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스캔들’로 궁지에 몰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북·미 정상회담 때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를 의제에 포함하는 데 공을 들였지만 그다지 큰 성과는 거두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 국민 다수는 납치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고, 내각 지지율 상승폭은 미미한 것으로 집계됐다.

18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지난 16∼17일 여론조사에서 아베 총리 때 납치 문제가 해결을 향해 진전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는 응답은 40%에 그쳤다.

이에 비해 "기대할 수 없다"는 답변은 51%에 달했다.

아베내각 지지층으로 응답자를 한정해보면 "기대할 수 있다"(61%)가 "기대할 수 없다"(32%)는 답변보다 많았다.

그러나 비지지층에서는 "기대할 수 있다"(25%)보다 "기대할 수 없다"(69%)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일 사상 첫 양국 정상회담을 한 것에 대해서는 일본 국민의 73%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공동성명에 담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해 "기대할 수 있다"(26%)보다 "기대할 수 없다"(66%)는 응답이 많았다.

아베 총리가 관여한 의혹을 받는 사학스캔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모리토모학원’ 문제에 대해 응답자의 79%는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베내각의 지지율은 38%로 지난달 조사 때보다 2%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이에 비해 비지지율도 45%로 전월 대비 1%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각 비지지율이 지지율을 4개월 연속 웃돈 것은 2012년 12월 2차 아베정권이 출범한 이래 처음이다.

15∼17일 요미우리신문 조사에서도 내각 지지율은 45%로 한 달 전보다 3%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특히 아베 총리의 대북 외교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42%)보다 부정적인 평가(47%)가 더 많았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납치 문제가 언급된 것이 납치 문제의 해결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응답은 19%에 그친 반면 그렇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는 답변은 73%에 달했다.

‘모리토모학원’ 문제에 대한 아베 총리의 해명에 대해 응답자의 84%는 "충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는 납치 문제가 북·미 정상회담 의제에 포함되도록 애썼다.

일본이 ‘대북 압력’ 노선을 고집하면서 북한 문제에서 배제돼 자국의 최대 대북 현안인 납치 문제가 방치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도였다.

국내 정치 상황이 자신에게 불리한 국면이 이어지고 있어 외교 분야에서 성과를 거둬 분위기를 반전시켜 보려는 속셈도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북·미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에 납치 문제가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 문제를 김 위원장에게 분명하게 얘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북·미 정상회담에서 납치 문제가 언급된 것만으로는 아베 총리가 사학스캔들로 잃어버린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아베 총리는 북·일 정상회담 추진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자신이 직접 김 위원장과 담판을 지어 납치 문제에서 성과를 거둠으로써 일본 국민의 지지를 회복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 정부는 아베 총리가 평양을 방문하는 방안, 제3국에서 열리는 국제회의를 계기로 북·일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는 총리직이 걸린 오는 9월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이 문제에서 돌파구를 마련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이 선거에서 지면 총리직도 내놓아야 한다.

하지만 북한이 일본과의 정상회담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일본 총리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정상회담 후 발표한 ’평양선언’에서 양국은 현안이 해결되면 국교정상화를 하고, 일본이 북한에 경제지원을 하기로 약속했다.

따라서 북한의 비핵화가 어느 정도 구체적으로 진전되고 국제사회의 경제지원이 검토되는 단계가 될 때쯤 북한이 일본과의 대화에 관심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도쿄=우상규 특파원 skwoo@segye.com