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복조치, 中·EU 넘어 지구촌으로 확산 / FT “北 제재 활용 긴급경제권한법 발동…中의 對美투자 제한, 기술 유출 차단 검토” / 가디언 “BIS, 세계경제 침체 촉발 경고” / 월가도 부정적인 파장 걱정 목소리 고조 / 美 성장률 당초보다 0.3∼0.4%P↓ 예상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전 세계를 향해 무역장벽·관세를 철폐하지 않을 경우 "상호주의 그 이상의 보복을 당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과 유럽연합(EU)을 겨냥한 미국의 무역보복 조치가 지구촌 전체로 확산하며 일촉즉발의 글로벌 무역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미국은 자국으로 들어가는 제품에 인위적인 무역장벽, 관세를 가한 모든 나라가 그러한 장벽과 관세를 철폐할 것을 주장한다"면서 "그러지 않으면 (이들 국가는) 미국에 의해 상호주의(Reciprocity) 그 이상을 당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무역은 공정해야 하며 더 이상 일방통행은 안 된다"고 역설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세계 여러 나라가 미국에 가하는 무역장벽과 관세 이상으로 미국이 보복 조치를 취할 것이란 뜻으로 해석된다.

미국 정부는 특히 북한, 이란 등과 같은 나라를 제재하는 데 활용한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을 발동해 첨단 기술의 중국 유출을 차단하고자 중국계 기업의 대미 투자를 제한하는 초강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5일 보도했다.

이는 중국의 첨단 기술 육성책인 ‘중국 제조 2025’를 정면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정보기술(IT), 우주, 전기자동차, 생명공학 등 10개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가 되겠다는 목표 아래 ‘중국 제조 2025’를 추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트럼프 미 행정부가 이번 주말 중국 지분이 25% 이상인 기업을 대상으로 ‘산업적으로 중요한 기술’ 투자를 제한하는 규정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 규정이 적용되면 중국 측 지분이 25% 이상인 기업은 미국 IT 기업을 인수할 수 없게 된다.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상무부는 첨단 기술의 중국 유출에 대한 강력한 통제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

IEEPA는 미 대통령이 ‘드물고 예외적인 위협’이 있을 때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2001년 9·11 테러 이후 널리 쓰였다.

IEEPA는 미 대통령에게 폭넓은 권한을 부여하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운신 폭이 넓어질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미 국방부는 중국 기업과 미국 대학의 연구협력 프로젝트까지 조사하기 시작했다.

홍콩 명보에 따르면 에릭 추닝 미 국방부 제조공업정책 담당 부차관보는 최근 미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관련 계약 내용을 심사하는 것은 물론이고 시스템상의 문제까지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마이클 그리핀 미 국방 차관은 최근 "현재 3만여 명의 중국 학생들이 미국 대학의 과학기술, 공학, 수학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밟고 있는 중"이라며 "미 정부 당국은 이런 상황이 미국의 국가이익에 위험을 가져올지를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산학협력 문제마저 미 국방부가 국가안보 사안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뜻이다.

백악관, 상무부, 무역대표부 중심의 대중 무역전쟁에 국방부까지 본격 가세하며 대중 전선을 구축한 셈이다.

트럼프발 관세전쟁에 대해 국제결제은행(BIS)이 세계 경기 침체를 촉발할 것이라는 경고를 했다고 영국 가디언이 24일 보도했다.

아우구스틴 카르스텐스 BIS 사무총장은 경기 후퇴나 침체를 일으킬 수 있는 ‘방아쇠’로 보호주의 조치의 확대를 꼽고 "이것이 열린 다자간 교역체제를 위협하는 것으로 인식되면 여파는 매우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피터 후퍼 도이체방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 10% 관세, EU산 자동차 20% 관세 부과 등 트럼프발 위협이 현실화할 경우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당초 예상했던 3%보다 0.3∼0.4%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중국이 은행 지급준비율 인하를 통해 시중에 대량의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내달 5일부터 지급준비율을 인하해 시중에 7000억위안(약 119조7000억원)의 유동성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지준율 인하는 미국과 무역 갈등이 고조되면서 대미 수출 급감 등으로 중국 실물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나온 것이다.

신동주 기자 range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