 LCD보다는 화질이나 색감이 좋다.

소리나 화면에 따라 손에 진동을 느끼게 하는 바이브레이션 시스템도 적용됐다.

이 같은 차별화를 지속하다 보면 언젠가는 한국 소비자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한다.

일상생활과 회사생활에서 본인의 좌우명이 있다면 주변의 기대보다 훨씬 잘 하자(Beyond Expectation). 특히 고객들, 직원들에게도 더 잘하자는 게 좌우명이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