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조현병 환자 ‘묻지마 범죄’에 불안감 확산 / “사회적 약자로 봐야” vs “통제·관리 시스템 필요”#1. 지난 24일 오전 7시쯤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한 주유소에 승합차량 한 대가 들어섰다.

차량은 기름을 넣고도 주유비를 계산하지 않은 채 달아났다.

주유소 직원이 해당 차량을 붙잡았으나 돌아온 건 폭행 뿐이었다.

차주 최모(40)씨의 기행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는 인근 공원으로 이동해 지나던 행인을 때린 뒤 다시 달아나 택시를 잡아탔다.

택시에서도 최씨의 폭행은 이어졌다.

최씨는 차를 세우고 달아나는 택시 기사를 쫓아가 보도블럭으로 머리를 내리친 뒤, 또다른 행인을 공격했다.

이후 주변에 정차 중이던 버스 후미등도 박살냈다.

경찰 조사 결과 최씨는 조현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 경북 포항시에서는 이달 들어 조현병 증세를 보이는 이들의 흉기 난동 사건이 연달아 발생했다.

지난 16일 오후 8시20분쯤 북구 항구동의 노상에서는 한 20대 여성이 일면식이 없는 70대 노파의 등을 흉기로 찔렀다.

지난 9일엔 40대 남성이 남구 오천읍의 한 약국에서 이유 없이 흉기를 휘둘러 1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다.

이들 역시 조현병 증세를 보이거나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흔히 정신분열증으로 잘 알려져 있는 조현병 환자의 ‘묻지마 범죄’가 잇따르면서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조현병 환자들을 통제·관리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불안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조현병 환자를 잠재적 범죄자가 아닌 보호받아야 할 사회적 약자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25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조현병으로 진료를 받은 사람은 12만70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발병 사실을 알리길 꺼려하는 정신질환의 특성상 실제 환자 수는 50만명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조현병의 주요 증상으로는 망상과 환각, 횡설수설, 이해할 수 없는 행동, 대인관계 기피, 의욕상실 등이 있다.

조현병 환자의 이런 증상들은 종종 타인에게 해코지를 당할 수 있다는 등의 피해망상을 낳는다.

이 피해망상이 폭행 등 각종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사회적으로 충격을 안긴 조현병 환자의 강력범죄 사건들 중엔 피의자가 되려 "(피해자가) 나를 죽이려 했다"거나 "나를 미워했다"고 진술한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일반 시민들 사이에선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직장인 최모(30)씨는 "어제 바로 옆 영등포구에서 묻지마 폭행이 있었다는 기사를 읽었다"며 "피해자들이 그냥 지나가거나 근처에 있었을 뿐이었는데 끔찍한 일을 겪게된 걸 보니 남 일 같지가 않았다"고 했다.

공정식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는 "정도의 차는 있지만 조현병은 완치가 되는 병이 아니기 때문에 별도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 교수는 이어 "정신질환자가 일반인에 비해 범죄발생률 자체는 더 낮지만 범죄를 저지를 경우 살인 등 강력범죄일 가능성이 크므로 위험성이 더 높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김태형 심리연구소장은 "조현병 환자들은 상처입고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긴 사회 약자들"이라며 "어떻게든 치료를 해주려고 해야지 범죄자로 몰아 혐오하고 배격하면 앞으로 점점 많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소장은 "정부가 나서서 단절된 사회적 관계를 복원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주영·김청윤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