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검사 "검찰의 수사지휘 덕분에…" vs 현직 형사과장 "책상에 앉아서 제대로 파악도 못했으면서…"지난주 발표된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안의 후폭풍이 지속되고 있다.

합의안의 핵심내용인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 폐지 등을 놓고 현직 부장검사가 특정사건을 거론하며 검찰의 수사지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자 이 사건을 수사한 현직 경찰 형사과장이 부장검사의 글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공방전을 펼쳤다.

지난 22일 청주지검의 강수산나(50·사법연수원 30기) 부장검사는 ‘수사지휘 사례를 통해 본 검사 수사지휘의 필요성’이란 글을 통해 ‘원영이 사건’을 언급하며 경찰 수사의 미진한 부분을 검찰의 수사지휘를 통해 바로 잡았다면서 "검찰의 수사지휘는 법률가인 검사가 적법 절차에 따른 인권 보호와 적정한 형벌권 행사를 하도록 만든 제도이므로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강 부장검사가 언급한 ‘원영이 사건’은 추운 겨울 난방도 안 되는 화장실에 계부와 친모가 6세 아이를 가둔 채 학대하고, 냄새가 난다며 발가벗겨 락스를 들이붓고 찬물을 뿌리는 등의 학대를 계속한 결과 아이가 숨진 사건이다.

원영이의 계모와 친부는 살인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당시 수원지검 평택지청 소속으로 사건을 지휘한 강 부장검사는 "경찰은 실종신고 접수 후 피의자들을 구속하고 야산과 항구 일대를 수색했지만 원영이 사체를 찾을 수 없었다"며 "아이를 잃어버렸다는 사실만으로 피의자들을 살인이나 학대 혐의로 기소하기는 어려웠다"고 밝혔다.

강 부장검사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검경 합동 수사회의를 열어 경찰에 피의자 진술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피의자들의 신용카드, 교통카드, 폐쇄회로(CC)TV 분석 등 수사 범위를 확대하도록 지시했다"면서 "검사가 사체 발굴 현장, 부검 현장, 현장검증 등을 직접 지휘했고, 아동보호기관을 상대로 한 조사와 국내외 판례 분석 등을 동시에 진행해 살인죄로 법리 구성을 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초동수사 단계부터 경찰에 대한 유기적 수사지휘로 피의자 신병을 조기 확보하고 피해자 사체를 신속히 발굴해 암장될 뻔한 사안을 규명했다"며 "치밀한 법리검토로 학대 행위자인 계모와 방관자인 친부를 아동학대치사가 아닌 살인죄 공범으로 기소해 유죄 판결을 받아냈다"고 덧붙여 주장했다.

이에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박덕순 전 경기 평택경찰서 형사과장(현 수원 서부서 형사과장)이 25일 경찰 내부망에 ‘강검사님 그런 수사지휘는 필요치 않습니다!’라는 제목의 글로 강 부장검사의 글을 저격했다.

박 과장은 "강수산나 부장검사가 원영이 사건이 자신의 수사지휘로 해결된 것처럼 주장하면서 앞으로도 계속 수사지휘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라고 운을 뗀 뒤 "올해까지도 방송사에서 원영이 사건을 재조명해 현재의 아동학대 실태를 취재하고 싶다는 인터뷰 요청이 있었다.그러나 원영이를 상기하며 또 가슴 아파하는 사람이 있을까 봐, 개인적으로는 피해자의 시신을 직접 만졌을 당시의 느낌이 아직 완전히 지워지지 않아 거절했다.그러나 언론만 접한 많은 전국의 많은 경찰 동료분이 오해할 것 같아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고자 글을 올리게 됐다"고 글을 올린 이유를 언급했다.

박 과장은 원영이 사건 수사 당시의 형사팀 소집과 수사 과정을 언급하면서 "강수산나 검사가 2회에 걸쳐 강력3팀장을 불러서 갔더니 ‘사체 찾는게 중요하다’, ‘금융정보 확인해라’, ‘디지털포렌식을 하라’ 등의 지시를 했다.그러나 강수산나 검사가 지시한 사항은 이미 다 하고 있는 수사였다.금융정보를 확인하고, 디지털포렌식, 통신수사하는 것은 수사의 기본인데, 겨우 그걸 지시하려고 바쁜 수사팀을 검찰청으로 오게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박 과장은 "수많은 경찰관이 발로 뛰어 해결한 사건이다.이를 사무실에 앉아있던 현직 검사가 사실을 호도하면서 ‘경찰관이 수사의 기본인 금융계좌추적을 하지 않아 자신이 이를 지휘해 사건을 해결했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수사지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같은 수사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자괴감까지 든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한 이후 서장님을 전담팀장으로 하고 지방청 광역수사대, 강력계 직원 23명을 지원받아 총 57명의 경찰관이 정말 밤잠을 설쳐가며 수사했다"면서 "책상에 앉아서 서류만 보는 검사는 우리가 피의자 진술에만 의존, 수색 외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었을지 모르겠다.하지만 수사 방향을 다면화해 물 샐 틈 없이 수사했던 것이며 한쪽으로만 수사치 않는 것은 수사의 기본"이라고 경찰의 수사가 틀리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박 과장은 원영이 계모와 친부로부터 시신 유기 자백을 받아낸 경위도 설명했다.

원영이 계모와 친부의 금융거래내역을 살핀 경찰은 부부가 이상한 장소에서 초콜릿을 구입한 흔적을 확인한 끝에 해당 가게 근처에 원영이 친할아버지의 묘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후 묘 주변을 수색하던 중 삽자루를 발견해 이들 부부에게 원영이의 시신을 유기했다는 자백을 받아낸 것이다.

박 과장은 "사체 발굴날 검사가 직접 나와보겠다더니 현장에 온 젊은 검사는 ‘현장을 많이 나와 보지 않아서인지’ 이상한 행동을 해서 ‘그러시면 안된다’라고 충고했다.이상한 행동이 뭔지 얘기하면 감정 싸움이 될 것 같아 밝히지 않겠다"고 검사들의 현장 경험 부족을 질타했다.

박 과장은 죄명을 의율(법을 사건에 적용)하는 과정에서도 검사의 오류가 있었음을 지적했다.

검찰 송치 하루 전 평택지청에서 열린 수사회의에서 강 부장검사는 박 과장에서 "피의자의 죄명을 무엇으로 할 것이냐"고 물었다.

박 과장의 글에 따르면 강 부장검사가 "살인죄로 하지 말고 아동학대치사죄로 의율하라. 경찰에서 살인죄로 의율했는데 검찰에서 아동학대치사죄로 기소하면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요구했다.

이에 박 과장은 "변호사 자격을 가진 경찰관들을 수사팀에 합류시켜 법률을 검토 중이니 경찰의견은 내일 송치의견서로 보내겠다"고 답했다.

박 과장은 "이후 경찰에서 살인죄로 의율 송치했고 검찰에서도 살인죄로 기소, 유죄의 판결을 받게 된 것"이라며 "만약 강 부장검사의 구두 지휘대로 아동학대치사죄로 의율 송치하고 검찰에서 살인죄로 기소했다면 그 검사는 경찰관이 법률 적용을 못했다고 또 언론플레이를 하지 않았을까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박 과장은 강 부장검사의 글을 비슷한 상황을 대가며 돌려 비판했다.

그는 "강 부장검사의 글을 보니 마치 전교 1등 하는 학생을 교장 선생님이 불러 수학공부 열심히 하라고 하고 그다음 날에 영어공부도 열심히 하라고 해놓고 마치 자신이 열심히 지도해 그 학생이 전교 1등 한 것으로 포장하는 것 같다"고 썼다.

박 과장은 "원영이 사건을 수사하면서 검찰과 법원에 고마웠던 점은 경찰이 신청한 압수수색영장을 검사가 신속히 법원에 청구해 주었고, 법원 또한 신속히 발부해줬다는 것이다.강 부장검사가 말하는 금융계좌추적용 압수수색영장도 2016년 3월6일 늦은 시간에 신청했는데, 바로 다음날인 3월7일에 발부되었다"라면서 "검사와 검찰청 직원이 관련된 사건, 특히 전관 변호사가 개입된 사건에서도 원영이 사건처럼 경찰이 신청한 압수수색영장을 검사가 신속히 법원에 청구해주면 우리 사회가 특권이 존재하지 않는 좀 더 깨끗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