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축구계를 우주에 비유하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레알 마드리드)와 리오넬 메시(31·FC바르셀로나)는 ‘신계(神界)’를 양분한다고들 한다.

근 10년간 둘은 세계최고 활약을 펼친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발롱도르(Ballon d’Or·황금 공)를 나눠가지며 ‘축구의 신’ 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했다.

이번 러시아월드컵은 절정의 기량에 있는 그들의 마지막 모습을 볼 기회일지도 모른다.

이 때문에 그들의 발재간 하나, 슈팅 하나에 전세계 축구팬들이 들썩인다.

직접 대결을 펼치진 않았지만 1차전 성적을 놓고 보면 호날두가 케이오(KO)승을 거뒀다.

뛰는 호날두 밑에 기는 메시였던 셈이다.

호날두는 지난 16일(한국시간)러시아 소치 피시트스타디움에서 열린 ‘무적함대’ 스페인과의 B조 조별예선 1차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팀의 3-3 무승부를 이끌어냈다.

2006년 독일 대회부터 출전한 호날두지만 월드컵에서의 해트트릭 달성은 이번이 처음이다.‘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축구계 정설이 무색할 정도로 호날두는 홀로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누볐다.

호날두는 전반 4분 자신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침착하게 성공했다.

1-1로 균형이 이루던 전반 44분 호날두는 곤살로 게데스의 패스를 받아 문전 중앙에서 낮고 빠르게 왼발 슈팅을 날려 골망을 흔들었다.

스페인의 거센 반격 속에 2-3으로 패색이 짙던 순간, 호날두는 후반 43분 환상적인 오른발 프리킥골로 극적인 무승부를 연출했다.

축구통계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에 따르면 호날두의 이날 평점은 9.83점이다.

팀 동료들이 5∼6점대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기록이다.

호날두는 4개 슈팅 중 3개를 골로 성공했고 패스성공률이 94.4%에 달했다.

라이벌 호날두의 활약 소식을 접한 메시는 이에 뒤질세라 초반부터 날쌘 몸놀림을 뽐냈지만 불운에 고개를 숙였다.

메시는 이날 모스크바 스파르타크 경기장에서 열린 D조 1차전 아이슬란드와의 경기에서 페널티킥을 실축하는 등 무득점으로 팀이 무승부에 그치는데 바라만 봐야 했다.

아르헨티나는 상대적 약체로 꼽히는 아이슬란드와의 경기에서 1-1로 비겼다.

메시는 이날 어떻게든 공간을 만들려고 분주하게 뛰어다녔고 전방 침투가 어려울 때는 먼 거리에서 강력한 왼발 슈팅을 날리기도 했다.

하지만 메시는 아이슬란드표 ‘얼음수비’에 꽁꽁 묶였다.

메시도 호날두처럼 스스로 페널티킥 기회를 만들었다.

후반 17분 얻어낸 페널티킥 때 왼발 강슛을 날렸지만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후반 33분엔 페널티 지역 왼쪽에서 후방 패스를 받아 슈팅 기회를 잡았으나 상대 수비수에게 공을 빼앗기며 헛발질하는 굴욕을 맛봤다.

메시의 표정에선 초조함이 묻어났다.

이날 메시는 11개의 슈팅을 퍼부었으나 단 한 개도 골로 매듭짓지 못했다.

특히 페널티킥에 약한 징크스를 이번에도 깨지 못했다.

미국 스포츠 전문 일러스트레이티드는 "이번 페널티킥 실축으로 메시는 페널티킥을 통산 103번 시도해 79회 성공, 성공률 77%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메시는 후스코어드닷컴 평점에서도 7.80으로 팀 내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지만 패스정확도가 84.5%에 그치는 등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경기 후 메시는 "실망하지 않았다.좋은 경기였다"며 "아직 크로아티아, 나이지리아와 경기가 남아있으니 더 많은 승점을 획득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